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예슬 기자] 대한민국이 오랫동안 지켜 온 법치주의는 12·3 불법 비상계엄 이후 흔들리고 있습니다. 내란수괴 윤석열을 파면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부정하고, 사법 불신을 조장하는 이들 때문입니다.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도 이런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김 전 장관은 극우 유튜버로 활동하던 2019년 8월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된 뒤 뇌물·직권남용 혐의로 교도소에 구속 수감된 것을 두고 '마녀사냥'이라고 칭하고 석방을 주장했습니다.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DAS)를 실소유하면서 자금 252억원을 횡령한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 수감된 것엔 "다스가 누구 것이면 어떤데, 그걸로 대통령을 구속시켜요? 그럼 문재인 이거는 당장 총살감이지"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로부터 5년여가 지난 지난해 8월 그는 고용부 장관으로 지명됐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뇌물죄를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재차 드러냈습니다. 법원의 결정을 부정하고 있는 겁니다.
23일 <뉴스토마토>는 김 전 장관의 법치주의 부정 발언을 모았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항소심 공판이 열린 2018년 8월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1인 방송들과 인터뷰를 하며 박 전 대통령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 전 장관은 2019년 4월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근혜 대통령 구속된 지 만 2년이 되는 날"이라며 구속 수감 중인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주장했습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는 마녀사냥·인민재판만 계속하지, 법치주의는 사라져 버렸다"고 했습니다.
그는 공식 석상에서도 같은 말을 반복했습니다. 김 전 장관은 2019년 8월20일 김무성·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개최한 '열린토론, 미래: 대안찾기' 토론회에서 "박근혜를 뇌물죄를 구속시키는데, 분노하지 않는 그런 국회의원(은) 대한민국 국회의원 자격 있냐"며 "죄 없이 감옥가 있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또 "다스(자동차 부품사)가 누구 것이면 어떤데, 그걸로 대통령을 구속하냐"면서 "박근혜 구속시켰으면 됐지, 이명박 구속시켜야 되느냐"고 따졌습니다. 2019년 8월 당시 박근혜·이명박 두 대통령은 모두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수감된 상태였습니다.
문제는 이런 발언이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뒤에도 계속됐다는 겁니다. 대법원은 2021년 1월 박 전 대통령에게 최순실 국정농단,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등의 혐의로 징역 20년에 벌금 180억원을 확정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2020년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17년을 받았습니다. 법원이 이 전 대통령을 다스의 실소유주로 인정한 겁니다. 특히 법원은 이 전 대통령이 다스를 통해 252억원을 횡령하고, 삼성그룹으로부터 약 89억원의 뇌물을 수수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2019년 8월20일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김무성, 정진석 의원 공동주관 '열린토론, 미래: 대안찾기'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국무위원이 된 후에도 법치를 부정하는 인식과 막말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김 전 장관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으로 재직 중인 2022년 10월12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했을 때도 "박근혜 대통령 22년형, 이명박 대통령 17년형, 국정원장 4명(원세훈·남재준·이병기·이병호)을 다 감옥에 보낸 문재인 전 대통령은 총살감이라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8월26일 고용부 장관에 지명된 후 국회에서 열린 고용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도 뜻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김 전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이 정경유착을 했다고 보지 않는다"며 "우리가(박근혜 전 대통령과 자신은) 같은 학년의, 나이도 같고, 같이 쭉 살았다. 그분이 뇌물죄로 구속된다면, 저도 뇌물죄다. 그분은 정말 뇌물죄를 알지도 못하고, 받을 사람도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법원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보는 박 전 대통령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야말로 궤변입니다.
김문수 21대 대통령 선거 국민의힘 경선 후보가 지난 19일 오후 서울 강서구 ASSA아트홀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선거 국민의힘 1차 경선 A조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 전 장관의 법치주의 불신 선동은 대선주자로 나선 뒤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 19일 21대 대통령 후보자 1차 경선 토론회에서 "물론 (헌재 판결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면서도 "절차적 문제가 있다. 내란죄를 넣었다가 뺐다가 하는 등 많은 의혹이 제기된다"고 '불복'의 여운을 남겼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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