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우 기자] 원전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가 한국전력 중심의 일원화 체계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들은 한전 단독 체제나 별도 공기업 신설보다 기존 한전과 한국수력원자력 간 협력 구조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에도 한전보다 한수원 중심 체계에 대한 선호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 정부가 추진 중인 한전 중심 일원화와는 방향이 엇갈린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7일 <뉴스토마토> K-정책금융연구소가 의뢰해 <미디어토마토>가 발표한 '원전 수출 관련 여론조사'에 따르면 향후 원전 수출을 주도할 방식으로는 '한전과 한수원이 협력하는 방식’이 39.7%로 가장 높은 응답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한수원 단독(35.8%), 제3 공기업 설립(16.6%)보다 높은 수준이며, 정부가 추진 중인 한전 단독 체제(7.9%)는 주요 선택지 가운데 가장 낮은 응답에 그쳤습니다. 특히 단일 주체 중심 구조를 전제로 한 응답에서는 한수원 단독이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한전 단독과는 큰 격차를 보였습니다.
또한 '원전 수출 전문 공기업 추가 설립'에 대해서도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이 54.1%로 '필요하다'(45.9%)보다 높게 나타나, 조직 신설보다 기존 체계 내 협력 구조를 선호하는 흐름이 확인됐습니다. 원전 수출 자체에 대해서는 '국익에 큰 도움이 되므로 적극적으로 수출해야 한다'는 응답이 74.4%로 압도적이었고, '국내 활용이 더 중요하다'는 응답은 17.6%, '수출을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응답은 8.0%에 그쳤습니다.
특히 공기업이 주도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한전과 한수원 간 분쟁과 관련해서는 '책임을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응답이 70.5%로, '같은 공기업 간 문제이므로 신속히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29.5%)보다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는 공사 지연과 비용 정산 갈등 등 실제 사례를 경험한 만큼, 단순한 조직 개편보다 책임 구조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됩니다.
원전 수출의 강점으로는 '우수한 기술력과 전문 인력'이 70.3%로 가장 많이 꼽혔고, 이어 '건설 비용 경쟁력'(19.5%), '해외시장 이해'(6.5%), '정부의 금융 지원'(3.7%)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원전 수출 확대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는 '정책 방향의 불확실성'이 58.1%로 가장 높았고, '전문 인력 부족'(16.9%), '기술 투자 위축 우려'(15.6%), '금융 지원 부족'(9.4%)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향후 한전과 한수원의 역할에 대해서는 '신임 사장이 두 기관의 역할을 조율할 것'이라는 응답이 42.3%로 가장 많았고, '두 기관 모두 역할이 축소될 것'(21.3%), '한수원 기능이 한전으로 일원화'(18.4%), '한전 기능이 한수원으로 일원화'(18.1%)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앞선 수출 주도 방식 조사에서도 '한전과 한수원이 협력하는 방식'(39.7%)이 가장 높은 응답을 기록해, 현 체계를 유지하는 방향에 대한 선호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다만 구조 개편이 불가피한 경우를 전제로 한 응답에서는 한수원 단독 선호(35.8%)가 한전 단독(7.9%)보다 약 4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나, 일원화가 이뤄질 경우에도 한전 중심보다는 한수원 중심 구조에 대한 선호가 상대적으로 강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 같은 결과는 정부가 추진 중인 정책 방향과는 차이를 보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현재 '원전수출진흥법' 제정을 통해 한전을 원전 수출 총괄기관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한전을 중심으로 사업 개발부터 협상, 계약까지 전 과정을 일원화해 국가 차원의 협상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이는 UAE 바라카 원전 사업에서 드러난 공사 지연과 1조4000억원 규모 비용 갈등 등 한전-한수원 이원화 구조의 리스크를 고려한 조치로 풀이됩니다.
정부는 이에 따라 한전에 총괄 권한을 부여하되, 실제 계약에서는 한수원을 공동 주계약자로 명시하는 방식으로 갈등 재발을 막겠다는 보완책도 함께 검토하고 있습니다. 또한 원전 수출 관련 주요 의사결정에 대해 정부 사전 협의 절차를 두는 등 관리·감독 체계도 강화할 방침입니다. 이러한 정책 방향은 앞선 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협력 유지' 및 '한수원 중심 선호' 흐름과는 차이를 보입니다.
한편 일각에서는 한전과 한수원의 수출 관련 기능을 분리해 제3의 원전 수출 전담 기관을 신설하는 방안도 거론됩니다. 다만 해외 사례를 보면 전담 기관 신설이 반드시 효율성을 담보하지는 않는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실제 프랑스는 원전 수출을 위해 프랑스전력공사(EDF)와 별도의 조직인 아레바를 설립했지만, 건설 일정 관리와 비용 통제에 실패하면서 결국 원전 사업을 다시 EDF로 넘긴 바 있습니다. 조사에서도 이러한 신설 논의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확인됐습니다.
K-정책금융연구소 관계자는 "정책 방향은 조직 개편과 권한 집중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국민 인식은 협력 기반 구조를 통한 리스크 관리와 역할 분담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특히 정부가 추진 중인 한전 중심 일원화는 주요 선택지 중 가장 낮은 지지를 받은 만큼 정책 방향과의 괴리가 분명하게 드러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번 조사는 <뉴스토마토> K-정책금융연구소 의뢰로 주식회사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월27일부터 29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36명을 대상으로 무선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실시했습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0%포인트이며, 성·연령·권역별 가중값을 부여했습니다.
이지우 기자 jw@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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