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초고속'으로 바닷물을 식수로 만든다
낮밤 가리지 않는 신개념 담수화 기술로 새 물길 열어
2025-10-20 09:32:50 2025-10-20 13:58:29
줄(Joule) 가열을 이용한 계면 태양열 증기 발생 장치의 개략도. (사진=Communications Engineering)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지구 표면의 70%는 바다지만, 그 중 마실 수 있는 담수는 2.5% 남짓에 불과합니다. 물 부족이 ‘21세기 석유전쟁’의 새로운 형태가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밤에도 작동하는 차세대 해수 담수화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포항공대 기계공학과 이상준 교수와 히긴스 윌슨(Higgins Wilson) 박사 연구팀은 태양열과 전기열을 결합해 바닷물을 낮밤 구분 없이 ‘초고속’으로 식수로 바꾸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성과는 9월26일 국제학술지 커뮤니케이션즈 엔지니어링(Communications Engineering)에 게재됐습니다. 
 
‘태양+전기’ 두 에너지로 하루 24시간 담수화
 
지금까지 태양열 담수화 기술은 햇빛이 있을 때만 작동하는 것이 한계였습니다. 물의 표면(계면)만 가열해 증발시키는 ‘계면증발(ISG)’ 방식이 효율이 높지만, 해가 지거나 흐린 날에는 증발 속도가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이 교수팀은 여기에 5V 이하의 전압으로 작동하는 줄(Joule) 가열 방식을 더했습니다. 전기가 흐르면서 발생하는 열을 이용하는 원리로, 전기장판이 따뜻해지는 것과 같습니다. 연구팀은 “낮에는 태양열과 전기열을 함께 쓰고, 밤에는 전기만으로도 작동하도록 설계해 날씨와 시간의 제약을 없앴다”고 설명합니다.
 
핵심은 ‘유리질 탄소 스펀지’
 
두 에너지를 모두 견디며 효율을 높이는 관건은 소재였습니다. 연구팀은 ‘유리질 탄소 스펀지(glassy carbon foam)’를 선택했는데, 수세미처럼 구멍이 촘촘한 구조로, 가볍고 고온에서도 안정적입니다. 여기에 ‘티올(thiol)’ 화학처리를 해 물 흡수력을 높이고, 전기저항을 0.75Ω 수준으로 낮췄습니다.
 
이 덕분에 물은 스펀지의 미세공을 타고 표면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전기는 열로 전환돼 물을 순간적으로 끓는점(약 98도)에 가깝게 데웁니다. 결과적으로 빠른 증발과 높은 내구성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입니다.
 
실험 결과 순수한 물 조건에서 시간당 1㎡당 205㎏의 수분을 증발시켰습니다. 이는 기존 세계 최고 기록의 두 배가 넘는 수치입니다.
 
더 주목할 부분은 바닷물 실험입니다. 일반적으로 염이 표면에 쌓이면 증발이 막혀 효율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하지만 이번 기술은 바닷물(염도 3.5wt%)에서도 시간당 18㎏/㎡의 증발률을 달성했습니다. 연구진은 “염이 쌓이더라도 표면 온도가 충분히 높아 자체적으로 염을 다시 용해시키며 증발을 유지했다”고 밝혔습니다.
 
밤에도 작동, 사막·도서지역에 ‘맞춤형’
 
기술의 강점은 안정성입니다. 태양이 없을 때도 일정한 속도로 담수를 얻을 수 있어, 사막·해안·도서지역 등 물 부족 지역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 짧은 시간에 100도에 가까운 고온을 내기 때문에 살균이나 공기 중 수증기 포집 등 위생·환경 분야에도 응용할 수 있습니다.
 
이상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계면증발식 담수화가 가진 ‘속도의 벽’을 뛰어넘은 혁신”이라며 “급속 가열 전략은 물 생산뿐 아니라 살균, 수분 회수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세계 인구의 4분의 1이 ‘물 스트레스’ 지역에서 살고 있다는 UN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특히 아프리카와 중동, 인도 등에서는 해수 담수화가 생존 문제로 직결됩니다. 그러나 기존의 역삼투(RO) 방식은 전력 소모가 크고, 염수 폐기물로 인한 환경문제가 심각했습니다.
 
이번에 개발된 연구진의 방식은 낮은 전력(5V 이하)으로도 작동해 소형 태양광 시스템과 병행할 수 있으며, 구조가 단순해 유지관리비도 적습니다. 연구진은 현재 모듈 대형화와 실증 테스트를 진행 중입니다. 실험실을 넘어 현장용 장치로 발전할 경우, 재난 지역이나 군기지, 도서 산간 등에서도 물 공급이 가능하게 될 것입니다.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진행된 이번 연구가 “소규모 지역형 담수화”의 길을 여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옵니다.
 
DOI : https://doi.org/10.1038/s44172-025-00498-z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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