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어영부영 ‘3저’? 건설·금융 고공행진
원전 올라탄 현대건설, 어느새 2배 급등
은행·증권주도 동반 상승
금리·환율·유가 하락 맞물려 ‘응답하라 1988’
2025-05-28 06:00:00 2025-05-28 06: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어영부영 저유가, 저달러, 저금리 환경 즉 ‘3저’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3저 수혜주로 알려진 은행, 건설주도 강세입니다. 오랜 기간 조정에 따른 반등인지 정말로 3저 효과에 기인한 것인지 향방이 주목됩니다. 
 
건설·금융 동반 상승에 ‘3저’ 소환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6.53% 오른 6만2000원에 마감했습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4만원 미만이었던 주가가 파죽지세로 6만원을 뛰어넘었습니다. 
 
현대건설 주가는 올해 들어 벌써 2배 이상 올랐습니다. 조선, 방산, 인공지능(AI) 등과 같이 증권사들이 올해 업황을 좋게 평가한 업종도 아닌 건설주가 이렇게나 강세를 보인 것은 예상 밖입니다. 또한 현대건설만큼은 아니어도 삼성물산, 대우건설, GS건설 등 다른 건설주들도 상승세가 뚜렷합니다. 
 
금융업종도 동반 상승세를 그리고 있습니다. 은행과 은행지주 주가가 4월부터 줄곧 상승 중입니다. 보험사들도 아직은 더디지만 선발주자들부터 상승폭을 키우고 있습니다. 물론 4월부터 주식시장 전체가 반등했고 일부 기업은 주가가 오를 만한 호재도 있습니다. 다만 하필이면 건설과 금융의 강세여서 다른 배경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3저’입니다.
 
3저는 저금리, 저달러(환율), 저유가 상황을 일컫습니다. 과거 2차 오일쇼크의 영향으로 중동 산유국들이 공급을 크게 늘려 유가가 하락 안정됐고, 미국 등은 유가 때문에 급등했던 물가를 잡기 위해 올렸던 금리를 내렸으며, 일본과 독일을 견제하기 위한 플라자합의를 체결, 달러도 잡았습니다. 그 결과 1980년대 중후반 낮은 금리와 환율, 유가에 힘입어 우리 경제가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을 누렸습니다. 당시 주식시장에서는 건설주와 은행주, 증권주가 고공행진했습니다. 
 
지금은 당시와 사정이 딴판이지만 결과는 묘하게 닮았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과 중동 국가들 사이의 전쟁에도 국제유가는 60달러대 초반으로 낮게 유지되고 있으며, 글로벌 금리는 관세 탓에 아직 높은 곳에 머물러 있지만 국내 금리는 이미 하락세인 데다 추가 하락도 예상됩니다. 미국이 수출을 위해 주요국들의 환율을 견제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원달러환율도 하방으로 자릴 잡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건설과 은행이 강세 행진을 벌이면서 3저 호황을 떠올리게 만든 것입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건설 아직 흐린데 주가 먼저 출발
 
증권업계에서 올해 건설업황을 좋게 본 전망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실제 업황도 부진합니다. 지난 14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5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건설업 부진과 미국의 관세 인상 등 통상 여건 악화로 올해 경제성장률이 0.8%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3개월만에 성장률 전망치를 절반으로 내리는 이유가 관세 외 건설업 부진 때문이라고 지목한 것입니다. 
 
하지만 주가가 업황을 선반영한다는 점에서 이제 건설이 긴 침체의 터널에서 빠져나올 때가 됐다는 기대를 품게 합니다. 
 
1분기 주택 착공은 3만4000호로 전년 대비 40% 넘게 급감했습니다. 분양이 신통치 않아서입니다. 한 가지 긍정적인 것은 원가율 개선입니다. 하나증권은 “2021~2022년에 착공한 건설현장이 대부분 올해와 내년에 완공될 예정”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에 따라 일단 이익은 점차 개선될 수 있을 전망입니다. 매출은 시간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다음 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데요. 이번 선거에서도 대형 건설, 토목 관련 공약이 쏟아졌습니다. 각종 인프라 건설과 주택공급 방안이 포함돼 실행될 경우 건설업 회복에 큰 도움이 될 전망입니다. 
 
특히 현대건설의 경우 원전이 이번 랠리의 촉매가 됐습니다. 원전 건설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고 있어 미국이 주도하는 원전 보급 확대 정책에 영향을 받는데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앞으로 25년간 원전 300기를 신규 건설하겠다고 발언하면서 현대건설 주가 상승에 불을 당겼습니다. 이 발언 전까지만 해도 미국은 소형모듈원자로(SMR)를 포함해 100기의 원전을 건설하겠다고 했는데 300기로 크게 확대된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 우선주의로 인해 미국 기업들이 기회를 독점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으나 주가는 기대감을 안고 달리고 있습니다. 
 
삼성물산 또한 업황 외에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적분할을 통한 그룹 지배구조 변화라는 요인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금융지원 정책, 꼭 부정적이진 않아”
 
은행의 경우 대선은 부정적인 변수입니다. 각 후보의 공약에 경제와 서민 등을 지원하는 방안에 은행의 역할을 주문하는 내용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런 지원책은 가계의 자산건전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반드시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 
 
김은갑 키움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은행업을 전망하면서 “기준금리 인하나 금융지원 정책은 자산건전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금리하락 시 연체율이 하락하게 되는데, 과거 사례에서는 비은행이나 기업대출 부문의 개선폭이 컸다”면서 “최근 연체율 상승도 비은행과 기업대출 부문이었던 만큼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증권주들도 증시 반등과 함께 살아나고 있습니다. 하반기 경제 전망은 부정적이지만 새 정부가 추진할 상법 개정 등 자본시장 제도 개선이 본격화할 경우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도는 한층 개선될 전망이어서 흐름은 좋습니다.
 
금리와 환율은 계속 하락 중입니다. 그 효과가 건설, 증권 등의 업황 개선에 긍정적이어서 이들에 대한 주목도도 계속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올해 건설업황은 여전히 어둡지만 주가는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잠실르엘 아파트 건설 현장.(사진=연합뉴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