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예슬 기자] 내란 수괴 윤석열씨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앞두고 대통령 경호처 간부에게 "총이 있으면 위화감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는 증언이 법정에서 나왔습니다. 윤씨가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하려고 경호처에 무장을 지시한 정황으로 해석됩니다. 윤씨의 체포영장 집행 방해 혐의가 점점 더 뚜렷해지는 모양새입니다.
이광우 전 경호처 경호본부장은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재판장 백대현) 심리로 진행된 윤씨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윤씨는 이날 공판에 불출석했습니다. 앞서 윤씨는 지난 2025년 1월3일과 15일 공수처가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자신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진입할 당시 경호처·군부대 인력을 동원해 이를 막아선 혐의를 받습니다.
이 전 본부장은 윤씨의 체포영장 집행 방해 의혹에 연루된 핵심 피의자 중 한 명입니다.
윤석열씨가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첫 공판에 출석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 전 본부장은 이날 '윤석열씨가 총을 보여주라는 이야기를 한 것을 들었느냐'는 특검 측 질의에 "총을 보여주라는 이야기는 못 들었다"면서도 "(윤씨가) 경찰관들은 1인 1총이 아니고 경호관은 1인 1총이니까지 경찰관보다 잘 쏘지 않느냐고 말씀하셨고, 자네들이 총을 갖고 있는 것만 봐도 그들이 두려워하고 위화감을 느끼지 않겠느냐고 말씀하셨다"고 진술했습니다.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어렵게 하기 위해 무장을 지시한 것으로 읽히는 대목입니다.
이 전 본부장은 2차 체포영장 집행 사흘을 앞두고 열린 올해 1월12일 오찬에서 윤씨가 자신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은 불법이라 기각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었다고도 했습니다. 이 전 본부장은 윤씨가 '나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은 불법이라 기각될 것'이란 말은 한 것을 들었느냐는 특검의 질의에 "들었다"고 답했습니다. 다만 '체포영장을 막으라'는 말은 "못 들었다"고 했습니다. 윤씨의 직접 지시는 부인한 겁니다.
그는 또 윤씨가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를 위해 경호처 지원본부에 38권총을 준비하라고 지시한 사실은 부인했습니다. 이 전 본부장은 "박종준 경호처장이 1월3일 지침을 줬다"며 "차벽을 세우고 38권총을 다시 갖고 오라고, 또 채증 장비를 설치하라 했다"고 답했습니다.
이는 김대경 전 경호처 지원본부장의 진술과 엇갈립니다. 김 전 본부장은 지난 10일 진행된 2차 공판에서 윤석열씨가 공수처 1차 체포 집행이 저지된 후 "이광우 전 경호처 경호본부장이 '공포탄을 쏴서 겁을 줘야 한다며 38권총을 구해달라'고 했느냐"는 내란특검 검사의 질문에 "그렇다"며 "이 전 본부장의 단독 요청이라기보다는 박종준 전 경호처장도 같이 (요청했다)"라고 증언한 바 있습니다.
이광우 대통령경호처 경호본부장이 지난 1월24일 오전 윤석열씨의 체포영장 1차 집행을 저지한 혐의 조사를 위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에 출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공판에서는 이 전 본부장과 김성훈 경호차장이 나눈 문자도 공개됐습니다. 특검은 이 전 본부장의 휴대전화 문자 내용을 근거로 "김성훈 경호차장에게 '미친놈들이 오면 때려잡아야죠'라고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있냐"고 물었고, 이 전 본부장은 이를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체포영장 집행에 방해 의도가 있었던 것이냐'는 특검의 질의에 이 전 본부장은 "그렇지 않다"며 "당시 지휘부에서 강력한 의지를 보였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답변이었다"고 했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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