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최대실적 예고…환율 오른 만큼 중기대출 줄여
2025-04-01 15:36:13 2025-04-01 16:37:53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금융지주사들이 고환율 기조에도 역대급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원달러환율 상승으로 인한 환손실과 자본비율 악화는 위험가중치가 낮은 주택담보대출을 늘리고 비우량 기업대출을 줄여 방어했습니다. 
 
4대 금융 1분기 순익 16%↑
 
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올해 1분기 지배주주 순이익 추정치 합은 4조9149억원입니다. 전년 동기(4조2286억원) 대비 16%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KB금융(105560)지주는 올해 1분기 1조6791억원의 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보입니다. 전년 대비 60% 급증한 수치로 1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됩니다. 신한금융지주(신한지주(055550))의 순이익 추정치는 1조4283억원으로 전년 대비 8.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나금융지주(086790)는 1년 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1조446억원의 순이익이 예상되고, 우리금융지주(316140)의 경우 7.4% 줄어든 7629억원으로 추산됩니다. 
 
당초 고환율 기조가 이어지면서 금융지주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빗나갔습니다. 실제 원달러환율은 지난해 4분기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와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관세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1350원을 뚫은 데 이어 대통령 탄핵 장기화 등 리스크가 겹치면서 1475원까지 치솟았습니다.
 
환율이 오를수록 금융지주 입장에서는 환차손이 발생할 위험이 큽니다. 외환산손실은 외화로 가지고 있는 자산이나 부채를 원화로 환산할 때 발생하는 회계상의 이익과 손실입니다. 환율이 오르면 외화부채의 평가액이 외화자산보다 늘어나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금융지주사들은 저원가성 예금 유입으로 자금조달 환경이 개선되면서 순이자마진(NIM) 하락을 방어했고,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위주의 자산 확대로 이익 방어에 성공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시장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저원가성 예금이 유입되면서 순이자마진이 개선되는 효과를 봤다"며 "고환율에 따른 환손실의 경우 충당금을 선제적으로 적립해 순이익 감소 요인을 상당 부분 상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 주간거래 종가(1472.9원)보다 0.1원 오른 1473.0원에 출발한 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위험 높은 비우량대출 회피 
 
환율은 금융지주 실적뿐만 아니라 자본비율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원달러 환율이 오를 경우 국내 금융사들이 갖고 있는 외화대출 가중치에 영향을 주는데, 외화대출의 경우 환율이 오를수록 위험도가 커지는 구조입니다. 원화 약세는 파생상품 관련 위험가중치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문제는 위험가중자산이 증가할수록 금융지주의 대표적인 건전성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떨어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보통주자본에서 위험가중자산을 나눈 CET1 비율은 자본 측면에서 얼마만큼 위험 흡수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위험가중자산은 은행 자산을 유형별로 위험 정도를 감안해 다시 계산한 것인데 원화값 하락에 따라 외화표시대출이 늘어나면 위험가중자산이 높아집니다. 업계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CET1 비율이 0.01~0.03%p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CET1은 각 금융지주사의 주주 환원 정책 측면에서도 중요한 지표입니다. 각 금융지주사들은 CET1 비율 13%를 초과한 자본을 자사주 소각이나 배당을 비롯한 주주환원에 쓰겠다는 지침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지주사들은 자본비율을 관리하기 위해 비우량 기업 대출을 줄이고 있습니다. 신용등급이 BB 이하인 기업에 대출하면 대출액의 150%가 위험자산에 포함됩니다. 부동산담보대출(20~70%) 대비 가중치가 높습니다. 비상장주식과 벤처투자도 각각 200%, 400%로 위험가중치가 높습니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중소기업대출은 지난해 월별 증가액이 4조~5조원에 달했지만 올 들어 월평균 1조원 아래로 떨어지면서 증가폭이 크게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소기업 대출 문턱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4대 은행의 중소기업 신용대출 금리는 지난해 말 5.51%에서 지난 2월 5.73%로 뛰었습니다.
 
4대 금융지주사는 주택담보대출 중심의 원화대출 확대로 수익성 방어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사 본점 모습. (사진=각 사)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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