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광림, 상폐 앞두고 CB 급매각…포라글로벌과 수상한 거래
투자 확대·차입 의존 심화…운전자본 부담도 '가중'
하반기 실적 개선 없으면 추가 자금조달 불가피
상폐 회사 CB 매입한 포라글로벌…실체 의구심
2025-09-24 06:00:00 2025-09-24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9월 22일 17:57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한국거래소에서 상장폐지가 의결된 광림(014200)이 영업이익 급감 속에서도 투자를 공격적으로 이어가며 자금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현금흐름이 빠르게 악화된 탓에 결국 자기전환사채(CB) 재매각에 나서 단기 유동성을 확보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외형 성장과 사업 확장을 꾀하는 모습이지만, 현금창출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재무적 뒷받침이 취약해져 투자금 회수가 늦어질 경우 유동성 리스크가 한층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이번에 매도한 CB의 전환가액이 주식 거래 정지 당시 주가보다 높고 만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아 이를 매수한 회사와 광림의 거래에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광림 홈페이지 갈무리)
 
매출채권·재고 동반 증가로 현금흐름 '악화'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광림은 최근 제8회차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 98.5억원 규모를 재매각했다. 이  CB는 지난해 7월9일 회사가 사채권자의 조가상환청구에 따라 만기전 취득한 CB다. 회사 측은 이번 전환사채 매도 이유를 ‘유동성 확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자금 운용 전략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영업이익 급감과 투자 확대가 맞물리면서 자금 수급 불균형이 심화됐고, 결국 부족한 유동성을 메우기 위해 사채 매각이라는 ‘방어 카드’를 꺼낸 것으로 해석된다.
 
광림이 유동성 확보에 나서게 된 배경에는 실적 악화와 대규모 투자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광림의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으며,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5.8억원으로 전년 동기 24억원 대비 75% 이상 감소했다. 이익 규모가 줄어든 가운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더 빠르게 악화됐다. 지난해 상반기 –32억원을 기록했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올 상반기 –106억원으로 적자 폭이 세 배 이상 확대됐다. 이처럼 수익성과 현금흐름이 동시에 약화되면서 현금창출력 자체가 크게 떨어진 것이 회사에 가장 큰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금 유출의 주요 원인은 운전자본 증가다. 올 상반기 매출채권은 128억원으로 전년 동기 92억원에서 36억원 늘었다. 재고자산 역시 같은 기간 191억원에서 278억원으로 87억원 증가했다. 매출채권 증가는 판매대금 회수 지연을 의미하고, 재고자산 확대는 판매되지 못한 제품과 원재료가 쌓여 있다는 뜻이다. 즉 매출은 장부상 발생했지만, 실제 현금 유입은 지연됐고, 원재료 선제 확보 등으로 자금이 묶이면서 현금흐름이 크게 악화됐다.
 
이 같은 운전자본 부담은 현금보유량 감소로 직결됐다. 광림의 현금및현금성자산(기타금융상품 포함)은 올해 상반기 243억원을 기록하면서 423억원을 기록한 지난해 말 대비  42.6% 줄었다. 이처럼 대규모 현금이 빠져나간 상황에서 CB 매각은 사실상 단기 유동성 방어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보인다.
 
 
투자 확대에도 실적 회복 더뎌…CB 매각처도 의구심
 
그럼에도 광림은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올 상반기 투자활동으로 유출된 자금은 121억원에 달했다. 전년 동기 31억원과 비교하면 4배 가까운 규모다. 영업에서 창출되는 현금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투자 집행을 멈추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성장성에 대한 기대가 엿보이지만, 단기 자금 사정과의 괴리가 크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차입해온 자금 규모도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차입금 상환 등에 16억원을 사용하면서 재무활동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올 상반기에는 오히려 7000만원이 유입되며 플러스로 전환됐다. 이는 차입이나 사채 발행 등을 통해 외부 자금을 끌어다 쓰고 있음을 보여준다. 영업과 투자로 현금 유출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재무활동을 통한 자금 조달이 사실상 회사의 ‘숨통’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광림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공공기관 등에 납품하는 물량이 있는데 상반기에는 제품을 만드는 시기라 재고가 쌓인 측면이 있다”면서 "하반기 정도에는 매출이 어느 정도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늘어난 투자 규모에 대해서는 "투자 내역에 대해 상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뤄진 투자이기 때문에 투자금 회수 시점까지 시간이 조금 더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광림의 CB 재매각에 대한 의구심도 높아지고 있다. 광림은 쌍방울그룹 회장의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지난 2023년 2월부터 거래가 정지된 회사로 한국거래소는 결국 지난 2월 광림의 '상장폐지'를 의결했다. 주식 거래 정지 당시 광림 주가는 6040원을 기록했고, 이번 CB의 전환가액은 그보다 높은 6486원이다. 광림 CB를 매수한 회사는 포라글로벌로 지난 2023년 인천 남동구에 설립된 유통회사다.
 
이 회사는 고용보험 가입기준으로 인원이 한명뿐인 회사다. 매출 등 업체에 관한 기본적인 정보가 전혀 공개돼 있지 않고 공식 홈페이지도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포라글로벌이 광림의 단순 투자사라기보다는 전략적 이해관계나 비공식적 협력이 깔려 있을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주식 거래 정지 상태에서 CB 매입이 이뤄진 만큼, 정상적인 투자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업계 한 회계사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상장폐지된 회사의 CB를 거래 중지 가격보다 높은 전환가에 매수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는 않다"라며 "매수자 입장에서 본인들 생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석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매수했거나, 아니면 모종의 거래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그걸 단정해서 말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광림 관계자는 "포라글로벌의 상세한 내부 사정을 알기는 어렵지만, 사측(광림)에서는 해당 CB 조건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했다"면서 "무슨 이유 때문에 매수를 했는지는 알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