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예슬 기자] 6월 조기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청계천 피복공장 재단보조로 일한 경험과 노동운동에 투신한 이력 등을 내세우며 '자신보다 밑바닥 노동자를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합니다. 하지만 그가 해온 말을 보면 노동운동가 출신이라 믿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김 전 장관은 회사의 대량 해고 결정에 반대하며 파업에 나섰던 쌍용차 노동자를 '자살 특공대'라 칭하는가 하면, 노조가 없는 기업을 찬양하고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른 기업을 감싸는 말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28일 <뉴스토마토>는 노동운동가 출신이라고 믿기 어려운 김 전 장관의 반노동 발언을 모았습니다.
조기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전태일기념관에 설치된 전태일 동상 옆에 앉아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 전 장관은 노동운동가 출신 정치인으로 잘 알려졌습니다. 서울대 재학 중 학생운동을 하다 1974년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으로 제적된 뒤 청계천 피복공장에서 미싱 보조, 면도날 제조공장인 한국도루코에서 제조노동자로 일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12월3일 불법 비상계엄 이후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언급되기 시작하자 이런 경력을 앞세워 누구보다 서민의 마음을 잘 헤아릴 수 있다고 대중에 호소해왔습니다.
고용부 장관 시절인 지난 2월19일엔 국회에서 열린 '노동개혁 대토론회'에 참석한 기자들과 만나 "저는 대한민국 가장 밑바닥 청계천 재단 보조로 출발했다"며 "여러 면에서 사회 가장 밑바닥부터 남들이 가장 하고 싶어하는 자리까지 해봤다"고 했습니다. 정치적 확장성을 우려하는 질문에 나온 답변입니다.
김 전 장관은 최근에도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전태일기념관에서 청년들과 만나 "나를 두고 '돈 많은 재벌을 옹호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데 밑바닥에서 가장 어려운 노동자와 영세 서민들, 그리고 농민들에 대해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밑바닥 노동자' 출신인 그의 반노동 인식은 감추려야 감출 수 없을 정도로 뿌리 깊습니다. 김 전 장관은 2023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시절 광주글로벌모터스를 방문한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광주글로벌모터스를 방문했습니다. 감동받았습니다. 노조가 없습니다. 620명의 평균 나이 28세, 현장에서 핸드폰은 보관하고 사용할 수 없습니다. 평균임금은 4000만원이 안 됩니다(현대·기아차의 40% 정도)"라고 올렸습니다.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조율해야 할 수장이 노조가 없는 기업과 낮은 임금을 찬양했다는 비판이 곳곳에서 나왔습니다.
같은 해 5월16일 김 전 장관은 건설노조 수사에 항의하며 분신한 고 양회동 3지대장의 죽음을 노조가 방조했다는 의혹을 담은 조선일보 자회사 조선NS 기사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하고선 “충격적”이라고 썼습니다.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의혹성 보도에 사회적 대화 기구 수장이 해당 기사를 공유하고 노조에 대한 혐오를 드러낸 겁니다. 하지만 해당 주장은 2024년 경찰 조사 결과 사실무근으로 확인됐습니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경제 분야 공약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보다 노골적인 반노동 발언이 많습니다. 극우 유튜버로 활동하던 2022년에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김문수TV'에서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파업을 겨냥해 "불법 파업엔 손해배상 폭탄이 특효약"이라며 "민사소송을 오래 끌수록 (노동자) 가정이 파탄 나게 된다"고 발언했습니다. 화물노동자가 파업에 이르게 된 배경, 구조적 문제 해결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노동자를 탄압해야 할 대상으로 본 겁니다.
이와 유사한 발언은 십수년 전에도 있었습니다. 경기도지사 시절인 2009년 7월7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 쌍용차 파업 사태와 관련해 "해고된 900여명과 외부 세력들이 자살 특공대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표현했습니다. 당시 쌍용차 노동자들은 회사의 대규모 정리해고에 맞서 공장을 점거하는 파업을 벌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헬기 등을 동원해 과잉 진압했고 수많은 노동자가 다치거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고통을 받았습니다.
발언은 일파만파 논란이었지만, 그는 끝내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8월26일 국회에서 열린 고용부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자살 특공대' 발언에 사과를 요구하는 야당 의원의 요구에 "반성할 문제가 아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김 전 장관은 유독 기업엔 관대합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이 2019년 12월17일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 와해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하고 관련 임직원에 실형을 선고한 때입니다. 김 전 장관은 하루 뒤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문재인 노동인권변호사와 김명수 대법원장의 속성이 반재벌·친민노총임을 잘 드러내주는 판결"이라며 "삼성의 무노조 전략은 이병철 창업자부터 이어져 온 고집"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헌법과 노동법이 보장하는 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를 부정하는 기업의 편을 든 겁니다.
김 전 장관의 반노동, 기업 두둔 발언은 최근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는 이달 18일 서울 여의도 선거캠프에선 '경제 살리기 공약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에는 이재용이도 잡혀가서 감옥 살고, 최태원이도 감옥 살고, 신동빈이도 감옥 살고 한국에 잘나가는 기업이 다 감옥 가는데 잘나가는 기업은 다 감옥 갈 위험이 있다"며 "사법 리스크, 감옥 리스크 때문에 (기업이) 한국에 오기를 겁낸다. 노란봉투법, 중대재해처벌법 이거를 기업 하기 좋은 쪽으로 바꿔줘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노동계가 주장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기업 활동을 방해하는 제도로 칭하고, 불법을 저질러 사법 심판대에 오른 경영인들을 감싼 겁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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