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구속)'도이치 의혹' 제기 6년 만…'명태균 보도' 11개월 만
'법아귀' 김건희 '사필귀정'…특검, 14일 오전 김건희씨 구속 후 첫소환
첫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부터 명태균 공천 개입까지…이제야 '법 앞 평등'
2025-08-13 17:27:52 2025-08-14 08:34:06
[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피의자 김건희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습니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구속된 겁니다. 김씨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등 의혹으로 언론에 이름을 오르내린 지는 6년 만, <뉴스토마토>에서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연루된 국민의힘 공천 개입 의혹을 보도한 때로부터 따지면 11개월 만입니다. 
 
윤석열씨 배우자 김건희씨가 지난 12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며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2일 밤 정재욱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구속을 허가했습니다. 김건희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에 적시된 김씨 혐의는 △자본시장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입니다. 법원은 구속영장 발부 사유로 '증거를 인멸할 염려'를 들었습니다. 
 
전직 영부인 신분으로 구속된 것은 헌정사상 김씨가 처음입니다. 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구속된 사례 역시 윤석열·김건희 부부가 최초입니다. 숱한 의혹 제기에도 법망 빠져나갔던 김씨가 12·3 불법 비상계엄으로 윤씨 파면 뒤 드디어 수사를 받게 된 겁니다. 
 
김씨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가담해 시세 차익 8억1000여만원을 챙긴 혐의 △명태균씨로부터 2억7000만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받고, 국민의힘 공천에 개입한 혐의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통일교 측으로부터 고가의 선물과 함께 청탁받은 혐의 등을 받고 있습니다. 
 
김건희특검은 김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특검법에 명시된 김씨의 16가지 혐의 수사에 속도를 붙일 수 있게 됐습니다. 특검은 14일 오전 10시에 김씨 소환키로 했습니다. 김씨 소환은 지난 6일 조사에 이어 두 번째이자, 구속된 이후로는 처음입니다. 
 
공천 개입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가 지난달 31일 뇌물공여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김건희특검 사무실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간 김씨는 각종 구설에 올랐지만, 사실상 권력의 정점에 있다는 이유 만으로 수사망을 피해왔습니다. 정치권 등에서 김씨가 대통령을 뜻하는 '브이 원'(V1)보다 더 높다는 의미에서 '브이 제로(V0)'라고 불렸습니다. 또 김씨가 각종 의혹과 관련해 모두 불기소되자 '법불아귀'(법은 권력에 아첨하지 않는다)에선 김씨도 예외가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김씨는 지난 2012년 3월 윤석열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중수1과장과 결혼했습니다. 문화예술 전시 기획사 코바나컨텐츠의 대표이자 여성 사업가였던 그가 언론에 이름을 오르내리기 시작했던 것은 2019년 윤씨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입니다. 윤씨 영향력을 노리고 기업들이 코바나콘텐츠에 뇌물성 협찬을 제공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고, 이쯤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이에 2020년 4월 최강욱 전 의원을 시작으로 정치권에선 김씨에 대한 수사를 본격적으로 촉구했고, 2020년 9월에는 시민단체 고발로 코바나컨텐츠 관련 기업 협찬의 뇌물성 여부가 수사 선상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코바나컨텐츠 협찬 의혹은 첫 고발이 제기된 지 2년 넘어 2023년 3월 불기소 처분됐는데 그 과정에서 김씨가 소환조사를 받은 적은 없습니다. '배우자가 검찰총장 출신, 현직 대통령이라 수사망을 피해 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실제로 김씨는 지난해 10월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사건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 대해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지난해 7월 김씨를 검찰청사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비공개 대면조사를 벌여 '황제 조사'라는 비판도 쏟아졌습니다. 심지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다른 주범들이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김씨만 불기소 처분이 된 겁니다. 
 
김씨 의혹의 도화선에 불을 당긴 건 명태균씨가 관여된 공천 개입 의혹입니다. <뉴스토마토>는 2024년 9월 '김건희 여사, 4·10 총선 공천 개입' 단독 보도를 시작으로 명씨의 공천 개입 의혹을 처음 제기했습니다. 당시 대통령실은 공천 개입 의혹을 부인했으나, <뉴스토마토>는 명씨가 2022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공천에 영향을 미쳤다는 음성 파일까지 공개했습니다. 
 
이후 명태균 공천 개입 의혹은 정치권과 언론의 큰 관심을 받으면서 파장이 확산되었습니다. 2025년 2월 국회에서는 '명태균특검법'이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서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됐습니다. 이 법은 윤씨 부부의 2022년 대선, 지방선거, 재보궐선거 공천 개입 의혹과 여론조사 불법 제공까지 포함해 진상을 규명하는 특별검사 수사를 공식화한 겁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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