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AI 3대강국' 시동…관건은 '대규모 전력망' 구축
공약 지키기 행보…민관 협력 강조
정부와 여야 머리 맞대야…특단 대책 필요
2025-06-20 17:52:55 2025-06-20 17:52:55
[뉴스토마토 차철우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인공지능(AI) 3대 강국을 위한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습니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AI 데이터센터 출범식에 방문했는데요. 과감한 세제 혜택과 규제 혁신을 통해 대한민국 AI 대전환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전력망'입니다. 민관의 의지를 뒷받침할 '대규모 전력망 구축'에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과거 대규모 정전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정치권 안팎에선 정부와 여야가 머리를 맞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박정희 경부고속도로 빗대 "AI 데이터센터" 외쳤다
 
이 대통령은 20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AI 글로벌 협력 기업 간담회'에서 기업인들과 함께 산업 육성 방안 등에 관해 논의했습니다. 앞서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AI 3대 강국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하며 AI 투자 100조원 시대 등을 공언했습니다. 공약 실현을 위해 이번 간담회를 개최한 건데요. 이 대통령은 기업인의 목소리를 청취하며 관련 기업을 격려하기도 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울산 AI 데이터센터가 대한민국 산업 정책을 이끄는 훌륭한 역할을 해주길 믿고 기대한다"며 "지역 경제 활성화의 희망이 되는 모범적인 사례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습니다. 
 
아울러 "대한민국이 지금까지 고속 성장을 했는데, 지금 시중에서 쓰는 말로 깔딱고개를 넘는 중"이라며 "준비하기에 따라 새로운 세상으로 넘어갈 수도 있고, 다시 내려갈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경부고속도로가 대한민국 산업화 성공을 이끌었던 것처럼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시작으로 과감한 세제 혜택, 규제혁신을 통해 민간의 투자를 촉진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날 간담회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신아 카카오 대표, 배경훈 LG AI연구원 원장, 이준희 삼성SDS 사장, 서범석 루닛 대표, 백준호 퓨리오사AI대표 등이 참석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최 회장에게 "우리 (최태원) SK 회장님 애썼습니다"라고 격려했습니다. 이에 최 회장은 "정부가 AI 수요자가 돼 달라"고 화답했습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 등에게는 "우리 국민의 위대함 속에 기업의 위대함이 이런 분들의 뛰어난 능력으로 (이어져) 우리 산업과 경제계를 이끌고 있다"며 "우리가 맞닥뜨린 AI 첨단시대에 세계를 선도하는 훌륭한 역할을 잘해낼 것으로 믿는다"고 전했습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기업인들은 이 대통령에게 정상 외교를 통해 정부가 AI 산업 국외 진출의 다리가 돼주길 요청했습니다. 기업인들의 의견을 청취한 이 대통령은 "국가 기관 산업 및 핵심 전략 산업으로 AI 산업의 의미와 중요성이 매우 크다"며 민관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울산 AI데이터센터 출범식에 입장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한전 적자에…'공급망 난항' 불가피
 
다만 한국이 AI 강국으로 올라서기 위해선 '대규모 전력망 구축'이 필수적인 상황입니다.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이 필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생성형 AI 서비스의 전력 소모량의 경우 기존 인터넷보다 10배 이상 소요됩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발표한 제11차 전력기본수급계획에 따르면 우리나라 첨단 산업에 필요한 전력은 올해 1.4기가와트(GW)에서 2036년에는 6.1GW로 4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현재 한국은 150여 개의 데이터센터를 보유 중입니다. 수전용량(데이터센터에 공급되는 전력 용량)은 약 1.4GW 수준입니다. 
 
오는 2027년까지 필요한 데이터센터 전기 사용신청량은 7343메가와트(㎿)로 조사됐습니다. 하지만 공급 가능 규모는 4718㎿ 수준에 그칩니다. 2625㎿(36%)에 달하는 데이터 센터용 전기가 부족한 겁니다. 일부 허위 신청된 사례가 있다고 가정해도 전기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을지 알기 어렵습니다. 

현재 한국전력에선 2038년까지 전력망 확충에 72조8000억원 투자를 결정했습니다. AI 확산으로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늘면서 2년 전 발표한 계획보다 투자비가 16조3000억원 늘었습니다. 
 
하지만 전국 전력망 확충 사업은 계획보다 지체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전력망 건설 사업에 대한 우려는 여전합니다. 송배전망 건설을 책임지는 한전의 부채가 올해 1분기 기준 207조원에 육박한 상황입니다. 일각에선 이 때문에 전력망이 예정대로 구축되는 데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업계에선 전력 소비량 증가에 따른 전력망 구축과 더불어 인프라 구축도 중요하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우리나라는 2011년 9월 대규모 정전사태를 겪기도 했습니다. 당시 전력거래소는 더위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자 순환 정전을 감행한 바 있습니다. 앞으로 AI 산업 발전에 따른 전력 급증과 전력망 구축 등이 지연되면 과거 사례가 반복될 수 있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국회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최우선 과제는 전력 공급 문제 해결인데요.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29년까지 1GW급 원전 53기를 건설해야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있습니다. 결국 정부 주도로 AI 데이터 센터가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겁니다. 
 
정책적으로는 데이터센터의 수도권 집중화 문제 해결이 우선순위로 꼽힙니다. 지역 분산 정책을 통한 전력 수급 문제를 완화해 수도권 과밀화를 해결해야 한다는 겁니다. 아울러 재생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도입해 지속 가능한 데이터센터를 추구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됩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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