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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7월 22일 13:48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한국투자증권이 롯데그룹의 백기사로 또 나섰다.
롯데지주(004990)와 한국투자증권은 기업공개(IPO)에 좌절된 롯데글로벌로지스 주식을 담보로 한 주가수익스왑(Price Return Swap·PRS) 체결했다. 해당 딜을 통해 한국투자증권은 딜 주관 역량 확대를 기대할 수 있는 한편 IPO보다 더 높은 수준의 수익도 기록할 수 있게 됐다.
현금 갈급한 롯데에 백기사 자처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2025년 하반기 사장단회의(VCM)를 마무리했다. 지난 16일부터 진행된 회의에선 신동빈 회장을 포함해 사업군 총괄대표와 계열사 대표 등이 참석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6일부터 진행된 2025 하반기 VCM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롯데지주)
1박2일 합숙 일정으로 열렸지만, 회의 이후 구체적인 롯데그룹의 운영 향방이 발표되지는 않았다. 회의에서 신 회장은 하반기 경영방침으로 △브랜드 가치 제고 △사업군별 전략 추진 가속화 △생산성 향상 등을 주문했다. 하지만 그룹 주력 계열사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특별한 해결방안은 나오지 못했다.
실제 롯데그룹 미래에 대해서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여기에 더해 올해 상반기 주요 계열사의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되는 굴욕마저 감내해야 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롯데지주, 롯데물산, 롯데캐피탈,
롯데렌탈(089860),
롯데케미칼(011170), 롯데건설 등 6개사의 신용등급이 올해 상반기 들어 하향 조정됐다.
유동성 위기에 몰린 롯데그룹에 한국투자증권이 손을 내밀었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주식 604만4952주는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016360)에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이 가운데 479만8925주를 한국투자증권이 주가수익스왑( PRS) 방시으로 인수한다.
한국투자증권이 롯데그룹의 백기사로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말부터다. 당시 롯데지주는 와디즈 보통주 409만주, 전환우선주(CPS) 97만주를 기초자산으로 한 PRS 계약을 한국투자증권과 체결했다. 계약금액은 185억원이었다. 이번 협력은 투자기업으로서 역량 강화에 나선 한국투자증권과 자금이 갈급한 롯데그룹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앞서 한국투자증권은 김성환 대표 주문으로 투자 역량 강화에 주력하면서 어려운 딜을 주관, 수익성 확보와 실적을 쌓는 중이다.
한국투자증권 선뜻 나선 이유는?
시장에서 우려를 사고 있는 롯데그룹 딜에 한국투자증권이 선뜻 나선 이유는 메리츠증권 사례에서 충분한 수익성을 확인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진=메리츠증권)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롯데케미칼의 1조4000억원 자금조달 계획 중 절반 수준인 6600억 PRS 계약을 단독으로 따내면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당시 메리츠증권이 롯데케미칼과 미국 자회사 LCLA 지분 40%를 담보로 5% 내외의 금리를 제시했다. 다만 상환 책임을 롯데케미칼에 부여하는 방식을 취했다.
PRS는 계약 기업과 금융사 간 기초자산의 주식 가치가 계약 당시 보다 높으면 차액을 기업이 가져가고, 반대의 경우엔 손실금액을 투자자(금융기관)에 보전하는 파생상품이다. 이에 따라 상환 부담을 지는 기업 신용도에 따라 금융사도 어느 정도 리스크를 부담하는 환경에서 매입한 자산을 담보로 단기채권을 발행해 수익을 실현한다.
메리츠증권은 발행 단기 채권의 차환 부담을 롯데케미칼에 부담하게 해 사실상 리스크가 없이 자금 지원을 통한 이율 수익 실현이 가능하게 했다. 이전 이력이 없는 상환 의무를 모기업으로 부여하는 방안을 두고 업계에선 획기적이다는 평가와 더불어 메리츠증권 다운 딜이라는 평가를 내놓은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이번 롯데지주의 PRS는 한국투자증권이 향후 발행한 채권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특약은 없다. 이에 따라 기존 PRS와 같이 단기채권에 대해서는 한국투자증권이 리스크를 부담할 전망이다.
PRS 이자율은 연 5%대 중반 수준에서 책정됐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1주당 가격은 2만838원으로 책정돼 한국투자증권이 이번 딜을 통해 확보할 이자수익은 5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전 롯데글로벌로지스의 IPO 수수료 총액이 14억원이고, 한국투자증권 배정 수수료가 4억원인 것을 생각하면 한국투자증권은 IPO 좌절로 더 큰 수익을 얻게 된 셈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리스크를 고려해야 하는 증권사 입장에서 메리츠증권 같이 창의성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다”라며 “다만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선 한국투자증권 정도가 메리츠증권을 따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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