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담합' 6710억 철퇴…정부 보조금 받고도 '가격 짬짜미'
7개 제분사 6년간 가격·물량 담합…공정위 과징금 역대 최대
원가 오를 땐 즉각 인상·내릴 땐 버티기…밀가루값 최대 74%↑
2026-05-20 12:00:00 2026-05-20 12:00:00
[뉴스토마토 윤금주 기자] 정부가 밀가루 담합에 칼을 빼 들었습니다. 이에 총 7개 밀가루 제조·판매 사업자에 시정명령과 함께 6710억대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적발된 제분사들은 밀가루 가격의 인상·인하 폭과 시기 등을 담합하고, 거래처에 공급하는 밀가루 물량과 공급 순위까지 사전에 합의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 2월 27일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에 밀가루가 진열되어 있다. (사진=뉴시스)
 
 
공정위는 20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7개 밀가루 제조·판매 사업자의 부당 공동행위 제재'를 발표하고, 이번 과징금이 역대 최대 규모라고 밝혔습니다. 제재 대상은 대한제분 주식회사·씨제이제일제당 주식회사·사조동아원 주식회사·주식회사 삼양사·대선제분 주식회사·삼화제분 주식회사·주식회사 한탑 등 7개사로, 국내 B2B 시장의 87.7%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적발된 담합 행위는 총 24차례로, 2019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약 6년간 이어졌습니다. 대형 수요처 대상 밀가루 공급가격·물량 담합이 19회, 전거래처 대상 밀가루 공급가격 담합 5회 발생했습니다. 담합 기간 동안 대표자급·실무자급 회합은 총 55차례 열린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합의 내용을 구체화했으며, 직접 회합에 참석하지 않은 하위 제분사들도 유선 연락 등을 통해 참여했습니다.
 
특히 과거 유사 담합으로 제재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담합이 반복됐다는 점이 지적됐습니다. 앞서 해당 제분사들은 2006년 담합 행위로 한차례 제재를 받은 바 있습니다. 또 2022년 6월부터 2023년 3월까지 '물가 안정 사업기간' 중 총 471억원의 보조금을 지급받았음에도 담합을 지속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번 담합은 실제 밀가루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2022년 9월 기준 밀가루 가격은 담합 이전인 2019년 12월과 비교해 제분사별로 최소 약 38%에서 최대 74%까지 상승했습니다. 또 제분사들은 사실상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원맥 가격 구조를 이용해 가격을 조정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원가 상승기에는 밀가루 판매가격을 신속히 인상한 반면, 원가 하락기에는 가격 인하 폭을 최소화하거나 인하 시점을 늦췄습니다. 담합 가담 업체들의 영업이익률도 이전보다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공정위는 이같은 담합의 영향을 받은 매출액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남동일 공정위 부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을 열고 "이번 담합 관련 매출액은 5조6900억원으로 설정했다"며 "(조사 협조로) 감면을 고려했다. 적극적인 협조를 한 사업자들은 20%까지 감면했고, 전체적으로 협조 정도가 미흡해 협조 감면이 적용되지 않은 사업자가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이에 공정위는 7개 제분사에게 법위반행위 금지명령·독자적 가격재결정 명령 등 시정명령과 함께 총 6710억4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습니다. 또 올해 1월 검찰의 고발 요청에 따라 7개 제분사·임직원 14명에 대해 고발 조치도 완료했습니다.
 
남 부위원장은 "(밀가루 담합 관련) 20년 만에 법 위반이 적발됐다. 빈번한 반복이라고 보기 어렵지만, 밀가루나 설탕 등은 조금 더 단합에 취약"하다며 "그런 부분들도 고려해서 반복되는 사업에 대해서 적극적인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윤금주 기자 nodrin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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