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삼성 100조의 딜레마)②차량용 반도체 M&A 수면 위로
인피니온, 1위 프리미엄에 인수 어려워
르네사스 등 '국가 산업 보호' 장벽 넘어야
NXP, 비싼 몸값에 중국 정부 승인도 걸림돌
2025-05-19 06:00:00 2025-05-19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5월 14일 17:07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삼성전자(005930)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 진출을 위해 글로벌 선두 기업 인수를 타진하며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19년 네덜란드 NXP 인수 시도 이후 6년간 인피니온,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르네사스 등이 주요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하만과의 시너지뿐만 아니라 메모리 편중을 탈피한 종합 시스템 반도체 기업으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는 기대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와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에서 세계적 선두를 달리고 있으나,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선 후발주자다. 2016년 하만을 80억달러에 인수하며 ‘엑시노스 오토’를 개발했지만, 마이크로컨트롤러(MCU)와 전력 반도체 포트폴리오 부족으로 인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된다.
 
삼성전자(사진=삼성전자)
 
업계 1위 인피니온, 인수 가능성 '희박'
 
업계 1위인 인피니온의 경우 인수에는 최소 60조원대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인피니온의 시가총액은 500억달러(약 70조원) 수준으로, 113조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삼성전자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다만 인수에 따른 추가적인 프리미엄을 얹어줘야 하는 부담과 유럽 규제 대응, 독일의 독특한 기업지배구조도 고려해야 한다. 독일 기업에는 노동이사회(Betriebsrat)가 있어, 기업 경영 결정에 노동자 대표 의견이 반영된다. 현지 투자와 고용 보장이 약속되지 않는다면 인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인텔은 2010년 인피니온의 무선사업부를 14억달러(당시 한화로 약 1.5조원)에 인수하면서 기존 직원 약 3000명에 대한 고용 유지 조건을 달았고, 노동이사회와의 협의에 1년 가까이 소요됐다. 해외 주요 외신에선 당시 인텔이 노동이사회 대응 비용으로 인수가의 1~2%에 달하는 금액을 지출했고, 독일 정부나 EU와의 협의 과정에서도 수천억원을 썼을 것이란 추측이 뒤따랐다. 이 외에도 일반적으로 대형 글로벌 인수 과정에서 총 인수가의 0.5~1.5%인 법률·노무 컨설팅 비용만 1000억원 안팎에 달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결국 인피니온을 인수하기 위해선 그동안 모아둔 현금성 자산을 사실상 모두 투입해야 하는 부담이 뒤따른다. 나아가 인피니온은 지난해 차량용 반도체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으로, 프리미엄도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테크인사이트가 발표한 2024년 차량용 반도체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인피니온의 점유율은 13.5%로 5년 연속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 달엔 마벨 테크놀로지의 자동차 이더넷 사업을 25억달러(약 3조4000억원)에 인수하면서 차량용 반도체 1강 체제를 굳힌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르네사스와 ST마이크로일렉트릭스, '국가 산업 보호' 장벽 넘어야
 
스위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ST마이크로일렉트릭스도 인수 대상으로 종종 거론된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이탈리아의 SGS마이크로일렉트로니카와 프랑스 톰슨 SA의 반도체 사업부가 합병해 설립된 기업으로, 인수를 위해선 프랑스와 이탈리아 정부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ST마이크로일렉트릭스는 프랑스 정부와 이탈리아 정부가 공동 소유한 지주회사, ST마이크로일렉트릭스 홀딩스가 지분 27.5%를 보유하고 있다.
 
ST마이크로일렉트릭스의 시가총액은 약 200억 달러(약 28조원) 수준으로, 인피니온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다. 다만 프랑스·이탈리아 정부는 자국 기반의 반도체 기업을 보호하는 경향 때문에 인수가 쉽지 않다. 지난 2012년 ST마이크로일렉트릭스의 디지털 사업 분할 매각설이 나왔을 때도 삼성전자가 원매자로 거론됐지만, 이후 정부 지분 문제 등으로 진전되지 못하고 좌절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일본의 차량용 반도체 기업인 르네사스는 시가 총액 228억달러(약 32조원)로, 몸값만 놓고 보면 ST마이크로일렉트릭스와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르네사스도 ST마이크로일렉트릭스와 마찬가지로 일본정부펀드(INCJ)가 70% 이상 지분을 보유했던 기업이라 인수에 난항이 예상된다.
 
실제 인피니온이 2015년 르네사스 인수를 추진했을 때도 당시 엔도 타카오 대표는 로이터와의 인터뷰를 통해 INCJ가 해외 기업에 지분을 팔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2023년을 전후해 INCJ는 보유 지분을 모두 매각한 상태지만, 삼성전자가 인수를 제안할 경우 일본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고 일본 정부의 승인도 거쳐야 한다. 반도체는 일본의 안보 산업으로 지정되어 있어, 해외에서 자국 내 주요 기술기업 지분을 10% 이상 취득할 경우 정부 사전심사를 거쳐야 한다.
 
삼성전자가 인피니온 인수에 성공할 경우 자동차 MCU 점유율에선 NXP, 인피니온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어 주요 인수 후보군으로 꼽힌다. 나아가 일본 자동차 업계가 그동안 국내 반도체 업체를 선호해 온 만큼 도요타, 혼다, 닛산 등과의 협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어 추가적인 수익도 예상된다. 르네사스의 지난해 국가별 매출 가운데 국내 매출은 약 25%로 중국(24%), 유럽(19%) 등과 비교해 가장 높았고, 대부분이 일본의 완성차 업체와의 거래를 통해 발생했다.
 
NXP, 현금성 자산 '올인'…중국 정부 승인도 걸림돌
 
시장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NXP의 시가총액은 약 500억 달러(약 70조원)다. 인수 프리미엄 등을 고려하면 NXP의 몸값은 삼성전자가 쌓아둔 현금성 자산을 사실상 모두 투입해야 성사가 가능한 규모다. 2019년에도 삼성은 NXP 인수를 타진했으나 몸값에 대한 이견과 반독점 심사 문제로 한 차례 철회한 전례가 있다. 과거 퀄컴도 NXP를 440억달러에 인수하려다 중국 당국의 승인 지연으로 무산된 바 있다.
 
우선 미국과 EU, 중국 등을 비롯한 국가들을 상대로 반도체 반독점 심사를 모두 통과해야 한다. 특히 NXP 매출은 중국 자동차업체 및 부품사가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중국 정부의 승인이 가장 큰 불확실성으로 꼽힌다. NXP의 국가별 매출 비중은 2023년 기준 중국(32.9%), 미국(10.2%), 일본(8.3%), 독일(6.8%), 한국(5.0%) 순이다.
 
TSMC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주요국들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NXP는 자체 팹을 보유하고 있지만, 고성능 SoC, MCU, 통신용 칩 등은 TSMC의 첨단 파운드리를 활용하고 있다. 특히 TSMC는 NXP의 차량용 AP, ADAS용 SoC, 16nm 이하 공정 제품 생산을 전담 중이다. 삼성전자가 NXP를 인수할 경우, 주요국들은 단일 대형 공급자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할 수 있어 이들을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IB 업계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는 기술 시너지와 사업 규모 면에서 매력적이지만 인수 금액 단위가 적지 않아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의 시나리오"라며 "우선적으로 기술 제휴나 협력을 통해 비메모리 사업을 확대하려고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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