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주요 건설사들이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가운데 수익성 개선을 위한 답을 전통적인 캐시카우(Cash Cow, 알짜사업)인 주택사업이 아닌 에너지 사업에서 찾고 있습니다. 업계 전문가들은 길어지는 건설경기 불황 속에 에너지 사업은 기존 건설사업과의 연관성도 크고 꾸준히 수익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각광받는 사업 포트폴리오가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달 28일 상장 건설사 최초로 'CEO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중장기 성장 전략 등을 발표했습니다. 'H-로드'라고 명명된 이 계획에는 현대건설이 오는 2030년까지 원전과 SMR(소형 모듈식 원자로) 위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가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호텔에서 열린 2025 현대건설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H-Road’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현대건설)
특히 직접 발표를 진행한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는 △에너지 트랜지션 리더(Energy Transition Leader) △글로벌 키 플레이어(Global Key Player) △코어 컴피턴시 포커스(Core Competency Focus) 등 세 가지 세부 전략을 밝혔는데 특히 에너지 사업 쪽에 힘을 줬습니다.
이 대표는 발표 중 원전과 SMR, 원자력 등의 단어를 110번 넘게 언급하고 에너지라는 단어 역시 44번을 언급할 정도로 크게 강조했는데요. 그는 "H-Road의 세 가지 전략을 통해 수주 규모를 현재 17조5000억원에서 2030년 25조원으로 확대할 것"이라며 "에너지 분야 매출 비중을 21%까지 늘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현대건설은 향후 대형원전과 SMR을 중심으로 지속 가능한 에너지 사업을 확장할 계획입니다. 특히 미국 대형원전(웨스팅하우스)·SMR(홀텍)과의 협력을 통해 시장 입지를 강화하고,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유럽 원전 시장에도 진출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주택 경기 침체에…원전·풍력·탄소포집 등 에너지 사업 집중
포스코이앤씨도 LNG나 풍력 등 에너지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포스코이앤씨는 정희민 대표가 올 초 신년사를 통해 "화공사업의 다변화와 가스발전 사업의 발굴 등을 통해 성장과 혁신을 모색하고, 저탄소 철강과 혁신형 소형기술원자로 기술 확보에도 집중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이에 미래 신사업 육성 전략 차원에서 기존 '그린에너지영업실'과 '사업실'을 통합해 '에너지사업실'을 신설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에는 노르웨이 국영 에너지기업 에퀴노르가 추진하는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 프로젝트의 육상공사를 단독 수주하며 해상풍력 시장에도 도전했으며, 혁신 소형모듈원자로(i-SMR) 기술 확보에도 집중하고 있습니다.
대우건설과 DL이앤씨도 에너지 분야로 사업영역을 꾸준히 넓히고 있습니다. 대우건설은 지난달 28일 대우건설 을지로 본사에서 한전원자력연료와 국내외 원자력 사업 공동개발·기술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습니다. 이 협약을 통해 양사는 원자력·핵연료 생산시설 관련 공동연구와 기술교류, 협의체 운영 등 상호 협력 체계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김보현 대우건설 대표이사(오른쪽)와 정창진 한전원자력연료 대표이사가 지난달 28일 국내외 원자력 사업 협업 강화를 위한 MOU 체결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우건설)
대우건설은 국내 유일의 원자력 연료 설계·제조 전문기업인 한전원자력연료와 함께 원자력 기술 수출에도 나설 방침입니다. 회사 관계자는 "신규 원전, SMR 사업에 적극 진출해 국내외에 K-건설의 위상을 높이겠다"고 말했습니다.
DL이앤씨는 지난달 열린 주주총회에서 수익성 개선을 위한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해 성장동력을 다각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탈탄소 가속화로 안정적 성장이 전망되는 에너지와 환경분야에 집중해 4세대 SMR 모델 표준화,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사업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전문가들은 주택 경기가 장기 침체에 놓여있고 회복 시기를 장담할 수 없는 만큼, 건설사들의 에너지 등 신사업 포트폴리오 확산 노력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사업이 여전히 건설사들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것은 맞지만, 최근 주택경기 불황 장기화로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기존 건설 사업과 연관성도 깊어 위험성도 적으면서 자금력이 있는 대형 건설사들이 지속가능한 수익을 창출해 내는 사업 포트폴리오는 에너지 분야 밖에 없다고 본다"라고 말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