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대선공약은 "'이승만기념관' 백지화"
22일 서울 지역 공약 발표…'빛의 혁명' 기념 역사테마공원 조성
오세훈, 송현동 이승만기념관 건립 검토 후 철회…용산으로 옮겨
김동연캠프, 서울 내 기념관 짓지 않기로…'진보 결집' 위한 포석
2025-04-23 16:54:26 2025-04-23 16:54:26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민주당 대선 경선 공약으로 '이승만기념관 백지화'를 들고 나왔습니다. 독재와 부정선거 등 이승만 전 대통령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켜 김 지사 본인의 당내 선명성을 강조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됩니다. 하지만 이승만기념관 백지화 공약이 김 지사에게 의미있는 정치적 이득을 줄지 여부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회의적입니다.
 
김 지사의 선거캠프인 김동연캠프는 지난 22일 서울 지역 공약을 발표하면서 세부 공약으로 '이승만기념관 백지화', '국민통합형 역사공원 건립'을 내세웠습니다. 서울시 종로구 송현동 부지에 빛의 혁명을 기념할 수 있는 역사테마공원을 조성한다는 겁니다. 윤석열씨 탄핵 정국 당시 송현동 부지 근처인 광화문 일대에선 시민들이 연일 윤씨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2일 서울 여의도 대산빌딩 소재 대선 경선 캠프에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동연캠프)
 
이에 대해 김동연캠프 관계자는 23일 <뉴스토마토>의 공약 관련 질의에 "찬반 논란이 있는 개인의 기념관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함께 뜻을 기릴 수 있는 통합형 역사공원을 건립하자는 의미"라며 "특히 우리 헌법의 정신인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 나온다'는 것을 광장에서 보여준 2016년 촛불혁명과 2024년 빛의 혁명을 기념하는 공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 지사가 송현동 부지를 역사공원으로 조성하면서 이승만기념관 백지화 카드를 들고 나온 것도 주목됩니다. 앞서 지난해 서울시청은 종로구 송현동 48-9번지 일대 3만6903.3㎡ 부지에 이승만기념관 건립을 검토한 바 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해 2월23일 '이승만기념관을 건립해야 하느냐'는 서울시의회 시정질의에 "네"라고 답한 뒤 "가능성이 제일 높게 논의되는 데가 송현동 공원"이라고 답했습니다. 그즈음 이승만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건국전쟁>이 개봉됐고, 보수 우파를 중심으로 관람 열풍이 생겼습니다. 이에 오 시장의 이승만기념관 구상은 '건국전쟁 바람'에 편승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승만기념관에 대한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오 시장은 불과 반년 만에 송현동에 기념관을 세우겠다는 방침을 포기하고, 용산공원에 조성하는 걸로 계획을 바꿨습니다. 오 시장은 지난해 8월29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송현공원을 이승만기념관 추진위원회 쪽에서 가장 적절한 입지로 판단하고 저희에게 요청을 해왔다"며 "처음에 저는 분명히 동의하지 않는 입장이었지만 논의 결과 수용할 가치가 있는 제안이라는 판단을 해서 한때는 심도 있게 검토를 했었다. 시민 여러분들에게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오 시장은 '용산공원에 이승만기념관이 과연 어울리느냐'는 질의엔 "네. 어울린다고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서울 종로구 열린송현녹지광장에서 열린 제1회 서울조각페스티벌을 찾은 시민들이 2024년 9월2일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런데 김 지사는 아예 서울엔 이승만기념관을 짓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송현등·용산 등 서울 어디든 이승만기념관을 안 만들겠다는 것이냐'는 질의에 캠프 관계자는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김 지사의 공약이 진보 진영에서의 세결집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했습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승만기념관에 대한 책임은 추진한 정부나 오세훈 서울시장이 져야 할 텐데, 경선 과정을 맞아 김 지사가 선명성 등 정치적 고려를 해서 백지화 공약을 했던 것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지금 경선 기간이니까 진보 진영에서 김 지사 본인의 선명성을 강하게 드러내려고 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이승만기념관 백지화 공약이 김 지사에게 의미 있는 정치적 이득을 가져다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평가가 나옵니다. 김철현 경일대 특임교수는 "백지화 공약은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와 민주당의 대선 전략과 전혀 상반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계엄과 탄핵을 맞이해서 국민이 분열됐기 때문에 이 전 대표와 민주당은 통합 행보를 하려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지사가 이승만 전 대통령을 소환해서 얻으려고 하는 정치적 이익이 좀 불분명한 상태"라며 "이재명 전 대표의 중도보수 행보와 괜히 어설프게 차별화를 하다 보면 보수 지지층 자극만 시키는 역효과가 있기 때문에 조금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고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조진만 교수 역시 "오 시장이 대선에 나오면 이승만기념관을 두고 김 지사가 각을 세울 수 있지만 오 시장은 대선에 불출마했다"며 "더군다나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김 지사의 비판적인 입장이 유권자들에게 별로 각인돼있지 않다. 지금 상황에서 백지화 공약이 임팩트가 있을 거 같지 않다"고 내다봤습니다.
 
한편, 현재 이승만기념관 건립 절차는 정부 단계에서 멈춰있습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이승만대통령 기념재단이 기본계획 등 심의에 필요한 서류를 아직도 제출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이에 이승만 대통령 기념재단에 건립 경과를 질의했으나 해당 관계자는 "오늘 회의가 있어서 나중에 연락주겠다"고만 했습니다. 서울시청은 정부에서 결과가 나와야 건립 여부를 정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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