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출범 반기는 석화업계…“3년 뒤 글로벌 리밸런싱”
증설 둔화 등 공급 과잉 완화 전망
석화업계, 불황에 체질개선 안간힘
새정부 출범에 사업재편 지원 기대
2025-06-04 15:26:59 2025-06-05 11:31:11
[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구조적 불황을 겪고 있는 석유화학업계가 체질 개선을 서두르며 3년 뒤 글로벌 공급망 재편(리밸런싱)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새정부 출범으로 지난해 말 시작된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여 업계는 다양한 창구를 활용해 지원을 요구할 계획입니다.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 (사진=롯데케미칼).
 
4일 업계에 따르면 3~5년 뒤에 석유화학 제품 수요 회복으로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석유화학업계에 모처럼 희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글로벌 에너지 전문 분석기관 ICIS는 오는 2028~2030년 폴리에틸렌(PE)·폴리프로필렌(PP)·파라자일렌(PX) 등 제품군의 공급과잉이 완화돼 수급 균형이 맞을 것이라는 내용의 분석을 지난달 22일 내놨습니다. 신규 증설 둔화와 함께 설비 폐쇄로 리밸런싱이 이뤄진다는 것입니다.
 
ICIS는 오는 2030년까지 2200만톤(t) 규모의 설비가 폐쇄돼야 글로벌 석유화학 설비의 평균 가동률이 85% 수준으로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에틸렌 설비의 경우, 2035년까지 평균 가동률이 79%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이며 점진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진다면 완만한 반등이 가능하다고 내다봤습니다.
 
중국이 석화 자급자족을 이유로 공격적인 증설에 나서면서 PE, PP, PX는 현재 글로벌 공급과잉 상태입니다. ICIS는 오는 2027년까지 전 세계 에틸렌 신규 증설의 67%, PE의 57%가 중국에서 이뤄질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중국 중심의 증설 사이클이 오는 2027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후 공급 과잉이 해소되면 반등 국면에 들어선다는 기대감이 나옵니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수요가 회복되면 시황이 조금은 나아질 것으로 기대 중”이라며 “중국 물량이 늘어난 상태다 보니 회복된 수요를 같이 나누게 되면, 수요가 완만하게 올라가는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습니다.
 
에틸렌은 나프타 분해(NCC) 과정을 통해 생산되는 기체 상태의 석유화학 기초 유분입니다. PE, 염화비닐수지(PVC) 등 석유화학 제품의 대표적인 원료(업스트림)로, 흔히 ‘석유화학의 쌀’로 불립니다.
 
다만 국내 석화 업체들은 에틸렌 재고가 쌓여 부득이하게 밀어내기 수출에 나서는 상황입니다. 통상 국내에서 생산된 에틸렌으로 석유화학제품을 제조하는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있는데, 업황 부진으로 국내에서 소화되지 못한 물량이 쌓이는 겁니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4월 에틸렌 수출량은 63만7578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1만134톤)보다 약 25% 증가했습니다.
 
업계는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습니다. LG화학은 최근 비핵심 사업인 워터솔루션 부문 사업 매각에 착수했습니다. 미국 테네시주에 2조원을 투자해 신성장 사업으로 꼽힌 양극재를 연간 6만톤 생산할 수 있는 규모의 공장도 짓고 있습니다. 롯데케미칼은 비핵심 자산을 정리하는 ‘에셋 라이트(자산 경량화)’ 전략을 추진 중입니다. 해외 법인 매각을 통해 약 1조7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하기도 했습니다.
 
새 정부가 들어선 만큼 업계에서는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 추진과 함께 본격적인 정책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옵니다. 지난 3월 한국화학산업협회가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진행한 석화업계 구조 재편 방안 용역 결과도 정부에 제출됐지만, 대책안 발표 시기는 하반기에나 나올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 추진하려던 경쟁력 제고 방안이 계엄 사태로 정체된 면이 있었다”면서 “새 정부가 들어선 만큼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이고, R&D 지원, 스페셜티 제품 투자에 좋은 여건이 조성된다면, 기업들도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