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철우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9년 이후 6년 8개월 만에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김정은정권이 들어선 후 다섯 번째 방중인데요. 이번 방중을 통해 북한의 대외적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행보로 평가됩니다. 방중 직전부터 베이징 도착까지, 김 위원장의 동선을 보면 이번 '5차 방중'의 목적이 그려집니다.
방중 직전 김 위원장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고체연료 엔진 연구소를 찾아 '북한의 미사일' 능력을 과시했고, 전용열차를 타고 2일(현지시간) 오후 중국 베이징에 도착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3일 전승절(항일 전쟁과 2차 세계대전 승리) 열병식 관람을 위해 '톈안먼(천안문) 망루'에도 오를 예정입니다. 이후 중국, 러시아와 연쇄 회담도 개최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처음으로 다자외교에 나서는 김 위원장인 대내외적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한 행보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방중 전 존재감…대미 압박용
외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5시께 중국 베이징 도착했습니다. 전날 새벽 북·중 국경을 넘은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는 이날 오전 7시께 선양을 통과한 뒤 베이징으로 향했습니다. 이에 따라 본격적으로 김 위원장의 방중 일정이 시작될 예정인데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연쇄 정상회담을 가질 것으로 보입니다.
김 위원장은 이번 방중에 앞서 미국을 향한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일 미사일총국 산하 화학재료종합연구원을 방문해 신형 고체연료 엔진 개발 현황을 점검에 나섰다고 보도했습니다. 중국 방문을 위한 전용열차 탑승 직전 방문이 이뤄진 것으로 보입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탄소섬유 복합재료를 이용한 대출력 고체 엔진(발동기)을 제작하고 지난 2년간 8차례에 걸쳐 지상 분출 시험을 통한 발동기 동작 믿음성과, 정확성을 검증한 시험 결과에 대해 파악했다고 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또 전문화된 계열 생산 토대 구축 문제까지 협의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북한 전략 미사일 무력 강화와 능력 확대에서 커다란 변혁을 예고하는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며 "연구소 과학자들에게 국가 표창을 수여할 것"을 지시했다고 통신은 밝혔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신형 ICBM 화성-19형 시험발사 성공 소식을 알린 바 있습니다. 방중 직전 미사일 연구소를 방문해 대내외에 북한의 ICBM 능력을 과시함과 동시에 '강대국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모습입니다. 또 미국 본토까지 타격이 가능한 ICBM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미국에 대한 압박 메시지를 낸 것이기도 합니다.
김 위원장은 연구소 방문 뒤 곧바로 전용열차에 탑승했습니다. 북한은 이례적으로 최고지도자의 국외 방문을 출발 직후 공개했는데요. 중국 국경을 통과한 사실도 약 3시간 만에 알렸습니다. 이후 <조선중앙TV>가 이날 오전 김 위원장은 방중 사실도 빠르게 전했습니다. 김 위원장 동선이 거의 실시간으로 공개한 겁니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존재감을 대외적으로 과시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동안 북한이 김 위원장의 행보를 알려온 방식과 차이가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2023년 9월10일 김 위원장 러시아 방문 때는 이틀 뒤인 9월12일에 보도했습니다. 앞선 2018년 3월25~28일, 5월7~8일, 2019년 6월19~20일 3차례 방중 당시엔 일정 마지막 날 알려졌습니다. 2019년 1월7~19일 마지막 중국 방문 때도 도착 직전 소식이 처음 전해졌습니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이 김 위원장 출발을 당일에 공식 확인한 사례는 2019년 4월 러시아를 찾았을 때가 유일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1일 전용열차로 출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수행원 구성도 전략적…러·중과 연쇄 회담 예고
전용열차에는 주요 수행원도 함께 탑승했는데, 수행원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노동신문>은 이날 중국 방문에 대해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정부의 주요 지도간부들이 동행하고 있다"며 사진을 공개했는데요. 공개된 사진에선 최선희 외무상과 김성남 노동당 국제부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탔습니다.
최 외무상은 북한의 핵·미사일 외교를 담당하는 핵심 인물로 꼽힙니다. 김성남 국제부장은 북·중 관계의 핵심 인물로 전해집니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이 단순 외교에 그치는 게 아니라는 건데요. 북한의 핵미사일 외교와 북·중 관계 강화, 내부 정책 실행 등 다양한 측면에서 전략적인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배우자인 리설주 여사와 딸 김주애, 여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의 동행 여부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습니다. 다만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박선원 민주당 의원과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후 비공개회의 이후 "국정원은 리설주와 김 부부장과 동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딸 김주애의 중국 동행 여부가 주목받습니다. 김주애는 지난 2022년 11월 처음 공식석상에 등장한 바 있습니다. 이후 북한 내 군사 퍼레이드나 훈련 등 주요 군사 행사에 김 위원장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다수 행사에서 배우자 리설주, 김 부부장보다 앞에 서는 등 특급 대우를 받았으며 사실상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평가받습니다.
이번에 김 위원장과 함께 딸 주애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만남이 이뤄지면, 사실상 김 위원장 후계자로서의 입지를 굳힐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만 정보위는 "국정원은 주애가 같이 갈 것인가는 확정적으로 단정하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