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5월 14일 17:34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에쓰오일(
S-Oil(010950)이 초대형 석유화학 투자 프로젝트인 ‘샤힌 프로젝트’에 9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 가운데 수익성 악화와 재무 부담이 겹치면서 사업 지속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대주주인 사우디 아람코가 직접 샤힌 프로젝트 현장인 울산을 방문해 전폭적인 지원 의사를 밝히면서 에쓰오일이 위기 국면에서 돌파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을지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2일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 ‘샤힌 프로젝트’ 현장을 방문한 모하메드 알카타니 사장(맨 앞)이 샤힌 프로젝트의 안전 시공과 프로젝트의 성공을 기원하며 서명하고 있다. (사진=에쓰오일)
1분기 적자전환…부채 대비 현금 부족한 상황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21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전년 동기 454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과 비교하면 급락한 실적이다. 직전 분기(2224억원)에 비해서도 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한 데 이어 결국 적자를 면치 못했다. 같은 기간 매출도 8조9905억원으로 전년 대비 3.4% 줄었다.
회사의 재무 상황도 녹록지 않다. 지난해 말 기준 에쓰오일이 가진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조9458억원, 기타금융자산 110억원, 기타유동자산 5990억원을 다 합쳐도 2조5558억원에 불과하다. 반면, 단기성부채는 차입금 4조148억원, 기타 유동부채 6506억원 등 총 4조6654억원에 달한다. 이자비용 역시 지난해 2827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500억원 가까이 증가해 재무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부채비율 역시 급등했다. 2023년 131.2%였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181.19%로 50%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유동비율도 같은 기간 104.25%에서 86.20%로 18.05%포인트 감소했다. 이처럼 수익성 감소와 차입금 증가에 따른 재무부담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에쓰오일이 2026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 중인 ‘샤힌 프로젝트’ 추진 여력에 대한 의구심이 고개를 들고 있다.
샤힌 프로젝트는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에 세계 최대 규모의 TC2C(원유 직분해 기술) 및 스팀 크래커(기초유분 생산설비) 등을 구축하는 사업으로, 투자 규모만 약 9조2580억원에 달한다. 국내 석유화학 분야 사상 최대 투자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단기간 내 수익성이 가시화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중국발 공급 과잉 상황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샤힌 프로젝트도 HD현대오일뱅크의 중질유분해설비(HPC) 투자처럼 재무 부담만 커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HD현대오일뱅크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3조4000억원을 투입해 HPC 설비를 구축했지만, 글로벌 침체 여파로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도리어 HPC 설비 가동으로 소폭 적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D현대오일뱅크는 이 과정에서 발행한 신종자본증권(2020년 발행)을 상환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또다시 발행한 5500억원가량의 신종자본증권을 대부분 사용하고 있다.
남은 투자금만 4.4조원…아람코 지원 약속 유의미할까
에쓰오일의 상황도 비슷하다. 2023년 말 순차입금은 3조7580억원에서 지난해 말 6조459억원으로 늘었다. 순차입금의존도는 19.2%에서 24.7%로 5.5%포인트 상승했으며, 상각전영업이익(EBITA) 대비 순차입금배율도 0.9배에서 5.1배로 급등했다. 하지만 아직도 샤힌 프로젝트는 수조원의 투자가 더 이뤄져야 한다. 샤힌 프로젝트는 내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현재 69.1%의 공정률을 기록하고 있다. 에쓰오일에 따르면 올해 예정된 샤힌 프로젝트 자본적지출(CAPEX) 규모는 3조4000억원이며 내년 상반기에는 준공까지 1조원 이상이 집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글로벌 수요 둔화와 공급 과잉이라는 근본적 문제가 풀리지 않는 한 샤힌 프로젝트 역시 대규모 투자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처럼 에쓰오일이 투자 후폭풍에 휘청이는 가운데, 사우디 아람코가 ‘구원투수’로 나섰다. 무함마드 알카타니 아람코 다운스트림 사장은 최근 울산 샤힌 프로젝트 공사 현장을 직접 방문해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아람코의 지원 약속에 대해 에쓰오일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샤힌 프로젝트 투자 결정부터 사우디 아람코 여신 관련 보증 등 사업의 성공적인 진행을 위해 실질적인 도움을 많이 주고 있는 상황”이라며 “해당 프로젝트를 한국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결정한 것부터가 이미 실질적인 지원 형태”라고 말했다.
사실상 아람코가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에 직접적인 금전적 지원 약속을 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부터 내년까지 남아 있는 약 4조4000억원의 투자금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가 숙제로 남아있다.
이에 대해 에쓰오일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회사가 사업 계획을 수립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자금조달 계획이 있다. 재무적으로 어려운 상황까지 가정해서 매우 보수적으로 수립한 계획안”이라면서 “회사가 가지고 있는 유보금이나 회사채, 그리고 대주주 보증 및 대여금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투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며 현재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알카타니 아람코 사장은 최근 샤힌 프로젝트 현장에서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 TC2C 시설과 스팀 크래커, 폴리머 공장 등을 둘러보고, 국내 최고 높이인 118미터 프로필렌 분리 타워에 프로젝트 성공 기원을 담은 서명을 남기기도 했다. 알카타니 사장은 “샤힌 프로젝트는 아람코가 석유화학 부문에서 지속적인 리더십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업”이라며 “에쓰오일의 미래 성장뿐 아니라 글로벌 석유화학 시장에서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