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7일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열린 트럼프 행정부의 과학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대의 모습. (사진=위키피디아)
[뉴스토마토 서경주 객원기자]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가 시작된 이후 미국 과학계는 연구 기금 삭감, 인력 감축, 정보 차단 등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여러 국공립 및 민간 연구 기관에 대한 예산과 지원금을 대폭 삭감했습니다. 국립보건원(NIH)의 예산은 이전보다 30억달러가 줄어 다수의 연구 보조금과 프로젝트가 중단되었습니다. 국립과학재단(NSF)도 예산 동결로 연구 보조금 지급이 지연되거나 중요한 연구 계획이 중단되었습니다. 수천명의 연방정부 소속 연구원들이 해고되었으며, 이에 따라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해양대기관리처(NOAA) 같은 기관의 연구 수행 능력은 크게 위축되었습니다.
환경보호국(EPA)의 청정에너지 및 교통 프로젝트 지원도 중단되었습니다. EPA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 의회에서 승인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포함된 예산 가운데 온실가스 감축기금(Greenhouse Gas Reduction Fund, GGRF) 270억달러를 비롯해 3700억달러 규모의 청정에너지 및 교통 프로젝트 지원금 지급을 중단했습니다. 이 결정은 해당 분야의 여러 프로젝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주 정부, 연구 기관, 기업들이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또한 이전까지 공개되었던 수많은 데이터베이스와 연구 자료에 대한 접근이 차단되었습니다. 연구 환경이 열악해지자 미국 과학자들 다수가 해외에서 연구 기회를 찾고 있고 캐나다와 유럽 국가들이 이들을 유치하기 위해 나서고 있습니다.
‘과학을 위해 일어서라(Stand Up for Science) 2025’ 집회와 같은 시위를 조직하여 연구 기금 삭감, 연구자 해고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왔던 미국 과학계 인사들 1900여명은 트럼프 행정부가 연구를 수십년 지연시키고 미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할 수도 있는 ‘전면적인 공격(wholesale assault)’을 펼치고 있다는 내용의 대국민 공개서한을 발표했습니다. 이 공개서한에 서명한 과학자들은 모두 '미국 과학·공학· 의학 아카데미(National Academies of Sciences, Engineering and Medicine)' 소속 회원들입니다. 공개서한의 전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미국 과학계 공개서한 전문
우리는 모두 과학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과학은 우리의 주머니 속 스마트폰, 자동차의 내비게이션 시스템, 생명을 구하는 의료기술을 제공했습니다. 우리는 다리를 건너고 비행기를 탈 때 엔지니어들을 신뢰합니다. 기업과 농부들은 제품 혁신, 기술 발전, 기상 예보를 위해 과학과 공학에 의존합니다. 과학은 인류가 지구를 보호하고, 대기·수질·식품에서 오염물질과 독소를 제거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미국 정부는 80년 이상 현명한 투자를 통해 세계적으로 부러움을 살 만큼 강력한 연구 체계를 구축해왔습니다. 경악스럽게도, 트럼프 행정부는 연구 자금을 대폭 삭감하고, 수천명의 과학자를 해고하며, 대중의 과학 데이터 접근을 차단하고, 연구자들에게 이념적 이유로 연구를 변경하거나 포기하도록 압력을 가해 이 체제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서명자들은 '미국 국립과학·공학·의학 아카데미'의 선출된 회원들로서, 미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과학자, 공학, 의학 연구자들입니다. 우리는 개인의 자격으로 발언합니다. 우리는 지금 실제적인 위험을 감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다양한 정치적 신념을 가지고 있지만, 독립적인 과학 탐구를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하나로 단결했습니다. 우리는 긴급 구조 신호(SOS)를 보내며 경고합니다. 미국의 과학 연구 체계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과학 기관의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과학자들의 연구비 지원을 끊고, 연구소의 운영 지원을 철회하고, 국제 연구 협력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연구 자금 삭감으로 인해 여러 기관이 연구를 중단하고(새로운 질병 치료 연구 포함), 교수진을 해고하고, 대학원생을 모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미래세대 과학자를 양성하는 핵심 경로를 차단하는 것입니다.
현재 행정부가 50개 이상의 대학을 조사하고 있다는 사실은 연구계에 위협적인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최근 컬럼비아대학교는 연방정부의 연구비 지원을 유지하려면 특정 학과를 해체하라는 행정부의 징계 방침을 수용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수십개 대학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것은 고등교육과 해당 기관에서 수행하는 연구를 위험에 빠뜨릴 것입니다.
과학의 사명은 진실을 탐구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과학자들은 특정 이익집단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새로운 질문을 탐색하고 연구 결과를 솔직하게 보고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 행정부는 검열을 통해 이러한 독립성을 침해하고 있습니다. 어떤 연구에 자금을 지원하고, 어떤 논문이 발표되며, 연구 결과가 어떻게 보고되고, 대중이 어떤 데이터와 연구 결과에 접근할 수 있는지 좌지우지하기 위해 행정명령과 재정적 압박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행정부는 기후변화와 같은 불편한 주제나, 백신 안전성과 경제 동향처럼 자신들이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오는 연구를 막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연구진들에게는 두려움이 엄습하고 있습니다. 연구비나 직업 안정성을 잃을까 봐 염려하는 연구자들은 논문에서 자신의 이름을 삭제하고, 연구를 포기하며, 연구비 지원 신청서와 논문에서 정부 당국이 못마땅하게 여기는 ‘기후변화’와 같은 과학적으로 정확한 용어를 삭제하고 있습니다. 일부 과학자들은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대부분의 연구자, 대학, 연구기관, 전문 단체들은 행정부에 밉보여 연구 자금을 잃지 않으려고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미국의 연구 체계가 무너진다면, 우리는 과학적 우위를 잃게 될 것입니다. 다른 나라들이 새로운 질병 치료법, 청정 에너지원, 미래 기술 개발을 선도할 것이며, 그런 나라들의 국민은 더 건강해지고, 경제는 우리를 앞설 것입니다. 이는 산업, 국방, 정보 수집, 지구 환경 감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미국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입니다. 과학 연구 체계가 훼손되면 이를 되돌리는 데 수십년이 걸릴 것입니다.
우리는 행정부에 미국 과학에 대한 전면적인 공격을 중단할 것을 촉구합니다. 또한 미국 국민도 이 요구에 동참할 것을 부탁드립니다. 이 성명을 널리 공유하고, 의회 대표들에게 연락하며, 지역사회가 현재 위기에 대해 이해하도록 도와주십시오. 과학의 목소리를 침묵시켜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모두 과학의 혜택을 누리고 있으며, 연구 체계가 무너지면 모두가 피해를 보게 됩니다.
이 성명에서 표현된 견해는 개인적인 것이며, 국립아카데미나 소속 기관의 의견을 나타내는 것은 아닙니다.
‘과학을 위해 일어서라(Stand Up for Science) 2025’의 시위를 알리는 공식 포스터. (사진=https://standupforscience2025.org)
서경주 객원기자 kjsuh57@naver.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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