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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3월 20일 11:0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삼성SDI(006400)이 2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하며 국내 주요 증권사들을 대표 주관사로 끌어들였다. 하지만, 정작 증권사들이 받는 수수료율은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발행 규모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수수료에도 불구하고, 증권사들이 적극 뛰어드는 이유는 최근 채권 발행 한계에 부딪힌 대기업들이 자금 조달 방식을 유상증자로 전환할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단기 수익보다는 장기 실적과 대기업 네트워크 강화를 노린 증권업계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삼성SDI 대규모 유증 고비 '일단락'
지난 19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모든 유상증자를 부정적으로보는 시각은 수긍할 수 없다”라며 “삼성SDI 유상증자에 최대한 신속히 투자자금 조달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증권신고서 심사를 처리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9일 기자간담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금융감독원은 14일 삼성SDI가 제출한 유상증자 증권신고서를 중점심사 대상으로 지정하며 논란을 낳았다. 소액주주들이 지분 희석과 주가 하락을 우려하며 반발하자, 심사가 유증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 퍼졌다. 하지만 이 원장의 발언으로 일단락됐다는 분위기다.
삼성SDI는 시설 투자 자금 확충을 위해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신주 1182만1000주(증자 비율 16.8%)를 발행하며, 주당 예상 발행가 16만9200원 기준 총 2조원을 조달한다.
4000억 인수에 수수료 12억…실적 경쟁에 앞다퉈 참여
대규모 유상증자는 증권사 리그테이블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삼성SDI 유증의 수수료율은 업계에서 “터무니없다”라는 반응을 얻고 있다. 모집 총액의 0.30%로 책정된 수수료는 주관사 5곳이 각각 약 4000억원을 인수하며 받는 금액이 12억원에 불과하다. LG디스플레이 유증 때보다 낮은 수준이다. 당시 수수료율은 0.40%로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15억7497만원씩 받는 등 증권사 5곳이 약 51억원을 나눠가졌다.
업계에서는 삼성SDI가 리그테이블 순위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 상위권 증권사에 일괄적으로 발행 조건을 제시한 후 참여 의사를 타진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치열한 실적 경쟁 속에서 대기업 빅딜 기회를 놓칠 수 없었던 대형 증권사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참여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LG디스플레이 유증 당시 대표 주관사였던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각각 3900억원 이상을 인수하며 리그테이블 상위권에 올랐다.
한계 다다른 채권발행…유증으로 전환 움직임
삼성SDI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낮은 수수료율을 고집한 배경에는 재무압박이 깔려있다.
삼성SDI는 지난해 실적에서 매출 16조5922억원, 영업이익 363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22.6%, 76.5% 감소했다.
이어 미국 등지에서 대규모 투자가 집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은 2023년 2조1035억원에서 2024년 -1376억원으로 악화됐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88.24%로 경쟁사에 비해 양호하지만 최근 총차입금 규모가 5조7989억원에서 11조7396억원으로 급증, 안정적인 자금 조달이 절실해졌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IB토마토)
회사채 발행이 대안으로 나왔지만 삼성SDI는 글로벌 금리 변동성과 이자부담 증가가 부담스러운 입장이다.
이에 삼성SDI 유증은 자본시장의 새로운 전환점으로 주목받는다. 채권 발행 한계에 직면한 대기업들이 유상증자를 자금 조달 창구로 활용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석유화학, 2차전지 등 주요 산업에서 대기업들의 유증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대규모 채권을 이미 발행한 상황에서 이자부담과 재무 건정성 확보를 이유로 유상증자가 새로운 자금 조달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통상 인수액의 1~2%가 수수료 기준인데, 삼성SDI의 0.30%는 터무니없는 수준”이라며 “최근 채권발행 환경이 점차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트렉레코드 쌓기 차원으로 증권사들이 참여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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