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뱅 신규 인가 난맥
정치적 불확실성에 까다로운 인가 조건 '걸림돌'
2025-03-21 14:17:26 2025-03-21 18:51:22
 
[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제4인터넷전문은행(인뱅) 유력 후보들이 이탈한 가운데 인뱅 신규 인가를 추진하는 금융당국이 고민에 빠졌습니다. 대내외 경제 여건과 불안정한 정치 상황을 이탈 배경으로 꼽았는데요. 당국은 끝까지 완주하겠다고 밝힌 사업자들이 있는 만큼 신규 인가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까다로운 인허가 조건 등이 겹치면서 신규 사업자가 선정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유력 후보 줄줄이 이탈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더존뱅크, 유뱅크 등 제4인뱅의 유력 후보자들이 이탈하면서 새로운 구도가 그려지고 있습니다. 
 
더존뱅크는 국내 1위 전사적자원관리(ERP) 소프트웨어 공급 업체인 더존비즈온(012510)이 추진하는 컨소시엄입니다. 기존 인터넷은행에 지분 투자를 하지 않았던 신한은행과 손해보험업계 ‘빅3’ 중 하나인 DB손해보험(005830)이 합류를 검토하면서 유력한 후보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유뱅크는 개인 간(P2P) 중금리 대출 중심의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체 렌딧이 이끄는 컨소시엄으로, 네이버클라우드 등 10개 기업이 참여하고 국책은행인 기업은행(024110)도 컨소시엄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같은 배경으로 인해 업계에서는 유력한 인가 후보로 평가됐습니다.
 
현재 △한국소호은행 △소소뱅크 △AMZ뱅크 △포도뱅크 등 4곳이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장담할 수 없다는 분위기도 감지됩니다. 당국은 신규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수에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지만,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단 한 곳도 인가를 내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인가 여부 장담 못 해
 
유력한 후보들이 제4인뱅 인가에 불참한 배경으로 △높은 초기 자본금 △현실성 없는 평가 기준 △정치적 리스크 등을 꼽았는데요. 금융권에서는 제4인뱅의 조건이 까다로워졌다는 점도 흥행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앞서 '인터넷전문은행 신규 인가 심사 기준 및 절차 관련 FAQ'를 배포하며 자본금 및 자금조달 계획의 평가 기준으로 '기존 3사(카카오·케이·토스뱅크)의 인가 이후 영업 과정에서 실제 자금 소요에 따른 자본금 조달 추이 등을 고려해 심사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카카오뱅크(323410)의 초기 자본금은 3000억원, 케이뱅크 2500억원, 토스뱅크 2500억원 등입니다. 게다가 1년 후 자본금은 각각 8000억원, 3500억원, 1조3500억원으로 늘었습니다.
 
현행법상 인뱅 예비인가 신청을 위한 최저 자본금은 250억원 수준이긴 합니다. 하지만 기존 인뱅 3사의 최저 자본금이 2500억원 이상인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금융위는 지난 2015년과 2019년 인뱅 심사 당시 100점을 차지했던 자본금 배점을 150점으로 상향 조정을 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업계에선 제4인뱅 컨소시엄이 금융위가 제시한 자본금에 4배~10배 이상의 자본금을 확보해야 하며 대주주가 최소 1조 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소상공인 특화 금융 모델로 지속 가능한 성장세를 보여야 하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예비 인가 주요 핵심 요건 중 혁신성은 350점, 포용성과 안정성은 각각 200점으로 설정됐습니다. 소상공인 특화 금융 모델을 요구하면서도 기존 인터넷은행과 차별화된 혁신성을 갖추고, 동시에 저신용자를 포용하며 금융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조건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금융권 메기'라며 출범했던 기존 인뱅 3사들이 출범 취지인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보다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비중에 의존해 수익을 올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들 모두 중저신용자 연체율 등을 고려하면 건전성 관리를 위해 어쩔 수 없다고 설명하지만, 결국 설립 취지와는 다르게 운영되고 셈입니다.
 
당국 내부서도 회의론
 
제4인뱅 역시 소상공인 금융 지원을 위해 출범한다 하지만 향후 취지대로 운영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한 인뱅 사업자 관계자는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신용 모델이 있어야 향후 자본 성장 가능성도 확보할 수 있는데, 현재 기준으로는 이를 충족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이라며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 사업 모델에 대형 금융사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입니다. 당초 제4인뱅 인가는 이번 정권에서 은행권의 과도한 이자 잔치 비난의 반대급부로 추진한 정책입니다. 정권 교체가 현실화할 경우 제4인뱅 인가 작업이 동력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당국 내부에서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이미 계획과 심사 기준을 발표한 만큼 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정치적 혼란으로 내부적으로 고민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설령 한 곳만 신청하더라도 계획대로 추진할 방침"이라며 "이미 발표된 일정과 심사 기준을 바꾸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신청하는 기업이 있으면 심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제4인뱅 유력 후보들이 불참 의사를 밝힌 가운데 인가를 추진하는 금융당국이 고민에 빠졌다. 사진은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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