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국내 유통 대기업들이 저출산과 인구 감소, 소비 위축 등으로 내수 성장 한계에 직면하면서 해외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습니다. 특히 동남아와 미국을 중심으로 ▲점포 확장 ▲직접 진출 ▲자체 브랜드(PB) 수출 등 다양한 전략이 동원되고 있는데요.
과거 중국 올인 전략과 달리 이번엔 잠재력 있는 신흥시장과 소비 트렌드 중심지로의 진출이 특징입니다. 이에 대해 유통 및 소비자 전문가 3인은 '선점-현지화-수출'이라는 3단계 접근법이 기업 생존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업종별 접근 방식과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인도네시아 발리 덴파사르 지역에 위치한 롯데마트 발리점 소매 공간. (사진=롯데마트)
이종우 교수 "해외 MZ세대와 SNS 확산력 주목…식품·패션·화장품에 기회"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통 대기업들의 최근 해외 진출 전략의 핵심 배경으로 한류와 SNS를 기반으로 한 해외 MZ세대의 소비력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는데요. 이 교수는 "해외 진출은 단순히 점포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현지 MZ세대의 소비 감성을 파악하고 이에 맞는 브랜드 전략을 구사해야 효과를 낼 수 있다"면서 "특히 SNS 채널을 통한 빠른 인지도가 가능하기 때문에 식품·패션·화장품 등 공감 가능한 카테고리에선 기회가 많습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한류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불확실한 만큼, 한류 인기가 높을 때 빠르게 진입하고 현지화 세팅을 마쳐야 이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는데요. 이 교수는 몽골에서 빠르게 확장한 편의점 CU 사례를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제시하며 단기간 현지화 세팅 및 확장의 동시 전략이 중요하다고 진단했습니다.
서용구 교수 "중국 시장 매력 약화… 업종별 진출 방식 차별화 필요"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 유통업체들이 집중했던 중국 시장은 더 이상 매력적인 타깃이 아니라고 분석했습니다.
서 교수는 "중국은 한때 대형마트와 백화점이 몰렸던 시장이지만, 정부 규제와 현지 기업과의 경쟁 심화로 대거 철수한 경험이 있다. 미·중 갈등과 정치적 변수 등을 고려할 때 현재는 동남아·미국·대만·일본 등으로 시장을 다변화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서 교수는 업종별 접근 방식의 차이도 강조했는데요. 그는 "예컨대 편의점은 라이선스 방식으로 리스크를 분산하고 있는 반면, 대형마트나 백화점은 대부분 직접 진출 방식으로 초기 투자와 사업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크다"며 "브랜드 자체 경쟁력을 갖춘 패션 기업은 성공 가능성이 있지만 물류망 확보가 중요한 대형마트는 신중한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은희 교수 "시장별 진출 방식·속도 전략적으로 달라야"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유통 대기업의 시장 다변화 전략 자체는 타당하지만 진출 시기와 방식은 국가별로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교수는 "미국은 한국 제품의 디테일과 차별성이 통할 수 있는 시장이다. 파리바게뜨가 미국과 유럽에서 제과 명가들과 경쟁하며 성과를 내는 것이 그 사례인데, 반면 동남아는 중산층 확대와 한류 영향 등으로 잠재력은 크지만 인프라와 유통 환경은 미흡한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미국 시장의 경우 관세 정책 등 정치 변수, 동남아는 국가별 유통 구조와 소비 수준 차이를 주요 리스크로 지목하며 표준화 및 현지화의 전략 선택이 핵심이라고 조언했는데요.
이 교수는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은 각기 다른 소비 패턴과 유통 환경을 갖고 있기 때문에 철저한 사전 조사를 통한 맞춤형 진출이 필요하다"며 "단순히 한국식 시스템을 이식하기보다는 현지 문화와 소비 성향에 맞는 유연한 전략이 요구된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국내 시장의 구조적 침체가 유통 대기업의 해외 진출을 불가피하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오프라인 유통 매출은 전년 대비 0.1% 감소하며 2020년 이후 첫 역성장을 기록했죠. 반면 온라인 유통은 15.8% 증가해 디지털 중심 소비 트렌드가 심화되고 있는데요.
또 과거 중국 진출이 규모의 시장에 집중했다면 최근 전략은 잠재력 높은 틈새시장 공략에 무게를 두고 있는데요 . 동남아는 경제 성장세와 함께 중산층이 확대되고 한류 영향력도 커지고 있어 한국 유통 브랜드에 우호적인 시장 환경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롯데쇼핑은 베트남을 중심으로 복합 쇼핑몰 확대와 직진출 방식으로 동남아 유통망을 확장 중이며, 싱가포르에서는 PB 상품 수출을 통한 유통 다각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신세계 이마트는 동남아 지역에 직진출과 마스터 프랜차이즈를 병행해 점포 수를 늘리며 현지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죠. 그러나 진출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전략적 현지화와 실행력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시각으로 진단됩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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