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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국내 면세업계는 24조8586억원 규모로 성장하며 역대 최대 호황을 누렸다. 당시 정부는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비자 발급 요건을 완화하고 중국어 안내 서비스 확대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며 면세시장 성장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2020년 이후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중국인 관광객의 소비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면세시장 규모는 급격히 위축됐고 지난해에는 14조2249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이에 <IB토마토>는 침체된 면세업계의 현황을 짚어보고 향후 업황 회복 가능성을 점검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끝났지만 면세업계 내 일상이 회복되기까지는 장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인 관광객이 쇼핑할 수 있는 선택지가 다양해지면서 경쟁력이 약화된 가운데 고환율 기조가 이어지면서 국내 면세 업황이 개선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에서도 특허수수료 감면과 면세주류에 대한 병수 제한을 폐지하는 등 '면세점 살리기'에 나섰지만, 올해 1분기에도 면세업계 빅4 가운데 3개 기업이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신세계디에프)
호텔신라·신세계, 임차료 인하 요구…조정 가능성 '글쎄'
5일 한국관광공사 데이터랩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관광객(승무원 제외)은 총 518만9763명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452만3711명) 대비 14.72%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여전히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 514만7067명 대비 낮은 수준이다.
연간 방문객 수로 보더라도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 풍토병화)가 지난 2023년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관광객 수는 2019년 수준으로 쉽게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연간 외국인 관광객수는 1522만8420명으로 회복됐지만, 2019년(1646만3683명)과 비교하면 92.50%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 머물렀다.
여기에 고환율과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 선택지가 다양해지면서 면세업계의 실적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지난 4월29일 신세계를 시작으로 지난달 8일에는 호텔신라가 인천지방법원에 인천국제공항점 임차료를 인하해달라는 내용의 조정 신청을 낸 바 있다. 앞서 인천공항 면세점 구역은 지난 2023년부터 공항 이용객 수에 연동해 산출하는 방식으로 변경해 운영하고 있다.
면세 특허권 입찰 당시 신라와 신세계가 제시한 여객 1인당 수수료는 약 1만원으로 매월 인천공항 이용객이 약 300만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양사의 월 임차료는 대략 3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연간으로 치면 3600억원에 이른다. 이에 양사는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제1·2여객터미널 면세점 중 화장품·향수·주류·담배 매장 임대료를 40% 인하해 줄 것을 요구해왔으나, 인국공이 이를 거절하면서 법원에 조정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국공은 지난달 30일 법원에 조정기일 연기 신청을 완료했다. 다만, 아직까지 법원으로부터 조정기일을 받지 못해 언제 조정이 이뤄질지는 미정인 상황이다.
엔데믹 2년 차에 접어든 시점에서 면세업계가 인국공 설득에 성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09년 인국공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롯데면세점과 호텔신라 등 입점 업체 전체를 대상으로 2010년 12월까지 약 2년간 임대료를 감면해준 바 있으나, 지금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게 인국공측의 설명이다.
인국공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당시에는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국가 차원의 이슈가 있었기 때문에 입점 업체 전체에 대해서 감면이 이뤄졌다"라면서도 "임대료의 경우 사업자가 제시한 금액으로 입찰을 통해 진행한 것으로 담당자의 재량으로 임대료를 감면할 경우 당시 입찰에서 떨어진 기업에게는 형평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면세점의 경우 법원 조정신청에 참여하지 않은 건에 대해서 "인천공항 면세사업자 선정 입찰에서 적정 가격으로 사업권을 획득했다”며 “경쟁사가 법원에 신청한 임대료 조정 건이 성사되더라도 이미 매출에 따른 영업료율과 유사한 금액을 납부하고 있기 때문에 감면에 따른 혜택을 받기가 힘든 구조"라고 설명했다.
주류 병수제한 폐지했지만 400달러 한도는 그대로
이 가운데 정부에서는 올해 2월부터 면세점 특허수수료 50% 감면하고 면세주류 병수제한을 폐지하는 등 면세업계 살리기에 나섰다. 지난해 매출분에 부과하는 특허수수료부터 감면을 적용해, 기존에는 매출액에 따라 2000억원 이하 0.1%, 2000억원 초과~1조원 이하 0.5%, 1조원 초과 시 1%이던 수수료율이 개정안으로 인해 각각 0.05%, 0.25%, 0.5%로 감면됐다.
면세주류 한도도 폐지됐다. 기존에는 주류 면세기준은 2병 합산하여 용량은 2리터(L) 이하, 400달러 이하만 가능했다. 최근 정부에서 주류 병수제한이 폐지했으나, 여전히 400달러 이하라는 가격 제한이 적용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추가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면세주류 병수제한의 경우 여전히 면세한도가 400달러로 정해져 있어 선택의 폭이 좁다는 평가가 나온다. 온라인 면세점 가격을 기준으로 조니워커(750ml)는 158.21달러에서 208.84달러로 가격이 형성돼 있어, 면세점에 따라 2병 이상 구매가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주류 제한이 폐지됐지만 여전히 400달러라는 가격 제한이 남아있다"라며 "이에 면세사업자가 느끼는 체감상 변화는 크지 않다"라고 토로했다.
외국인 관광객의 면세 이용 비중이 줄어들면서 면세업계의 업황 악화도 중단기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국내뿐 아니라 중국 등 해외 면세업계와 경쟁력도 약화되는 추세다. 중국 정부가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해 면세산업을 국가 핵심산업으로 추진하면서 지난 2021년 하이난에 글로벌 면세사업 1위를 넘겨준지 오래다. 자국민을 대상으로 면세 규제를 완화하면서 면세한도를 크게 높인점과 방문 이후에도 6개월간 온라인을 통해 면세점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한 점 등이 성장으로 이어졌다. 하이난의 면세 구매한도는 하이난은 면세 구매한도를 10만위안(한화 약 1900만원), 품목 45종으로 정해두고 있다.
이에 면세사업 중장기 기본계획을 수립과 특허수수료 체계 개선 등 정부의 정책 지원체계 구축과 면세한도 상향, 내국인 구매한도 폐지, 해외거주 외국인 대상 온라인 판매 허용 등을 통한 소비 촉진 확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김재호 인하공전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아지면서 따이궁의 경우에도 굳이 한국 면세점을 방문하지 않아도 된다는 기조가 깔렸다"라며 "제도적인 면에서는 면세한도 상향과 하이난이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는 것에 준하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어 "면세 기업들은 단순 물건 판매뿐 아니라 문화체험 등 K-컬처를 활용한 특화 상품을 제공하고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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