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현대차 임단협 타결에도 ‘아우’ 기아·모비스 ‘진통’
기아, 19일 파업 찬반 투표
모비스, '6시간 파업' 진행
“협상 바로미터…지켜봐야”
2025-09-17 14:37:54 2025-09-17 15:06:52
[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현대차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을 최종 타결했지만, 그룹 계열사인 기아와 현대모비스는 여전히 파업 리스크에 노출돼 있습니다. 완성차 업계 ‘형님’ 역할을 해온 현대차의 교섭 마무리가 다른 계열사의 협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각 회사의 요구 사항과 경영 상황이 반영되면서 추가적 협상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사진=현대차)
 
현대차 노조는 최근 실시한 임단협 잠정 합의안 찬반 투표에서 52.9%의 찬성률을 기록하며 가결시켰습니다. 전체 조합원 4만2470명 중 3만6208명이 투표에 참여해 85.2% 높은 투표율을 보였습니다. 합의안의 주요 내용은 월 기본급 10만원 인상, 성과금 450%+1580만원, 주식 30주, 재래시장 상품권 20만원, 통상임금 범위 확대 등입니다. 
 
다만 52.9%라는 아슬아슬한 찬성률은, 일반 조합원들의 눈높이가 여전히 높다는 것을 방증합니다. 올해 찬성 비율은 2022년 61.9%, 2023년 58.8%, 2024년 58.9%와 비교해 유독 낮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협상 과정에서 노조가 지난 3일부터 사흘간 2~4시간씩 부분 파업을 벌이는 등 긴장감이 지속됐고, 조합원들의 의견이 크게 갈린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아는 교섭에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노조는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 △지난해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정년 64세 연장 △주 4일제 도입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금요일 4시간 근무제를 통한 사실상의 주 4.5일제 시행을 의미하는 것으로, 단순한 임금 인상을 넘어 근무 형태의 구조적 변화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노조는 오는 19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지난 11일 5차 교섭에서 최종 결렬을 선언한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며 파업을 위한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 노사가 울산공장 본관 동행룸에서 지난해 임금협상 상견례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기아 노조의 요구 배경에는 사상 최대 실적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측은 미국과의 관세 협상으로 자동차 관세가 25%에서 15%로 하향 조정됐지만, 여전히 15%의 관세가 부담으로 다가온다고 이야기합니다. 실제 관세 부과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2분기 손실은 5억7000달러에 달합니다. 사측이 임금 인상 요구 수용에 부담을 느끼는 이유입니다. 
 
현대모비스 또한 임단협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대모비스 노조는 지난 9일 사측과 교섭을 중단하고, 부분파업을 실시했습니다. 18일과 19일에는 6시간 파업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노조의 요구안은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 △지난해 순이익의 30% 성과금 지급 △정년 연장 △통상임금 확대 적용 등으로, 현대차 노조가 제시했던 수준과 유사합니다. 노조 측은 현대차 부품사업부에서 분사할 당시 합의서에 현대차와 동일한 특별성과금 등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사측은 기본급 10만원 인상과 성과금 400%+1500만원, 주식 17주 지급안을 제시했고, 앞서 현대차가 합의한 성과금, 주식 액수에서 차이가 나면서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이처럼 현대차그룹 전체적으로 보면, 각 계열사가 서로 다른 사업 특성과 실적을 바탕으로 고유한 교섭 전략을 구사하고 있어 통합적 해결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현대차 노사 합의가 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의 협상에 ‘바로미터’로 작용했던 이전 임단협을 고려해보면, 이번에도 협상의 가이드라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임단협 합의안을 마련한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더 지켜봐야 한다”며 “만일 기아의 주 4일제 같은 요구를 받아들이게 된다면, 그룹 내 협상 전반이 크게 흔들릴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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