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오픈AI ‘빅딜’에 마이크론 호실적…삼성·SK 호재
천억불 초대형 계약…GPU 500만장 공급
오픈AI GPU 등 확보…엔비디아 지배력 ↑
‘메모리 슈퍼사이클’에 HBM 제조사 '수혜'
2025-09-24 13:57:33 2025-09-24 15:03:42
[뉴스토마토 안정훈·이승재 기자] 오픈AI와 엔비디아가 1000억달러(약 140조원) 규모의 초대형 계약을 체결하면서, 각자의 분야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지게 됐습니다. AI 인프라와 생성형 AI 분야의 거물들이 손을 잡으면서 오픈AI는 안정적 재원 확보와 AI 가속기를, 엔비디아는 시장에서의 확고부동한 입지를 얻은 것입니다. 이러한 협력과 더불어, 마이크론이 4분기 실적에서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AI 인프라를 위한 고대역폭메모리(HBM)의 강력한 수요도 재확인됐습니다. 대형 데이터센터의 지속적인 확장으로 인해 D램 수요 증가세로 호조를 맞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HBM 제조사들도 한동안 시장의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22일 그레그 브로크먼 오픈AI 사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왼쪽부터)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본사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엔비디아)
 
엔비디아, 오픈AI 주주 참여 
 
엔비디아는 22일(현지시간) 오픈AI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최대 10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오픈AI가 준비하는 10기가와트(GW) 규모 데이터센터에 엔비디아의 첨단 AI 가속기 400만~500만개를 제공하고, 오픈AI의 주주로 올라선다는 게 주된 내용입니다. 이는 엔비디아의 지난해 전체 AI 가속기 출하량의 두 배에 이릅니다. 
 
다만 오픈AI는 천문학적인 금액의 투자로 기존 주주들의 지분이 희석되는 걸 막기 위해 엔비디아의 투자금을 100억달러씩 단계적으로 나눠 받기로 했습니다. 이 기간 데이터센터에 소모되는 추가 자금은 우선 부채를 통해 조달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내년 하반기까지 1GW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먼저 구축하며, 여기에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이 탑재됩니다. 
 
엔비디아는 오픈AI가 진행하는 ‘스타게이트’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도 참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오픈AI 측은 “마이크로소프트(MS), 오라클, 소프트뱅크, 스타게이트 등 광범위한 협력 네트워크와 이미 진행 중인 AI 인프라 구축 작업을 엔비디아가 보완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오픈AI. (사진=뉴시스)
 
오픈AI, GPU 안정 공급망 확보 
 
이번 빅딜은 양사 모두에 ‘윈윈’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우선 오픈AI는 초대형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요한 재원과 AI 칩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통로를 마련했습니다. 오픈AI가 거대 모델을 만들고 서비스를 확장할수록 소모되는 AI 칩도 늘어나는데, 세계 최대의 제조사를 파트너로 둔 것입니다. AI 수요 폭증으로 엔비디아 GPU를 주문하는 데도 수개월이 걸리는 상황에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한 것으로, 구글이나 xAI 등 경쟁사들보다 인프라 면에서 앞설 수 있게 됐습니다. 
 
엔비디아는 AI 가속기 시장에서의 독점적 위치를 강화했습니다. 최근 빅테크 기업들이 연이어 맞춤형 반도체(ASIC)를 개발하면서 탈엔비디아에 나서는 추세로, 일례로 구글은 독자 텐서처리장치(TPU)를 판매하려는 계획까지 세운 바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엔비디아는 최대 고객과 장기 계약을 맺어 고정적인 수요를 확보하고, GPU가 오랫동안 AI 인프라의 핵심축으로 있을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아울러 AI 인프라 제공 기업을 넘어, ‘AI 인프라 플랫폼 기업’으로 발돋움할 계기를 마련한 점도 긍정적입니다. 앞서 엔비디아는 인텔에도 투자하면서 GPU와 중앙처리장치(CPU), 생산형 AI까지 아우르는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이에 대해 유봉영 한양대에리카 재료화학공학과 교수는 “기술의 발전이 기존에 반도체에 의존했다면, 지금은 반도체의 지배 없이 AI를 학습시키기 위한 연구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게 AI 서비스 설계자들과의 소통인데, 엔비디아는 오픈AI와의 협력을 통해 답을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엔비디아 본사. (사진=뉴시스)
 
‘엔비디아 일원화’라는 리스크
 
다만 오픈AI 입장에서는 엔비디아 일원화라는 리스크가 생겼습니다.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했지만, 반대로 엔비디아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생겼습니다. 이번 거래가 엔비디아로부터 돈을 투자받고, 그 돈으로 엔비디아 GPU를 구매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가격 협상에서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아울러 AI 가속기 구매처가 정해진 만큼 다른 고객사와 협상하기도 어려워졌습니다. 
 
엔비디아로부터 투자받은 돈으로 엔비디아 GPU를 산다는 점도 논란거리입니다. 투자와 매출이 모두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일정 자금이 순환하는 구조인데, 이 점이 시장의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나아가 AI 버블을 촉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수혜'
 
이와 별개로, ‘메모리 슈퍼 사이클’을 맞은 HBM 제조사들에겐 또 하나의 호재를 맞은 셈이 됐습니다. 높은 D램 수요로 고공행진하는 와중에 고부가가치 제품인 HBM 수요가 보장됐기 때문입니다. 마이크론은 4분기 매출 113억2000만달러(약 15조8000억원), 영업이익 39억5500만달러(약 5조52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6%, 127% 폭증하는 실적을 거뒀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내년 HBM4를 공개하며 내년에도 호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엔비디아 최대 공급자인 SK하이닉스와 차세대 공정(1c)을 도입한 HBM4로 승부수를 띄운 삼성전자도 수혜가 예상됩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이미 HBM4 양산 단계까지 마무리해 고객사의 주문만 기다리는 상황이며, 삼성전자는 엔비디아가 요구한 처리 속도에서 업계 표준 규격 이상을 달성하는 등 제품 퀄리티를 높였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HBM3E를 제작할 수 있는 곳이 SK하이닉스밖에 없었는데, 최근에는 엔비디아가 다량의 HBM이 필요해지고 있다”며 “퀄테스트가 통과했다는 전제하에, 엔비디아는 SK하이닉스뿐만이 아니라 삼성전자 제품들도 사들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안정훈·이승재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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