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김성은 기자] 이재명정부 첫 국회 국정감사는 시작부터 정쟁으로 치달았습니다. 특히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감에서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이석과 증언 여부를 놓고 여아가 거세게 충돌했습니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향해 '대선 개입' 의혹을 물었고, 조 대법원장의 이석을 거듭 촉구한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재판 재개'를 꺼내 들며 맞섰습니다. 정부 기관 감사에 목적을 둔 국감이 첫날부터 정쟁의 장으로 변질됐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등 국정감사에서 박균택 민주당 의원 질의에 답하지 않고 있다. (사진=뉴시스)
추미애, 의원 질의 '강행'…90분간 자리 못 떠난 '조희대'
국회 법사위는 13일 국회에서 대법원 등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습니다. 앞서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회동을 파헤치겠다고 공언하며 증언을 압박했던 터라, 국감이 진행되는 법사위 회의장에는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민주당은 지난 5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한 것을 대선 개입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서영교·부승찬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씨 파면 뒤 조 대법원장이 한 전 총리와 만나 이 대통령을 대선 후보에서 끌어내릴 것을 약속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법사위 개회 전부터 여야 의원들은 옥신각신하며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조 대법원장 착석 후 시작된 국감에서 여야 대치는 본격화됐습니다.
민주당 소속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초대 김병로 대법원장과 조진만·민복기 대법원장 등은 국회에 출석해 질의응답에 응했다"면서 "누구보다 법을 존중해야 할 대법원장께서 관례라는 말로 책임을 회피할 방패로 삼지 않길 바란다"며 조 대법원장의 답변을 요구했습니다.
조 대법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삼권분립 체제를 가지고 있는 법치국가에서는 재판 사항에 대해 법관을 감사나 청문의 대상으로 삼아 증언대에 세운 예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민주당의 증언 요구를 일축했습니다.
추 위원장은 인사말을 마친 조 대법원장의 이석을 허용하지 않은 채 질의에 돌입했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에 반발했고, 맞대응에 나선 민주당 의원들이 합세하며 장내는 어지러워졌습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대법원장 이석을 말하지 않고 지금 민주당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라고 하는 것은 한마디로 대한민국 헌정사에 유례없는 일을 시작하고 있는 것"이라며 "추 위원장 논리대로 하면 대통령도 상임위 국감에 나와야 되고, 국무총리도 나와야 되고, 국회의장도 나와야 된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에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이 대선에 개입했다는 이 의혹이 너무나 크게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불러야 한다"고 응수했습니다.
최혁진 무소속 의원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등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요토미 희대요시' 합성사진까지…난장판 된 '대법원 국감'
이 같은 혼란 속에서 첫 질의에 나선 최혁진 무소속 의원은 "윤석열이 조희대를 임명한 것은 대한민국 대법원을 일본 대법원으로 만들려는 전략적 선택"이라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임진왜란을 일으킨 일본의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조 대법원장을 합성한 사진을 들어 보이기도 했습니다.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지금 왜 재판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했느냐 이거 아닌가"라며 "이재명 대통령 무죄 만들기 아닌가. 국민들은 다 알고 있다"고 직격했습니다.
결국 조 대법원장 대신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나서 "1987년 (개정) 헌법이 성립되고 나서는 대법원장이 나와서 일문일답을 한 적이 없다"며 추 위원장의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동시에 "삼권분립과 사법부 존중, 국회에 대한 존중이 이 자리에서 실현되는 모습을 원한다"며 조 대법원장의 이석 허가를 요청했습니다.
그럼에도 의원들의 질의는 계속 이어졌고, 박균택·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조 대법원장에게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만남 여부를 묻기도 했습니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조 대법원장 쪽을 보며 "이재명 재판을 다 중지하니깐 이런 모욕을 당하는 것"이라고 말했고, 서 의원은 "파기환송 때문에 질의하는 것"이라며 맞받아쳤습니다.
오전 질의 내내 고성과 막말이 오가는 아수라장이 지속되자, 추 위원장은 11시40분쯤 10분간 정회를 지시했습니다. 감사 중지 후 조 대법원장은 국감장을 퇴장했습니다. 결국 추 위원장이 허가하지 않아 조 대법원장은 90분간 자리를 뜨지 못했습니다.
오후 국감에서도 이 대통령의 재판과 사법 쟁점을 둘러싼 여야 공방은 이어졌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은 사법부의 대선 개입을 거듭 추궁했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이재명 변호사"라며 몰아세웠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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