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솥 강자 쿠쿠, 보일러까지…경동·귀뚜라미 '술렁'
보일러 렌털 노리나…쿠쿠, 제휴·인수설도
독일 1위도 물러선 한국 시장…"중국산 들여오면 망해"
2025-07-15 14:55:18 2025-07-15 17:39:42
[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밥솥과 정수기로 잘 알려진 생활가전 기업 쿠쿠가 보일러 시장 진출을 공식화하면서 업계가 술렁이고 있습니다. 오랜 기간 보일러 시장을 양분해온 경동나비엔(009450)과 귀뚜라미 등 기존 강자들은 쿠쿠의 진입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15일 쿠쿠에 따르면 쿠쿠홀딩스(192400)는 최근 보일러 연구개발 프로젝트 매니저(PM) 채용에 착수했습니다. 이 직무는 시장 및 기술 트렌드 조사, 경쟁사 분석, 알고리즘 설계, 품질 기준 수립, 법규 검토 등 보일러 기술 전반을 아우르는 핵심 역할입니다. 
 
특히 10년 이상의 경력을 요구하는 점에서 쿠쿠가 경동나비엔이나 귀뚜라미 등 보일러 업계 출신 인재를 영입하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기술 내재화와 렌털 사업 운영을 위한 사전 준비로, 단순 탐색 단계를 넘어 본격적인 진출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시각인데요. 
 
쿠쿠 측은 "아직 담당자는 없으며, 다양한 사업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며 말을 아꼈습니다.
 
하지만 기존 보일러 업계의 반응은 냉담합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일러는 제품 자체보다 서비스와 유통이 핵심인 산업"이라며 "기술력과 전국 대리점, 시공망이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가능한 사업"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수년간 국내 보일러 시장은 저출산 고령화 영향에 따른 신규 주택 감소, 아파트 난방 방식의 다양화 등으로 성장세가 둔화됐습니다. 연간 140만대 수준으로 추정되는 시장 규모는 이미 포화 상태라는 인식이 지배적입니다. 현재는 경동나비엔과 귀뚜라미 두 기업이 약 75~8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나머지는 린나이, 대성쎌틱 등이 분할하고 있는 구조입니다. 
 
특히 유통과 서비스망은 강력한 진입 장벽으로 꼽힙니다. 보일러는 고장이 발생하면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한 고관여 제품이기 때문에 전국 단위의 대리점과 A/S 인프라 없이는 사업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경동나비엔과 귀뚜라미는 현재 전국 300개 이상의 대리점을 운영 중입니다. 이 같은 인프라를 외부 기업이 새롭게 구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업계 중론입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 보일러 시장은 세계 1위인 독일 바일란트조차 두 차례 진입을 시도했다 실패한 사례가 있다"며 "중국산 보일러도 가격경쟁력이 있음에도 기술력에서 밀려 결국 시장 안착에 실패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시장의 진입 장벽이 그만큼 높다는 얘기입니다. 
 
일각에서는 쿠쿠가 보일러 렌털 사업을 염두에 두고 제휴나 인수 전략을 병행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최근 귀뚜라미가 현대렌탈케어와 보일러 렌털 공급 계약을 체결한 가운데 쿠쿠 역시 유사한 전략을 고려할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대성 등 중소형 업체들은 매각 움직임이 없고, 규모는 작지만 수익 구조가 돌아가고 있어 쉽게 매물로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한 가정집에 설치된 보일러. (사진=뉴시스)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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