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앞두고 청와대 대출금리 개입…금리체계 붕괴 우려
2026-05-06 14:29:23 2026-05-06 14:38:50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신용점수가 낮은 중저신용자에게 더 비싼 이자를 받는 대출금리 체계를 문제 삼자 금융권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중·저신용자에 대한 금융 지원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의 잇따른 금리 개입 메시지가 시장 원리에 따라 작동하는 금리 체계를 왜곡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집니다. 
 
시장원리 깨는 금리 기현상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청와대발로 금융권의 신용대출 관행을 집중적으로 지적하자 금융당국은 즉각 신용평가 체계 개편 작업 채비에 나섰습니다. 일단 올해 초 출범해 운영 중인 신용평가체계 개편 태스크포스(TF) 논의에 속도를 높이는 방향이 유력해 보입니다. 은행권 여신 담당자나 신용평가사 대상의 관련 회의 소집 등도 뒤따를 전망입니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중·저신용자가 금융시장에서 배제되는 문제를 중점적으로 짚어 포용금융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며 "신용평가 체계 전반적으로 개선할 부분이 없는지 업권 관계자들과 전문가들 의견을 들어보고 대책을 도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신용점수와 담보력, 상환 능력에 따라 금리를 차등 적용하는 금융시스템의 기본 원리가 훼손될지 무려하고 있습니다. 은행 등 금융사 입장에서는 부실 위험이 큰 차주에게 더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것은 리스크 관리이자 금융감독 체계의 핵심이라는 설명입니다.
 
정부와 금융당국 개입으로 금리 체계가 왜곡된 현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기업대출 금리가 주택담보대출 금리보다 낮아지는 역전 현상이 대표적입니다. 통상 담보가 확보된 주담대가 기업대출보다 낮은 금리를 형성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일부 은행에서 우량기업대출 금리가 주담대보다 낮게 형성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은행들이 가계대출 관리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담대 금리를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한 반면, 기업금융 확대 정책 기조에 맞춰 기업대출 금리는 상대적으로 낮췄다는 분석입니다. 결국 정책 목적에 따라 금리 체계가 왜곡된 셈입니다.
 
주택금융공사가 취급하는 보금자리론 금리는 최근 상단 기준 연 5.0% 선을 터치했습니다. 연 소득 7000만원 이하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하는 대표적인 서민 정책 대출임에도 불구하고 일반 시중은행의 주담대 평균 금리를 웃도는 기형적인 구조가 형성된 것입니다. 금융당국이 '4·1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통해 정책대출 비중을 기존 30%에서 20%로 줄이기로 하면서 수요 조절이 나타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은행채 등 지표 금리의 변동성이 커진 데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에 맞춰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가산금리를 올리거나 우대금리를 축소하며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는데요. 이러한 양방향의 금리 압박은 대출 시장의 구조를 왜곡시키고 있습니다. 정책 대출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높아진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시중은행에서도 한도 축소와 금리 인상이라는 이중고를 겪으며 자금 조달력이 제한받는 상황입니다.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에서 직원이 사무실을 오가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당국, 말로만 '금리체계 정상화'
 
금융당국도 시장금리와 대출금리 괴리에 대해 여러 차례 지적해 왔습니다. 기준금리 동결 기조가 장기간 이어지고 잇는 가운데 가계대출 금리가 되려 오른 배경에는 가산금리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은행 대출금리는 통상 기준금리와 시장 조달금리에 각종 비용과 리스크 프리미엄을 더한 가산금리 구조로 결정됩니다. 은행들은 대출 수요를 조절하기 위해 가산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은행권이 예대금리차 확대를 위해 가산금리를 과도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왔습니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은행권의 대출금리 산정 구조를 겨냥해 "시장금리 하락이 대출금리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취지 발언을 이어왔습니다.
 
은행들이 예금금리는 빠르게 내리면서 대출금리는 상대적으로 천천히 인하해 예대금리차를 확대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면서 금융위는 가산금리 산정 체계 점검 필요성을 거론하기도 했습니다. 금융감독원 역시 올해 소비자보호 검사·감독 계획 중 '대출금리 체계 합리화'를 주요 과제로 제시한 상태입니다. 특히 가산금리 산정 과정의 적정성과 내부통제 절차 등을 집중 점검하겠다는 방침도 제시했습니다.
 
대출금리 체계 정상화가 요원한 가운데 청와대발 금리 체계 지적은 시장 왜곡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용범 실장은 지난 1~5일 4차례에 걸쳐 SNS를 통해 대출에서 중·저신용자가 배제되는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김 실장은 "왜 가장 여유 있는 사람은 가장 낮은 금리를 누리고, 가장 절박한 사람은 가장 비싼 돈을 써야 하는가"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말을 화두로 삼아 자신을 "이 잔인한 시스템을 정당화해 온 공범"이라고 지칭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특정 구간(중·저신용자)을 비워두고서는 (은행권의) 성장이 어렵게 게임의 규칙을 바꾸는 것"이라며 정부 정책 수단을 활용해 일반 은행들이 중·저신용자 대출을 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또한 과거의 대출 연체 기록이나 카드 이력으로 만든 신용점수에 의존하는 신용평가 구조를 바꿔야 한다거나 인터넷전문은행을 비롯해 새마을금고·지역농협·신협 등 서민금융기관의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를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금융권에서는 청와대발 금리 인하 압박성 발언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정작 정부와 금융당국이 시장금리 체계를 정책적으로 흔들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은행 등 금융사 입장에서는 규제 비용과 자본 부담을 반영할 수밖에 없는데, 정부와 당국은 결과적으로 나타난 금리 수준만 문제 삼고 있다는 불만도 나옵니다.
 
특히 지방선거를 앞두고 금융 취약계층 지원과 금리 인하 요구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금융 시스템 전반이 포퓰리즘 논리에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금융 취약계층 지원은 필요하지만 위험 기반 가격 체계 자체를 부정하는 방향으로 흐를 경우 장기적으로 금융권의 건전성 악화와 신용 공급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정치권이 금리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화하면 결국 금융 시스템 전체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용도에 따른 금리 차이는 리스크 기반 가격 결정의 핵심 원리"라며 "저신용자 대출은 부실 위험이 높은 만큼 금리를 인위적으로 낮추면 역으로 대출 공급이 줄어들 수 있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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