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리스크’ 탄소세 결국 1년 연기…조선·해운 ‘희비’
1년 연기안에 57개국 찬성·49개국 반대
트럼프, 회의 앞두고 압박…도입 불투명
2025-10-21 14:20:50 2025-10-21 14:32:43
[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국제해사기구(IMO)가 해운 부문 탄소세 도입을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탄소세 부과가 1년 연기됐습니다. 당초 이번 회의에서 도입안이 통과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한 반대 압박 속에 최종 결정이 미뤄졌습니다. 이에 따라 국내 조선업계와 해운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HMM 알헤시라스호. (사진=HMM)
 
최근 IMO는 영국 런던 본부에서 제83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를 열고 ‘선박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중기 조치(넷 제로 프레임워크)’ 채택 여부를 논의한 끝에 결정을 1년 연기하기로 했습니다. 회의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연기안을 공식 제안했으며, 이에 57개국이 찬성하고 49개국이 반대, 21개국이 기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지난 4월 열린 IMO MEPC 회의에서는 ‘넷 제로 프레임워크’에 대해 찬성 63개국, 반대 16개국, 기권 24개국으로 통과된 바 있습니다. 이번 회의에서는 구체적인 이행 조치 마련을 위한 논의가 진행됐음에도,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외신 등에 따르면 한국을 비롯해 일본, 그리스, 키프로스 등 주요 해운국은 지난 4월까지만 해도 탄소세 도입을 지지했으나, 이번 회의에서는 모두 기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마찬가지로 4월 회의에서 찬성 입장을 보였던 중국도 이번에는 연기안에 동조했습니다. 
 
‘넷 제로 프레임워크’는 5000톤 이상의 대형 선박을 대상으로 기준치를 초과해 배출된 탄소 1톤당 100~380달러의 세금을 부과하는 해운 탄소세 제도를 골자로 합니다. 또한 선박 연료의 온실가스 집약도를 단계적으로 제한해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연료 표준제도’도 포함돼 있습니다.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해 2024년 인도한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의 시운전 모습. (사진=HD현대)
 
당초 이번 방안은 통과가 유력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반대로 결국 무산됐습니다. 미 정부는 지난 4월 MEPC 논의에서 이미 협의체를 이탈했으며, 이번 회의를 앞두고도 미국 입항 제한, 비자 제재, 수수료 부과 등의 보복 조치를 언급하며 찬성 회원국에 압박을 가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탄소세에 관한 구체적 이행 조치가 이번 회의에서 통과됐다면 2027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표결이 연기되면서 도입 시점도 불투명해졌습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 임기 동안 탄소세 도입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1년 연기가 트럼프 정부 임기 내내 3~4년의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에 공감한다”고 했습니다. 
 
이에 따라 국내 조선업계와 해운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탄소세 부과 가능성을 높게 점쳐 온 조선업계는 당혹스러운 분위기입니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국내 조선업계의 주력 선종이 친환경 선박인 만큼, 이번 결정으로 호재 요인이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당장의 피해는 없겠지만, LNG 운반선 발주 흐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며 “탄소세 연기로 글로벌 선사들이 LNG 운반선 발주를 미루면 국내 조선업계에도 파급이 불가피하다”고 했습니다. 
 
반면 해운업계는 일단 대응할 시간을 벌었다는 입장입니다. 한국해운협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 선사들이 운항 중인 선박 중 친환경 선박 비중은 약 5.9%에 불과합니다. 탄소세가 예정대로 시행됐다면 국내 해운사들이 부담해야 할 벌금 규모는 최대 수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해운업계는 탄소세 관련 대비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정확한 벌금 규모는 알 수 없지만 최소 수천억원대일 것으로 예상돼, 이번 연기로 숨통이 트였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다만 친환경 전환은 막을 수 없는 흐름이므로 남은 기간 동안 대응책 마련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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