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경찰 경비라인 핵심 간부들이 법정에 출석, 12·3 비상계엄 당시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의 지시를 받고 국회 출입을 통제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왼쪽 조지호 경찰청장, 오른쪽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사진=뉴시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는 지난달 31일 조지호 청장과 김봉식 전 청장의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 재판을 진행했습니다. 이날 공판엔 임정주 경찰청 경비국장, 오부명 전 서울청 공공안전차장(현 울산청장), 주진우 전 서울청 경비부장(현 울산청 공공안전부장) 등이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조 청장과 김 전 청장은 지난해 12월3일 국회를 봉쇄하라고 지시해 국회의 계엄해제요구권 행사를 가로막은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습니다. 경찰은 12월3일 오후 10시48분부터 11시6분경까지 국회 1차 출입 통제, 11시7분경부터 일시적·선별적 출입 허용을 했습니다. 포고령 발표 이후인 11시35분부터 2차 봉쇄가 시작됐습니다.
두 피고인은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이 선포되기 전인 오후 7시20분쯤 서울 삼청동 안가에서 윤석열씨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만났습니다. 두 피고인의 공소장에 따르면, 윤씨는 이 자리에서 “계엄군이 국회 등 여러 장소 도착할 것”, “경찰이 국회 통제를 잘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윤석열씨가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가운데 지난해 12월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경찰들이 국회의원, 의원 보좌진, 취재진, 시민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임정주 국장은 조 청장의 2차 봉쇄 지시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증언했습니다. 임 국장은 “2차 봉쇄가 조 청장과 김 전 청장 조치냐”는 검찰 질문에 “맞다”고 답했습니다.
그는 조 청장이 지난해 12월3일 밤 11시34분쯤 집무실에서 출력된 포고령을 들고 나와 ‘포고령이 언론에 보도됐다, 포고령 효과가 있다, 서울청에 전화해서 통제하라고 전달하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직후 그는 오부명 전 차장에게 전달했고, 김 전 청장에게 최종 전달됐다고 말했습니다.
조 청장이 ‘포고령대로 하지 않으면 우리가 체포된다’고 말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임 국장은 “(국회 생중계) TV를 보고 (현장에서 의원 출입을 허용해 달라는) 항의성 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조 청장이) ‘출입통제는 어쩔 수 없다, 우리가 하지 않으면 체포될 수 있다’고 말한 것을 기억한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은 윤씨가 포고령 선포 무렵부터 조 청장에게 전화해 “국회 들어가려는 의원들 다 체포해”라고 지시한 걸로 보고 있습니다.
임 국장은 조 청장이 포고령의 위헌·위법성을 검토하지 않았다고 진술했습니다. 검찰이 “포고령 발표 이후 2차 봉쇄 사이 조 청장이 포고령의 위헌·위법성을 검토한 뒤 출입 차단을 했냐”고 묻자, 임 국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제가 청장) 비서실에 있던 시간이다. 다른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오부명(왼쪽부터)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전차장과 주진우 전 서울경찰청 경비부장이 지난해 12월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의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 비상계엄 사태 관련 현안질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봉식, 국회의원 막고 계엄군 허가해”
오부명 전 서울청 공공안전차장은 국회의원 출입을 허용해 달라는 목현태 전 국회경비대장의 건의에 따라 경찰청에 2차 봉쇄 지시 재검토를 요청한 인물입니다. 오 전 차장은 임 국장에게 전화로 재검토를 요청했으나 ‘그대로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김 전 청장 역시 포고령의 위헌·위법성을 검토하라고 지시하지 않았다고 진술했습니다. 오 전 차장은 “(김 전 청장이 위헌·위법성을) 검토해 보라고 지시한 적 없다”며 “저희들이 보고 각자 의견을 이야기하는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오 전 차장은 국회 계엄해제 의결 이후인 12월4일 새벽 12시37분경부터 국회 현장에서 출입 통제를 지휘하기도 했습니다. 검찰이 “국회로 들어가는 사람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라는 방향으로 현장지휘한 게 맞냐”고 묻자 오 전 차장은 “네”라고 답했습니다. 그는 “임 국장에게 (의원들이) 출입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조 청장 지시’라며 ‘유지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출입통제 해제 시점을 “아침”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전 처장이 계엄군 진입은 허가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검찰이 “김 전 청장이 누구와 통화한 다음에 최창복 경비안전계장에게 ‘계엄군 국회 출입 협조’를 지시했고, 최 계장이 군인 들여보내라는 취지 무전을 했냐”고 묻자 오 전 차장은 “네”라고 답했습니다. 검찰은 김 전 처장과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이 수차례 전화하며 경력과 병력 이동 상황을 공유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오 전 차장은 일부 경찰청 간부들이 포고령에 대해 우려했지만 강력하게 '따르지 말자'고 건의한 간부는 없었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는 변호사이자 법무과장 출신인 최현석 전 서울청 생활안전차장(현 중앙경찰학교장)이 ‘포고령은 준법률적 성격이 있어서 따라야 한다’고 말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말했습니다.
오 전 차장은 “최 전 차장이 말한 뒤 다른 사람이 의견을 낼 수 없었고 분위기가 조용해진 게 맞냐”는 김 전 청장 측 질문에 “네”라고 말했습니다. “포고령 위헌성을 따지며 따르면 안 된다고 말한 사람은 없었냐”는 이어진 질문에 “그렇게 명쾌하게 말한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윤석열씨가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가운데 지난해 12월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계엄군이 창문을 깨고 진입하고 있다. (사진=독자제공)
주진우 전 서울청 경비부장도 김 전 청장이 ‘조 청장 지시’라며 “무전기를 잡고 ‘포고령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고 증언했습니다.
김 전 청장이 비상계엄 선포 전 경력을 준비한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주 전 부장은 김 전 처장이 2024년 12월3일 오후 7시30분쯤 사무실 복귀를 지시한 뒤 야간 기동대 현황을 물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김 전 처장이 ‘무슨 일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고 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주 전 부장은 김 전 청장 지시로 최창복 경비안전계장에게 오후 8시32분쯤 광화문 타격대 출동준비를 지시했고, 9시15분 국회 배치를 지시했다고 말했습니다. 김 전 처장이 ‘조금 늦어질 수 있다’며 대기태세를 지시하기도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전 청장이 기동대를 국회로 ‘조용히 보내라’고 지시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검찰이 “조용히 이동할 필요가 있었냐”고 묻자 주 전 부장은 “아침에 <서울의소리> 압수수색이 있어서 영등포 관내 민감한 일, 보안이 필요한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은 비상계엄 선포가 알려지는 것을 막고자 소수의 경력만 국회로 이동할 수 있었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두 피고인 측은 소수 경력으로 국회를 봉쇄할 수 없다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김 전 처장 측 변호인은 “서울 기동대 전부 동원해도 국회를 봉쇄할 수 없는데 국회와 용산으로 나눠서 보냈다”며 “국회 차단이 목적이었다면 용산으로 안 보내고 국회로 보내야지 않냐”고 물었습니다. 오 전 차장은 “그랬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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