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기 건설 불황에 수출 타격까지…철강업계 ‘내우외환’
건설 투자 4년 연속 감소…역대 최장
7월 수출 전년비 9.7%↓…지속 '감소'
2025-07-23 15:32:18 2025-07-23 15:39:56
[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국내 건설업 불황이 장기화되고, 미국의 고관세 기조가 이어지면서 수출마저 타격을 받으며 국내 철강업계가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건설 경기 위축으로 철강 내수 수요가 줄어든 가운데, 미국과의 관세 협상도 지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건설 투자가 4년 연속 감소하며 역대 최장 기간 침체 기록을 세운 데다, 미 정부가 외국산 철강 제품에 부과한 50%의 초고율 관세를 낮출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정부 차원의 대응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경북 포항에 위치한 포스코 2연주공장에서 철강반제품인 슬라브를 생산하고 있는 모습. (사진=포스코)
 
최근 국내 건설경기 침체가 사상 최장 기간 지속되고 있습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이 지난 21일 발표한 ‘건설동향 브리핑’에 따르면 국내 건설투자는 4년 연속 감소했습니다. 이는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70년 이후 처음이며, 역대 최장 기간입니다. 한국은행의 ‘2023년 국민계정 확정치’에 따르면 국내 건설투자는 △2021년 -0.2% △2022년 -3.5% △2023년 -0.5% △2024년 -3.3%(잠정치)로 4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장기적인 건설 부진은 고용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건설업 취업자 수는 193만9000명으로, 전년 대비 14만6000명 감소했습니다. 이는 외환위기였던 1999년 상반기(-27만4000명) 이후 최대 감소 폭입니다. 
 
이 같은 건설업 부진은 철강업계에도 악영향을 미칩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철강 수요에서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1.5%로 가장 높습니다. 이는 건설 경기 변화가 철강 내수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건설 경기와 철강 수요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건설경기만 회복돼도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역시 대부분의 주요 기관들이 국내 건설투자의 감소를 전망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과 건산연 등은 올해 건설투자가 전년 대비 5%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은행은 올해 건설투자가 6.1%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이대로라면 건설투자는 2021년부터 5년 연속 감소하게 됩니다. 
 
수출 역시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지난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7월 철강 수출액은 전년 대비 9.7% 감소했습니다. 업계는 이 같은 감소 원인으로 지난 6월부터 본격화된 50% 관세로 인한 수출 차질과, 미국 수출길이 막힌 중국산 철강제품의 밀어내기식 저가 공세를 지목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7월 이후에도 수출 감소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오는 25일 미국과 ‘2+2 통상 협의’를 통해 철강 관세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지만, 최대 50%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대폭 낮출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설령 조정이 이뤄지더라도 협상이 마무리되기까지는 최소 2~3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제로 최근 미국과 관세 협상을 타결한 영국과 베트남도 각각 비슷한 시간이 소요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업계가 ‘이중고’를 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박철한 건산연 연구위원은 “지속 가능한 건설산업의 성장을 위해 정부가 과감한 예산 투입과 함께 공공 프로젝트를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며 “또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금융 규제 완화 등 정책 유연성도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미 통상 협상에서 철강제품에 대한 관세 완화 또는 예외 적용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야 한다”며 “또 철강기업에 대한 무역금융 보증 확대, 전략 시장 다변화 지원 등 정책 지원도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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