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금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정상회담을 진행했습니다. 이번 회담은 2017년 당시 이른바 '황제 의전'으로 불렸던 파격적 예우와 달리 의전 수위를 대폭 낮췄는데요.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이 계속 난항을 겪는 가운데 중국의 외교적 역할이 커지면서 중국이 이번 회담에서 자신감을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낮아진 의전 격…중국 '미국과 대등' 메시지
중국의 달라진 태도는 공항 영접부터 드러났습니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 영접은 한정 국가부주석이 맡았습니다. 한정 부주석은 직급은 부주석이지만,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7인 다음인 서열 8위로 사실상 은퇴한 인사입니다. 이는 9년 전 트럼프 대통령 방중 당시 막강한 권력을 지닌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직접 공항 영접을 맡았던 것과 비교하면 의전 격이 눈에 띄게 낮아진 것입니다. 특히 미국이 이란 문제 해결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이 필요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중국이 과거보다 한층 여유 있는 태도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시진핑 주석의 태도 역시 차이를 보였습니다. 9년 전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눈이 마주치자, 주머니에 넣고 있던 손을 급히 빼는 모습이 포착됐지만, 이번에는 먼저 악수를 청하며 눈에 띄게 높은 위치에 손을 내밀었습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그 손을 툭툭 치는 등 다소 불편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중국이 국빈 영접을 외교적 메시지 전달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변화는 더 주목됩니다. 실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방중 사례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확인됩니다.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당시에는 시진핑 당시 국가부주석이 직접 영접했습니다. 반면 미국이 아시아 동맹 강화 전략을 본격 추진하던 2014년에는 왕이 외교부장이 영접을 맡는 수준으로 격이 조정됐습니다.
회담 이후 일정에서도 변화한 분위기가 드러났습니다. 9년 전 트럼프 대통령 방중 당시 시진핑 주석은 정상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 부부를 자금성으로 안내했습니다. 당시 시 주석은 명·청 왕조 황궁인 자금성을 비워주고, 건륭제의 전용 공간인 건복궁에서 만찬을 열었습니다. 또 건륭제의 서재를 트럼프 대통령 전용 응접실처럼 꾸며 차를 대접했고, 직접 황제가 걷던 길을 안내하며 극진한 예우를 보였습니다.
반면 이번 일정은 톈탄(천단) 공원 방문 일정이 마련됐습니다. 이 공원은 과거 중국의 황제들이 풍년을 기원하던 장소입니다. 중국은 화려한 왕실 문화에 관심을 보여온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을 고려한 일정이라고 설명했지만, 양국 정상이 함께 이동하며 '두 황제' 이미지를 연출하려 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또 방중 마지막 날인 15일 일정은 2017년 당시 진행했던 국빈관 댜오위타이(조어대)가 아니라 중국 권력 핵심부인 중난하이에서 진행됩니다. 이를 두고 중국이 미국과 대등한 위상을 강조하며 새로운 국제질서 구상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135분 회담서 드러난 온도차…미국은 친밀감, 중국은 경계감
약 135분 동안 진행된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경제 협력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자국 이익과 안보 문제를 놓고는 신경전을 이어갔습니다.
우선 양 정상은 호칭부터 미묘한 긴장감을 드러냈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을 "존경하는 트럼프 대통령 선생"이라고 불렀습니다. 이는 "친애하는 라오펑유(옛 친구)"보다 거리를 둔 표현으로 해석됩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을 두 차례나 "위대한 지도자"라고 치켜세우며 양국 정상 간 친밀한 관계를 강조했습니다.
미 재계 거물·안보라인 총출동…중국, 측근·안보 인사 전면 배치
이번 회담에는 미국 측이 거물급 기업인들과 핵심 안보·경제 라인을 대거 동행시킨 반면, 중국은 시진핑 주석의 측근과 외교·안보 인사를 전면에 배치했습니다.
미국 측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중심으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데이비드 퍼듀 주중미국대사가 참석했습니다. 또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이 배석했습니다.
특히 루비오 장관은 플로리다주 상원의원 시절 신장위구르자치구 인권 문제와 홍콩 시위 등을 비판하며 중국의 제재 대상에 올라 입국이 금지됐던 인물입니다.
또 눈에 띄는 부분은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의 동행입니다. 미국 국방부 장관이 미·중 정상회담에 참석한 것은 1972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방중 이후 두 번째입니다.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관련 논의를 염두에 둔 결정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회담에는 미국 재계 인사들도 대거 참석했습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젠슨 황 엔비디아 CEO, 팀 쿡 애플 CEO 등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을 직접 소개하며 "세계 최고의 기업인들과 함께 왔다"며 "그들은 모두 중국을 존중하고 중시하며 나는 그들에게 중국에 대한 협력을 확대하라고 독려한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측에는 시진핑 주석 양 옆에 차이치 중앙서기처 서기와 왕이 외교부장이 자리했습니다. 차이 서기의 오른쪽에는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가, 왕 부장의 왼쪽에는 둥쥔 국방부장이 앉았습니다.
차이치 서기는 중국 권력 서열 5위 핵심 인물로, 안보수장으로서 시진핑 주석의 신임을 받는 측근입니다. 왕이 부장 역시 중국 외교 정책을 총괄하는 핵심 인물입니다.
한편 이번 회담에서는 여성 참석자가 없었다는 점도 주목됩니다. <CNN>에 따르면 회담 참석자 가운데 여성은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현재 중국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공산당 정치국은 모두 남성 위원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역시 전체 15개 부처 장관 가운데 여성은 4명에 불과하며, 이번 회담에는 이들 모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윤금주 기자 nodrin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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