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브라질에서 새 익룡 화석 발견
산타나 지층군, '백악기의 보물창고'
여과섭식 익룡의 토사물이 화석으로
2025-11-17 09:54:26 2025-11-17 13:49:56
브라질 북동부 아라리페 분지(Araripe Basin)는 가장 중요한 중생대 화석 출토지 중 하나로 꼽힙니다. 이곳에서 발견된 화석 중 하나가 최근 1억여 년 전 세상의 단면을 보여주었습니다. 돌 속에 숨겨져 있던 익룡의 뼈와 물고기의 잔해가 고생물학자들의 손끝에서 되살아나며, 백악기 하늘을 누비던 존재들의 모습이 새롭게 드러났습니다. 그들의 이름은 ‘바키리부 와리자(Bakiribu waridza)’입니다. 
 
백악기 로무알두 지층 환경에서 여과 섭식하는 익룡 바키리부 와리자의 복원 상상도. 배경에는 화석에 들어 있는 바키리부를 잡아먹고 토해낸 것으로 추정되는 스피노사우루스 계열 공룡. (이미지=Scientific Reports)
 
브라질의 고생물학자들은 산타나 지층군(Santana Group)에서 수많은 화석을 수집해왔습니다. 이 지층군에 속한 로무알도 지층(Romualdo formation)은 1억~1억2000만년 전 브라질 열대 지역에 형성된 퇴적층으로, 익룡·물고기·곤충 등 수많은 생물이 탁월하게 보존된 ‘백악기의 보물창고’로 여겨졌습니다. 
 
여기서 수집한 수많은 화석들 가운데에는 유난히 단단하고 둥근 응결석(concretion)이 하나 있었습니다. 겉보기에는 별다른 특징이 없어 오랫동안 방치되어 왔던 이 화석을 최근 반으로 절단하자 뜻밖의 장면이 드러났습니다. 
 
그 절단면에는 네 마리의 작은 물고기들이 한 방향으로 정렬되어 있었고, 그 옆에는 길고 가느다란 익룡의 턱뼈 조각이 섞여 있었습니다. 어떤 포식자가 삼켰던 것을 한꺼번에 토해낸 토사물의 흔적이었습니다. 
 
‘빗살 같은 입’을 가진 익룡
 
연구진은 이 특이한 돌덩이를 자세히 분석한 끝에, 이것이 고대 동물이 토해낸 토사물이 굳어진 화석임을 밝혀냈습니다. 그 안에 포함된 익룡은 결국 이 동물의 먹이였던 셈입니다. 연구 결과는 지난 11월10일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실렸습니다. 
 
공룡의 토사물 화석은 매우 희귀합니다. 토사물 자체가 뼈나 발자국, 배설물에 비해 물리적으로 매우 불안정하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보고된 공룡의 토사물 화석은, 진위를 의심받는 것을 포함해도 30~40점에 불과합니다. 이런 희소성도 있지만, 이 화석이 특별한 이유는 그 속에서 밝혀진 익룡의 정체 때문입니다. 이 익룡의 모습은 지금까지 알려진 어떤 익룡과도 달랐습니다. 상·하악골이 유난히 길쭉하고, 이빨은 가늘고 빽빽하게 나 있었습니다. 
 
바키리부 와리자와 물고기가 들어 있는 토사물 응결석의 단면. (사진=Scientific Reports)
 
연구자들은 그 밀도를 1센티미터당 17개 이상으로 계산했습니다. 전체 이빨 수는 500개가 넘었습니다. 이런 구조는 현대의 플라밍고나 혹등고래처럼 물속의 미세한 먹잇감을 걸러 먹는 여과섭식(filter-feeding)에 적합합니다. 그래서 이 화석 속의 익룡을 ‘바키리부 와리자’로 명명했습니다. 이 화석이 발견된 지역 원주민 언어인 카리리(Kariri)어로 ‘바키리부’는 ‘빗’을, ‘와리자’는 ‘입’을 뜻합니다. 과학자들은 바키리부가 얕은 바다나 하구에서 작은 갑각류나 치어를 걸러 먹으며 살았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하늘 사냥꾼 아닌, 물가의 여과자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익룡의 이미지는 영화 <쥬라기 월드>에 등장하는 프테라노돈(Pteranodon)과 디모르포돈(Dimorphodon)에서 볼 수 있듯, 날카로운 부리나 강력한 이빨로 먹이를 낚아채는 공중 포식자입니다.
 
그러나 이번에 발견된 바키리부 와리자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았습니다. 이 익룡의 부리는 사냥에 적합한 무기가 아니라, 중생대의 따뜻한 바다 위를 천천히 활공하면서 부리 끝을 물속에 담가 작은 생물을 걸러내는 ‘체(篩)’에 가까운 구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특화된 부리 구조 덕분에, 바키리부는 날카로운 사냥보다는 여과섭식(filter-feeding)을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보고된 여과섭식형 익룡 화석은 극히 드물어, 크테노카스마(Ctenochasma), 그나토사우루스(Gnathosaurus), 플라탈레오린쿠스(Plataleorhynchus), 프테오다우스트로(Pterodaustro) 등에 불과합니다. 이들 역시 물속에서 작은 갑각류나 치어를 걸러 먹는 방식으로 삶을 유지했습니다. 바키리부는 남반구 브라질에서 발견된 새로운 계보의 여과섭식형 익룡으로, 이전까지 알려진 모든 익룡과는 확연히 다른 독특한 생태적 지위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바키리부 와리자는 여과섭식형 익룡들이 어떻게 여러 대륙에서 독립적으로 발달했는지를 설명해주고 있다. 바키리부 와리자의 복원 상상도. (이미지=위키피디아)
 
‘먹힌 익룡’이 남긴 생태계의 단서
 
더 흥미로운 점은 화석 속에서 물고기 뼈와 익룡 뼈가 함께 들어 있어 어떤 포식자가 바키리부를 잡아먹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연구팀은 그 포식자로 스피노사우루스류 공룡을 지목했습니다. 스피노사우루스는 물고기를 주로 사냥하던 반수생 육식공룡으로, 그 지역의 동시대 지층에서도 흔히 발견됩니다. 스피노사우루스는 바키리부와 같은 서식 환경에서 먹이활동을 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추정이 맞다면, 약 1억년 전 브라질의 물가에는 스피노사우루스가 물가를 어슬렁거리며, 그 위로는 여과섭식을 하던 익룡들이 날아다니던 장면이 펼쳐져 있었을 것입니다. ‘바키리부의 최후’는 그 생태계의 한 단면을 극적으로 보여줍니다. 
 
바키리부는 익룡 진화 연구에도 새로운 통찰을 제공합니다. 계통 분석 결과, 이 종은 남아메리카의 필터 먹이형 익룡 프테로다우스트로(Pterodaustro)와 가장 가까운 친척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렇지만 형태적으로는 유럽의 ‘빗이빨’ 익룡인 크테노카스마(Ctenochasma)와 공통점이 많습니다. 즉, 바키리부는 두 익룡 사이의 ‘중간단계’를 보여주는 과도기적 종으로, 여과섭식 전략이 어떻게 여러 대륙에서 독립적으로 발달했는지를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사실 이 화석은 40여 년 전에 발견되어 브라질의 한 수장고에 보관되어 있었습니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돌덩이였지만, 그 속에는 중생대 백악기의 하늘과 바다를 잇는 생명과 진화의 비밀이 숨어 있었습니다. 
 
서경주 객원기자 kjsuh57@naver.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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