신호등이 설치된 교차로에서의 친환경 운전 방식의 개념도. 제어된 차량은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에코드라이빙 방식으로 운행된다. (사진=MIT 연구진)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연구팀이 교차로 앞에서의 불필요한 신호 대기와 잦은 가속·감속을 줄이는 ‘에코드라이빙(Eco-driving)’ 전략이 도시 탄소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교통 부문은 그 규모와 다양성으로 인해 탄소 감축이 가장 어려운 분야 중 하나로 꼽힙니다. 특히 도시 내 교차로에서 발생하는 정지-출발 반복은 운전자에게 불편을 주는 것을 넘어 상당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합니다. 연구팀은 탄소 배출 감축의 새로운 기회로 반자율 주행 차량의 확산에 주목했습니다. 이러한 차량은 지능형 속도 명령을 통해 정지-출발 교통을 완화하도록 프로그래밍돼 있어 배출량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동적 에코드라이빙’이 기후 변화 대응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그간 확실한 데이터가 없었습니다.
대규모 시뮬레이션과 정밀 분석으로 가능성 입증
교통 시나리오의 다양성과 차량 배출의 복잡성으로 인해, 그 영향력을 포괄적으로 평가하려면 수많은 교통 상황을 세밀하게 모델링하고 각 상황에서 친환경 운전 최적화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이는 이전 연구에서 사실상 불가능한 과제였습니다. 이번 MIT 연구는 바로 이 난제를 대규모 시나리오 모델링과 신중하게 설계된 네트워크 분해 전략, 그리고 다중 과제 심층 강화학습(Multi-task Deep Reinforcement Learning)을 결합해 해결했습니다.
연구진은 4년 가까이 걸린 다각적인 모델링 연구를 통해 차량 배출에 영향을 미치는 33가지 요소를 식별했습니다. 여기에는 온도, 도로 경사도, 교차로 구조, 차량 연식, 교통 수요, 차량 유형, 운전자의 행동, 신호등 타이밍, 도로 지형 등이 포함됩니다.
연구팀은 미국의 3대 주요 도시인 애틀랜타,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총 6011개 신호등 교차로를 대상으로, 100만개의 교통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했습니다. 이를 통해 각 상황에서 최적의 동적 친환경 운전 방식을 도출하고, 도시 전체 차원에서의 전망적 영향 평가(Prospective Impact Assessment)를 수행했습니다.그 결과, 차량 경로와 속도를 배출량 최적화 방식으로 제어할 경우 도시 전체 교차로 탄소 배출량이 11%에서 22%까지 줄어드는 효과를 확인했습니다. 주목할 점은 이 과정에서 교통량이나 안전성 저하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이 연구 결과는 <TRC(Transportation Research Part C: Emerging Technologies)> 2025년 10월호 게재가 확정되었고, 8월7일 온라인으로 발표되었습니다.
연구팀은 이를 실제 규모로 환산했을 때, 합리적인 가정하에서 각각 이스라엘과 나이지리아의 국가 연간 배출량에 맞먹는 감축 효과를 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더 놀라운 점은 모든 차량이 아니라 10%의 차량만 에코드라이빙을 채택해도 총 감축 효과의 25%~50%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반자율주행 차량 일부에만 적용해도 실현 가능한 효과로 볼 수 있습니다. 전체 감축 효과 중 약 70%는 전체 교차로의 20%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단기적으로 집중 투자가 가능한 ‘핵심 교차로’ 전략의 필요성을 시사합니다. 다만 연구진은 이 고영향 교차로 집합이 채택률에 따라 구성이 크게 달라지며 중복이 거의 없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즉, 정책적으로 에코드라이빙을 적용할 때는 정밀한 우선순위 계획이 필수라는 의미입니다.
탄소 배출 감축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차량 기반 제어 전략’
또한 이번 연구는 에코드라이빙이 차량 전기화, 하이브리드 차량 확대, 그리고 향후 예상되는 교통량 증가 시나리오와 결합해도 여전히 의미 있는 감축 효과를 유지한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예컨대 샌프란시스코에서 에코드라이빙을 20% 적용할 경우 단독으로는 7%의 감축이 가능하지만, 전기·하이브리드차 보급 확대와 병행하면 17%까지 감축률이 증가했습니다. 이는 기술 단독보다 복합 정책 패키지가 기후 대응에서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안전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됐습니다. 연구팀은 ‘충돌까지 남은 시간(Time to Collision)’과 같은 국제적으로 널리 쓰이는 교통 안전 지표를 활용해 분석했는데, 에코드라이빙 운행이 기존 운전 수준과 동등한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인간 운전자의 비예측적 반응 가능성 등 일부 변수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연구진은 밝혔습니다.
MIT 연구팀은 이번 결과를 통해, 에코드라이빙이 단순한 운전 습관 개선을 넘어 시간 절약, 안전성 제고, 대기질 개선 등 교통 외부성 전반에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동적 에코드라이빙과 같은 차량 기반 제어 전략은 기후 변화 감축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며, “이것은 비용 없이 도입(a free intervention) 가능하다. 우리는 이미 차량에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고, 더 고급 자동화 기능을 갖춘 차량을 빠르게 채택하고 있다. 실용적으로 빠르게 확산되려면 구현이 상대적으로 간단하고 즉시 적용 가능해야 한다. 에코 드라이빙은 이 조건을 충족한다”라고 이 연구의 교신저자인 MIT 캐티 우(Cathy Wu) 교수는 설명합니다.
이 연구는 대규모 분석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함으로써, 향후 도시별 맞춤형 기후 대응 전략과 국가 단위 탄소 감축 목표 설정에 있어 중요한 기반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교통 인프라의 대규모 개편 없이도 단기간에 적용 가능한 저비용·고효율 정책이라는 점에서, 정책 결정자들에게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왼쪽) 연간 평균 배출량 감축량 vs 친환경 운전 채택률(모든 계절과 피크 시간대 및 비피크 시간대를 고려함). (오른쪽) 채택률 변화에 따른 처리량 개선. (사진=MIT 연구진)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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