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롯데손보 채권 조기상환 불발…투자자 ‘발동동’
금감원 태클에 콜옵션 행사 보류
3년 전 흥국생명 사태 떠올라 채권시장 ‘술렁’
1000억 유증시 연내 상환 가능
2025-05-16 06:00:00 2025-05-16 09:37:29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롯데손해보험의 후순위채권 조기상환이 금융당국에 의해 저지됐습니다. 지급여력비율이 낮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금융사들이 발행하는 장기채권에서 당연하게 여겨졌던 조기상환이 불발되자 채권가격이 하락하는 등 시장이 술렁였습니다. 그러나 일정을 미뤘을 뿐 결국 하반기 안에는 상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채권가격 하락세도 일단 멈췄습니다. 
 
조기상환시 지급여력 우려 ‘급제동’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장내 채권시장에서 롯데손해보험의 8회차 후순위채는 36원 하락한 9803원으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지난주부터 시작된 약세를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일단 하락세는 진정된 모습입니다.
 
롯데손해보험8(후)은 지난 2020년 5월7일에 900억원 규모로 발행된 후순위채권입니다. 만기는 2030년 5월7일, 10년물입니다. 다만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발행하는 후순위채권이나 신종자본증권 등엔 콜옵션, 즉 발행사가 조기에 채권을 상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경우가 많습니다. 
 
롯데손해보험8(후) 역시 발행 5년이 되는 시점부터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게 설정돼 있습니다. 롯데손해보험은 예정대로 콜옵션을 행사해 발행일로부터 5년째인 내달 7일에 조기상환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를 금융감독원이 막아선 것입니다. 
 
금감원이 채권 상환을 막은 이유는 흔히 ‘킥스(K-ICS)’라고 부르는 지급여력비율 기준 때문입니다. 보험사고 발생 시 보험사가 계약자들에게 보험금을 내어줄 수 있는 여력을 의미합니다. 금감원은 롯데손보가 이번 후순위채 900억원을 상환할 경우 현재 금융당국이 보험사들에 최소한의 킥스 기준으로 제시한 150%가 깨질 수 있다고 봤습니다. 
 

(표=뉴스토마토)
 
롯데, ‘예외모형’ 고수하다 채권시장에 찬물
 
다만 이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선 금감원이 롯데손보를 제지하기에 앞서 벌어졌던 몇 가지 사실을 짚어볼 필요가 있는데요. 지난해 11월 금감원은 보험사들이 킥스를 산정할 때 쓰는 기준에 대해 권고한 일이 있습니다. 
 
보험사들은 계약자들이 보험을 중도해지하는 경우까지 가정해 지급여력비율을 산정합니다. 이때 보험료가 낮은 대신 해약환급금이 없거나 적게 돌려주는 무해지·저해지 상품의 경우 ‘예외모형’을 적용해 해지율을 산출합니다. 금감원은 이걸 ‘원칙모형’으로 바꾸라고 권고했습니다. 규정상 둘 다 쓸 수 있는데 예외모형을 적용하면 킥스가 높게, 원칙모형으로 하면 낮게 나온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이에 예외모형을 쓰던 보험사들은 불만을 나타냈지만 결국 원칙모형으로 기준을 바꿨으나 롯데손보는 아직 예외모형을 쓰고 있었던 겁니다. 
 
롯데손보는 지난 2월 롯데손해보험8(후) 채권을 차환하기 위해 1000억원 규모로 18회차 후순위채권을 발행하려다 철회했습니다. 공식적으론 수요예측이 저조하단 이유였지만 곧바로 금감원이 자본적정성 수시검사에 나선 것을 보면 롯데손보가 고수한 예외모형이 화근이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때 차환용 후순위채를 발행하지 못한 것이 결국 이번 콜옵션 불이행 사태로 이어진 것입니다. 
 
금감원의 태클에도 롯데손보는 지난달 2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콜옵션 권리행사를 통보했으나 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해 결국 이를 취소했습니다. 그 영향으로 롯데손해보험이 발행한 채권은 모두 가격이 급락했습니다. 2일까지만 해도 정상가를 유지하던 채권가격이 7일에 동반 급락한 것입니다. 채권 액면가 아래로 떨어져 아직도 회복하지 못한 채권이 많습니다. 
 
롯데손보의 콜옵션 불이행은 채권시장에도 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2022년 레고랜드 채권 사태 당시 흥국생명보험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채권시장이 폭격을 맞았던 기억이 선명하게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무보증 금융채(금융기관채)의 평균 시가평가수익률이 상승했습니다. 롯데손보 후순위채 신용등급에 해당하는 A-등급의 신평사 4사 평균수익률은 4월 말 6.108%까지 내려왔는데 14일 현재 6.250%로 오른 상태입니다. AA-등급 평균수익률도 4.3%대에서 안정되다가 롯데손보 여파에 4.481%로 상승했습니다. 
 
(사진=뉴시스)
 
하반기 상환 계획 밝혀
 
다만 이번 롯데손보 후순위채 조기상환 문제는 흥국생명 콜옵션 사태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며칠간 혼돈에 빠졌던 투자자들도 어느 정도 진정된 것으로 보입니다. 
 
채권시장에서 거래되는 채권 시세와 신용평가사들이 매기는 민평가를 참고해도 분위기 변화를 엿볼 수 있습니다. 문제가 됐던 롯데손해보험8(후) 채권은 이날 9803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날 신평가 4사가 매긴 민평가는 9923.08원으로 시세보다 높습니다. 이 채권의 민평가는 롯데손보가 콜옵션 행사를 통보했다는 소식에 4월21일 9888.46원에서 이튿날 1만111.69원으로 급등했고, 이달 7일 콜옵션 행사를 취소하자 다시 1만원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현재 민평가는 채권가격보다 높고 콜옵션 행사를 통보하기 직전 민평가보다도 높습니다. 이는 시기의 문제일 뿐 채권을 조기상환할 것이라는 신평사들의 예상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실제로 롯데손보에서도 조기상환을 보류하면서 자본을 확충해 하반기에 상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14일엔 한국거래소가 롯데손보에 1000억원 유상증자 풍문보도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해, 롯데 측으로부터 자본확충 계획을 협의 중이며 한 달 안에 이를 공시하겠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또한 롯데손보가 발행한 후순위채는 많지만 내년 12월 롯데손해보험신종자본증권3 채권의 콜옵션 행사일이 올 때까지는 다른 채권의 만기나 조기상환 일정이 없다는 점도 한숨 덜 수 있는 요인입니다.
 
연내 킥스 기준이 완화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을 덜어줍니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지난 3월11일 보험개혁회의를 열고, 상반기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킥스 감독기준을 변경하고 연말결산 때부터 적용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현재 150% 기준을 10~20%포인트 내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콜옵션은 첫 행사 가능일이 지난 후부터 매 이자 지급일에 다시 행사할 수 있습니다. 롯데손해보험8(후) 채권은 3개월마다 이자를 지급하는 이표채이므로 5월7일이 넘어가면 8월7일, 11월7일 등에 맞춰 콜옵션 행사가 가능합니다. 유증을 실행한다고 가정할 경우 일정을 감안하면 11월7일 조기상환이 예상됩니다. 이처럼 지금 롯데손보 콜옵션 사태를 낙관적으로 본다면 지금 채권가격은 매력적일 수 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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