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거래 고객에 '고금리'…외면 받는 장기 고객
은행권, 신규 고객 유치 위해 '연 7%대 적금'
2025-03-17 14:29:49 2025-03-17 17:21:52
 
[뉴스토마토 문성주 기자] 시중은행 다수 상품들이 신규 고객에 혜택 초점을 맞추면서 사실상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런 전략은 경쟁사 고객 빼오기 성격도 있는데요. 그러는 사이 외면 받은 장기 고객의 이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첫 거래 우대 상품 우르르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 고금리 혜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자행에 처음 계좌를 개설하거나 장기간 거래 내역이 없는 고객들에게 높은 이자를 주는 적금 상품을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KB국민은행이 출시한 'KB스타적금Ⅲ'은 최고 연 6% 금리를 제공하는 비대면 전용 적금 상품입니다. 기본이율은 연 3%이며 '최근 1년 동안 국민은행의 상품(입출금 통장, 외화예금, 퇴직연금 제외) 신규 및 보유 이력이 없는 고객'에게 우대금리 3%를 제공합니다. 이전 KB스타적금, KB스타적금Ⅱ 완판에 이어 지난 4일에 새롭게 출시한 상품으로 30만좌를 한정 판매하며 한도 소진 시 판매를 종료할 예정입니다.
 
앞서 완판된 KB스타적금, KB스타적금Ⅱ에 비하면 기본 이율은 1%p 올랐고 복잡했던 우대금리 조건은 간소화됐습니다. 다만 KB스타적금Ⅱ의 최고 금리가 8%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2%p 떨어졌습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금리인하기 속에 정기 예금 금리도 2%대로 떨어졌지만 KB스타적금Ⅲ의 기본금리는 오히려 3%로 올려 많은 고객들이 누릴 수 있도록 했다"며 "완판된 KB스타적금Ⅱ과 마찬가지로 많은 고객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신한은행 '신한 안녕, 반가워 적금'은 기본 금리 2%에 우대 포함 최고 연 5% 금리를 제공합니다. 신한은행 최초 급여 입금, 적금 최초 신규, 신한카드 첫 신규 및 신한은행 결제계좌 지정, 이벤트 통한 신한 적금 최초 신규 등 총 4가지 조건 가운데 1가지 조건 달성 시 연 2%, 2가지 이상 달성 시 연 3%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카드 발급 등 일부 까다로운 조건이 있지만 그 외 조건은 달성하기 어렵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우리은행 '우리 퍼스트 정기적금'은 최고 연 4.5% 금리를 제공합니다. 기본 금리 1.5%에 '최근 1년 동안 우리은행의 예·적금 상품 미보유 고객'에게 3% 우대금리를 제공합니다. 다른 조건 없이 첫 거래이기만 하면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어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 퍼스트 정기적금의 기본 금리는 기존 2.2%에서 작년 10월 0.2%p, 지난 1월 0.5%p 떨어진 바 있습니다.
 
다만 일부 상품은 첫 거래 조건 외 카드 발급, 급여 이체 등 추가 조건이 걸려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나은행 '달달 하나 적금'은 최고 연 7% 금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기본 금리 2%에 우대 조건을 달성하면 5%를 추가 제공합니다. 우대금리를 받기 위해서는 직전 1년간 우대 조건이 없어야 하고(1.5%) 급여 이체(1%), 매달 전용 이벤트에도 참여(2%)해야 합니다. 그 외 하나카드 결제 실적(0.5%)을 달성해야 합니다. 
 
기업은행(024110)이 내건 '처음 만나는 IBK적금'은 기본 금리 3%에 첫 고객에게만 4%를 우대해 최고 7%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입니다. 기업은행 입출금 계좌에서 자동 이체, 마케팅 수신 동의, 신용카드 발급 및 결제 계좌 지정 등 3가지 조건 가운데 2개 이상을 달성하면 4%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신한은행 '신한 청년 처음적금'은 기본 금리 3.3%에 우대금리 포함 최고 연 6.3%를 제공합니다. 직전 1년 동안 신한은행 예·적금 미보유(1%) 외에도 급여 이체(1%), 신한카드 실적 6개월(0.5%), 수퍼SOL 회원가입(0.5%) 등 조건들 달성해야 합니다. 
 
시중은행들은 신규 고객 유치를 통한 외형 확장을 노리기 위해 신규 고객들에게 고금리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사진은 은행에서 고객들이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사진= 뉴스토마토)
 
신규 고객 잡으려다 충성 고객 놓칠라 
 
은행들은 주거래 은행이라는 개념이 희석되고 비대면 금융이 대세로 자리를 잡고 있는 만큼 외형 확장을 위해 신규 고객을 중심으로 고금리 혜택 등을 제공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이벤트성 상품들로 신규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다만 그렇게 들어온 신규 고객들이 충성 고객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현저히 낮은 걸 알면서도 출혈 경쟁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토로했습니다.
 
은행 간 고객 쟁탈전이 심화하면서 장기 고객은 외면 받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현재 시중에 나온 고금리 적금의 경우 신규 고객을 위한 상품이 대부분입니다. 결국 한 은행에 오랜 기간 거래를 해온 충성 고객들이 고금리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타 은행에 신규 계좌를 또 개설하는 방법뿐입니다.
 
은행들은 장기 고객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신규 고객과는 다른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서 고금리 적금 상품 등 공격적으로 마케팅하는 부분들은 분명 있다"면서도 "주거래 고객들이 이탈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신용카드, 급여 이체 등에 대한 우대 이율을 제공하고 있고 대출 같은 부분에서도 신규 고객이 누릴 수 없는 금리 혜택을 제공하는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은행 간 고객 쟁탈전이 심화하면서 장기 고객은 외면 받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건물에 설치된 현금자동입출금기. (사진= 뉴스토마토)
 
문성주 기자 moonsj709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