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딥페이크 등 신종 디지털 성폭력이 급증하고 있지만, 관련 범죄의 검거율은 오히려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반면, 국내 제도와 윤리 교육 등 대응 체계는 여전히 미비하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최근 통계청 국가통계연구원이 발간한 '한국의 SDG(지속가능발전목표) 이행 현황 2025'에 따르면 딥페이크 등 디지털 성폭력 유형이 다양해지고 사례 또한 증가한 가운데 디지털 성범죄 검거율은 되레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3년 허위영상물 편집·반포는 168건, 촬영물 등을 이용한 협박·강요는 970건입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사용이 일상화된 가운데 여성과 아동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유형의 성폭력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딥페이크 등 AI 기술을 이용한 성폭력 증가가 두드러집니다. AI 기술이 청소년도 손쉽게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발달하면서 AI 관련 성범죄가 빠르게 증가하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2023년 디지털 성범죄 검거율은 허위영상물 편집·반포 48.2%, 촬영물 등을 이용한 협박·강요 61.4%로 각각 전년 대비 10.6%포인트, 2.8%포인트 감소했습니다.
IT업계는 디지털 성범죄 검거율이 낮아지는 이유로 텔레그램과 같은 해외 빅테크 기업과의 협조가 원활하지 않다는 점을 꼽습니다. 외산 플랫폼을 통해 범죄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만큼, 이들 빅테크 기업의 공조 없이는 사실상 가해자를 파악하기 쉽지 않습니다.
전창배 국제인공지능윤리협회 이사장은 "텔레그램 등 인터넷을 통해 딥페이크가 빠르게 퍼지기 때문에 초기 대응이 중요한데 해외 플랫폼의 협조가 쉽지 않다"며 "그나마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던 텔레그램도 최근 입장을 바꿨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전 이사장은 "국내외 플랫폼 기업과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해 발빠르게 협조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부도 딥페이크 피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응에 나서고는 있습니다. 지난해 청소년 대상 딥페이크 문제가 불거지자 성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을 강화해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현 수준의 대응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게 IT업계의 평가입니다. 우선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기본법)'의 하위 법령과 시행령을 빠르게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AI기본법 제31조의 경우 생성물에 워터마크를 붙여 AI 생성물임을 표시하도록 규정했으나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세부사항을 보안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해외의 경우 이미 딥페이크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빠르게 규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은 AI법에 따라 AI 사용을 규제하고, 또 디지털서비스법을 통해 빅테크 플랫폼 사업자의 법적 의무를 강화했습니다. 영국도 온라인안전법을 개정해 딥페이크 성착취물에 대한 처벌 규정을 명확히 했습니다. 당사자 동의없이 악의적으로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제작하면 형사 입건되는 식입니다.
AI기본법의 하위 법령 및 시행령과 함께 AI 윤리 교육에 대한 법적 근거를 확실히 할 필요성도 제기됩니다. 규제만큼이나 AI 윤리 교육을 통한 인식 개선이 중요하지만 현재 윤리 교육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어 필수 교육으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전 이사장은 "AI 기본법에 교육의 필요성이 명시되어 있지만, 어떻게 시행을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조항이 없어, 교육부가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제정해야만 필수 교육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딥페이크 등 신종 디지털 성폭력이 급증하고 있지만, 관련 범죄의 검거율은 오히려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뉴시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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