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지급률 성과급'도 통상임금 아니다?…대법의 후퇴
대법원, 한수원 통상임금 사건 파기환송해
최저선 정해진 성과급, 통상임금 인정 쟁점
대법, 10년 노동관행보다 보수규정에 무게
2026-05-06 17:20:48 2026-05-06 18:15:15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10년 넘게 이어진 성과급 지급 관행보다 사 측의 보수 규정이 더 우선한다고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근무 실적과 관계없이 최소지급률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해 왔더라도, 지급 기준을 변경할 수 있다는 규정과 실제로 성과급을 차등 지급한 사례가 있다면 성과급 전액을 통상임금으로 볼 수 없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통상임금 범위를 좁히는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사진=뉴시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민사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지난달 2일 한국수력원자력 퇴직자 99명이 한수원을 상대로 낸 임금 소송 상고심에서 기본성과급 200% 전액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된 쟁점은 최소지급률이 정해진 기본성과급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였습니다. 앞서 한수원은 2012년 기존 장려금 제도를 개편, 기본성과급과 경영성과급을 도입했습니다. 기본성과급의 연간지급률은 기본임금의 200%로 하고, 경영성과급의 연간지급률은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에 따른다는 내용입니다. 
 
이는 기획재정부(현 재정경제부)가 같은 해 발표한 공기업 등 예산 편성 지침에 준용한 겁니다. 이 지침에는 ‘월 기본급의 200~500%에 해당하는 경영평가 성과급을 지급하던 것을 월 기본급의 0~300%에 해당하는 경영평가 성과급과 월 기본급의 200%에 해당하는 자체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으로 개선한다’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소송에서 퇴직자들은 기본성과급은 그간 실적과 상관없이 소정 근로의 대가로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됐기 때문에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사 측은 ‘상여금의 세부적인 지급 기준이 변경될 수 있다’는 보수 규정을 들어 통상임금에 포함할 수 없다고 맞섰습니다. 그러면서 실제 2013년 9월 전년도 기본성과급을 최저지급률 200%를 밑도는 133%에서 267%까지 차등 지급한 사실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하급심은 기본성과급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 퇴직자들 손을 들어줬습니다. 서울고법 민사38-1부(재판장 정경근 부장판사)는 2023년 1월 “기준임금의 200%에 해당하는 장려금에 관해 한수원이 경영평가에서 최하 등급을 받더라도 그 지급을 보장하기로 하는 노동 관행이 (10년 이상) 성립돼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습니다. 
 
한국전력 자회사 중 한수원 외 나머지 5개 발전사가 임금 소송에서 최저지급률이 정해진 기본성과급 존재를 인정받은 점도 근거로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사 측 주장에 대해선 “이 사건에서 원고들이 구하는 임금은 차등 지급 결정이 있기 전의 근로 기간에 대한 것”이라며 “차등 지급 결정 이전의 근로 제공에 대한 연간 기준임금의 200%에 해당하는 기본성과급은 모두 한수원 노동자들에게 일률적·정기적으로 지급됐거나 지급돼야 했던 것”이라고 기각했습니다. 
 
반면 대법원은 노동 관행보다 사 측의 규정에 무게를 뒀습니다. 대법원은 “보수 규정에서 한수원은 정부 지시가 있는 경우 장려금을 포함한 상여금의 지급 기준을 변경할 수 있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한수원은 기본성과급의 최초 지급 대상 기간인 2011년 당시 이미 시장형 공기업으로 지정돼 기재부 권고 등 정부 지시에 따라 기본성과급을 비롯한 성과연봉을 차등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했습니다. 
 
이어 “한수원은 기본성과급의 지급률을 원칙적으로 200%라고 정하면서도 이를 사업소 및 개인별로 차등 지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실제로 한수원은 2012년분 기본성과급을 133~267%로 차등해 지급했다. 따라서 기본성과급의 최소지급분이 장려금과 동일하게 기준임금의 200%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아울러 “원심은 기본성과급의 최소지급분이 기준임금의 200% 전부라고 판단했다”며 “이런 원심 판단에는 근무 실적과 무관하게 최소로 지급하기로 정한 부분에 관해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에 따라 파기환송심에서 기본성과급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부터 다시 판단하고, 통상임금에 해당된다고 볼 경우 기본성과급 최소지급률 범위를 재산정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이번 판결로 한수원 노동자들은 10년간 보장받았던 200%의 기본성과급 중 일부만을 통상임금으로 인정받게 될 처지입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그간 법원은 최소지급률이 정해진 성과급은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는데, 대법원이 차등 지급 규정을 들어 통상임금 해석을 좁혔다”면서도 “이번 대법원 판결이 기본성과급의 통상임금성 자체를 부인했다고 보긴 어렵다. 파기환송심 판단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