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수정·이지유 기자] 추석을 한 달 앞두고도 먹거리 물가가 진정되지 않으면서 국민 부담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올여름 전국적으로 이어진 폭염으로 인한 수급 불안으로 식재료 가격이 오른 데다, 인건비와 물류비까지 동시에 상승하면섭니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생활물가지수 중 식품 부문은 한 달 새 3.9% 상승했습니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가 0.1% 하락한 것을 고려하면 상승 폭이 매우 큽니다. 신선식품지수는 폭염 등 이상기온 현상으로 전월 대비 7.8%, 전년 대비 2.1% 상승했습니다. 특히 신선어개(생선·해산물)는 전월보다 8.0% 오르면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고, 신선과실은 신선채소는 각각 0.9%, 0.1%씩 우상향했습니다.
쌀·감자·배추·고등어…밥상 물가 껑충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농수산물 유통정보에 따르면 농축수산물 가격은 지난해 7월(5.5%) 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인 4.8% 뛰었습니다. 축산물은 3.5%→7.1%, 수산물은 7.3%→7.5%로 지난달보다 상승 폭이 확대했습니다. 농산물 역시 지난달 -0.1%→2.7%로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섰습니다.
구체적으로 4일 기준 쌀 20kg 가격은 전년 대비 17.53%, 전월 대비 2.92% 증가했습니다. 배추 가격은 전월 대비 4.46%, 상추2.35%, 양파 8.7%까지 상승했습니다. 특히 감자 가격은 100g당 418원으로 전월(382원)보다 9.4%나 상승했습니다. 과일류는 파인애플이 전월 대비 32.9% 올라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고, 바나나는 19.3%, 망고는 18.6%씩 올랐습니다. 수산물인 고등어는 27.38%, 오징어는 15.31%, 홍합은 4.1%, 김은 0.66%씩 상승했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먹거리 물가가 단기간에 잡히지 않을 거라는 점입니다. 특히 밥상에 자주 오르는 계란은 한 판에 8000원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습니다. 이날 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8월 평균 계란 산지 가격(특란 10개 기준) 1941원으로 전년 대비 20.1%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5개년 평균값인 평년 가격인 1607원과 비교해도 20.8% 높습니다.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장을 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추석 성수기로 인해 수요가 늘어나면서 당분간 계란의 가격 강세는 이어질 전망입니다.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9월 산란계 사육 마리수는 7929만마리로 전년보다 1.6% 감소할 것으로 보이는 데 반해 공급이 따라주지 못해섭니다. 실제 제주 지역은 이미 계란 한 판 소매가격이 평균 8183원으로 8000원을 넘었습니다. 세종과 울산도 각각 7980원, 7961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정부, 유통업계와 협업해 할인 확대…"물가안정·소비활성화"
정부는 먹거리 물가에 비상등이 켜지자 유통업계와 협업해 공급 가격을 낮추고 있습니다. 우선 농림축산식품부는 소비자 쌀 20kg당 할인 지원을 기존보다 2000원 더 많은 5000원으로 확대했습니다. 국민의 기본 먹거리인 쌀 가격이 치솟자 지난달부터 유통업체와 손잡고 3000원씩 할인하는 정책을 시행했지만, 쌀 가격이 20kg당 6만원을 넘보자 지원을 늘린겁니다. 또한 추석 명절을 앞두고 쌀 가공식품 수요가 증가할 것에 대비해 업체에 양곡 가공용 쌀을 5만톤(t) 범위에서 추가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계란의 경우 대형마트의 자체적인 할인 행사로 한 판에 5000원대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마트는 7일까지 '알찬란 30구(대란)'를 5980원으로, 롯데마트는 5일 하루만 '행복생생란(대란·30입)을 5990원에 판매합니다. 4일 기준 계란 한 판의 산지 가격이 5820원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원가에 판매하는 셈입니다.
이와 관련해 유통업계는 정부의 취지에 공감하며 앞으로도 적극 협조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기상 이변으로 물가가 많이 오른 상황에서 정부와 함께 소비 활성화와 물가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행사를 더 많이 펼치겠다"며 "좋은 취지로 진행하는 것인만큼 많은 분들이 저렴한 가격에 좋은 물건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물가 안정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추석은 계란과 배추 등 주요 성수품 가격이 크게 올랐습니다"며 "특히 여름 폭염과 가뭄 등 기후 영향으로 산란계 피해가 발생하면서 계란 가격이 급등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현상은 단순한 일시적 요인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기후변화가 맞물린 결과"라며 "앞으로 추석 등 명절 물가가 매년 반복적으로 오르는 상황을 고려하면, 정부와 관련 기관은 다양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사전 대응과 물가 안정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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