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6년 만에 걷어낸 바리케이드…소녀상 다시 시민 곁으로
5년11개월 만에 철거…시민들 손으로 되찾은 소녀상
혐오·왜곡 논란 넘어…법 개정·구속 이후 철거 본격화
"숨 막힌 시간 끝났다"…연대 강조 속 문제 해결 촉구
2026-05-06 17:58:59 2026-05-06 18:59:25
[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는 이른 시간부터 삼삼오오 모여든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매주 수요일이면 어김없이 수요시위가 열리는 곳이지만, 이날은 참가자들의 표정에서 묘한 긴장감과 설렘이 교차했습니다. '공식 사죄 법적 배상', '할머니들께 명예와 인권을', '성평등 없이 민주주의 없다'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든 시민들 사이로 특별한 움직임이 포착됐기 때문입니다.
 
낮 12시, 시계가 정오를 가리키자 현장에선 환호성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외로이 섰던 소녀상을 둘러싼, 그 육중한 바리케이드가 '드르륵'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밀려나고 있었던 겁니다. 지난 2020년 6월 설치된 이후 약 5년11개월 만에 시민들의 손으로 직접 일궈낸 해방의 순간이었습니다.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집회 참가자들은 가로막힌 울타리를 직접 걷어내며 벅찬 감격을 나눴습니다.
 
정의기억연대와 YMCA 등 시민단체를 비롯한 수요집회 참가자들이 6일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인근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바리케이드를 직접 철거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소녀상 바리케이드, 시민들 손으로 직접 철거했다
 
이날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YMCA 등 시민단체들은 바리케이드 철거 퍼포먼스를 위해 일찌감치 대사관 앞에 집결했습니다. 철거를 앞두고 시민들은 각자 준비해 온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습니다. 손팻말에는 '공식 사죄 법적 배상', '할머니들께 명예와 인권을', '일본 정부는 공식 사죄', '성평등 없이 민주주의 없다' 등의 문구가 적혀있었습니다.
 
그 검고 차가운 울타리를 벗겨내기 직전, 활동가들은 소녀상을 목욕재계시키듯 정성스레 물티슈로 구석구석 닦았습니다. 6년 만에 시민들과 마주할 소녀상을 단장시킨 겁니다. 수요집회를 이끈 정의기억연대의 한경희 이사장은 감격에 겨운 듯 "평화의 소녀상이 5년11개월 만에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오랫동안 누구도 곁에 다가갈 수 없었고 빈 의자에도 앉을 수 없었지만, 시민들은 포기하지 않았다"라고 말했습니다. 
 
한 이사장 발언이 끝난 후 시민들은 손으로 바리케이드를 밀어냈습니다. 소녀상의 모습이 드러나자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일제히 "와아" 하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뒤편의 바리케이드까지 완전히 걷히자 소녀상은 완연한 봄볕 아래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눈부시게 반짝였습니다. 자유를 되찾은 소녀상의 머리 위에는 연대와 저항, 그리고 여성 인권을 상징하는 보라색 화환이 얹어졌습니다. 참가자들은 환한 미소로 구호를 외치며 곧이어 제1751차 정기 수요시위를 이어갔습니다.
 
'괴로운 기억' 과거사지만…연대 의지 밝힌 시민들
 
수요집회 참가자들이 6일 바리케이드가 걷히고 모습을 드러낸 평화의 소녀상을 둘러싸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앞서 소녀상 바리케이드는 2020년 6월 위안부 반대 단체 집회로 인한 훼손 우려가 커지자 정의연 요청으로 설치됐습니다. 이후 약 5년11개월 동안 소녀상을 둘러싼 채 유지돼 왔습니다. 철거 논의는 지난 3월 김병헌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대표가 사자명예훼손 등 혐의로 구속된 이후 본격화됐습니다. 경찰은 지난달 1일부터 수요시위 때마다 바리케이드를 임시로 철거해 왔습니다.
 
소녀상 앞 바리케이드 완전 철거에 시민들은 모두 기뻐했습니다. 수요시위에 종종 참여하고 있다는 김영애(64세)씨는 "그동안 바리케이드가 쳐진 모습을 보며 너무 답답했는데, 마치 쇠사슬이 끊어지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며 "일본이 쉽게 사과할 것 같지는 않지만 끝까지 지치지 말고 즐겁고 끈기 있게 연대하며 운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김병헌 대표에게 '매국노' 등의 발언을 했다가 고소당한 김부미(59세)씨도 이날 독립운동가 복장을 하고 철거식에 참여했습니다. 그는 평화의 소녀상에 봉지를 씌우고, 그 앞에서 기모노를 입고 일장기를 휘두르는 등 위안부 피해자를 모욕한 김 대표를 향해 ‘쓰레기’ ‘매국노’ 등의 발언을 한 혐의를 받습니다.
 
김씨는 "소녀상은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라 할머니들의 한과 인생이 담긴 상징인데, 그간 숨도 못 쉬고 갇혀 있다가 오늘 드디어 걷힌다는 생각에 잠을 설쳤다"며 "3·1 운동이 8·15 광복의 실마리가 됐다고 생각한다. 오늘 바리케이드 철거 역시 역사를 왜곡하는 자들이 앞으로 나타나지 않는 단초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한복을 입고 나왔다"고 했습니다.
 
한국에 방문한 일본인 부부도 이날 시위에 참여해 함께 손팻말을 들었습니다. 7년 동안 한국어를 배웠다는 키타무라 아츠코(63세)씨는 "한국에 볼일이 있어 왔다가 남편의 제안으로 이번 수요시위에 참여하게 됐다"며 "여러 영화 등을 보며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괴로운 기억의 과거사라고 생각한다. 오랫동안 매주 시위를 이어왔다는 점이 대단하고 놀랍다. 일본 정부가 제대로 된 사과를 하길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작가들 손길로 지워내는 6년 생채기…"해방이다"
 
이날 수요집회가 끝나고 오후 1시30분쯤부터는 소녀상을 제작한 김서경, 김운성 작가가 도색 및 보수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약 6년 동안 갇힌 채 벗겨지고 바리케이드에 가로막혀 6년간 돌보지 못했던 소녀상의 생채기를 어루만지기 위해서입니다. 보수 작업은 약 이틀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작가들은 오랜 기간 보수를 하지 못한 것에 비해 소녀상의 상태가 비교적 양호하다고 했습니다. 
 
김운성 작가는 "중간중간 까지고 벗겨진 부분을 갈아내고, 보강하고 채색할 예정"이라며 "바리케이드가 쳐져 있는 동안 작가들이 손을 대지 못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다 보수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서경 작가도 "그동안 소녀상을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며 "소녀상 의미가 사람들과 만나 공감하는 의미였는데 이제서야 함께할 수 있게 돼서 기쁘다. 해방이다"라고 했습니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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