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한 계란값 급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미국 정부가 한국산 계란을 더 수입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계란값도 들썩이고 있습니다.
27일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전일 기준 계란 소매가격은 특란 한판(30구)에 전국 평균 6554원으로 전년(6097원)에 비해 약 7% 올랐는데요. 평년(6393원) 대비로도 약 3% 높은 수준입니다.
컬리에서 판매 중인 계란 제품 이미지. (사진=컬리)
이 같은 계란 가격의 상승 배경에는 수요 증가가 자리 잡고 있는데요. 이달 들어 충남 아산시 계림농장은 국내 최초로 특란 20t(1만1172판·33만5160알)을 미국 조지아주로 수출했고 충북 충주의 무지개농장 측도 특란 20t을 미국으로 보냈습니다.
문제는 미국이 한국으로부터 계란 수입을 지속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인데요. 브룩 롤린스 미 농무장관은 지난 20일 튀르키예, 브라질과 함께 한국을 계란 수입을 늘릴 주요 국가에 올리며 "한국에서 더 많은 계란을 수입하겠다"고 발언한 바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미국은 올해 연말까지 매달 1억알 분량의 계란 수출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이는 국내 월평균 생산량의 15분의1 수준으로 이 같은 수출이 현실화되면 계란 가격이 크게 오를 수 있습니다.
국내 계란값이 들썩이면서 논란이 일자 농림축산식품부는 "3월 중에 민간이 주도해 미국으로 수출한 계란은 약 40t 규모로 월평균 계란 생산량의 약 0.06%를 차지해 국내 계란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낮다"며 "국내 계란 생산량은 지속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여전히 가격 폭등을 우려하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은데요.
유통업계에서도 미국으로의 계란 수출이 시작됨에 따라 향후 수급이 더 불안정해질 것을 걱정하고 있는 눈치입니다. 또 국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확산이 지속될 경우 계란을 이용한 제품의 가격 상승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인데요.
실제로 지난해 10월 국내 고병원성 AI 첫 발생 이후 이달까지 산란계 누적 426만마리가 살처분됐습니다. 이는 전체 산란계 수(7758만마리)의 5.5% 수준이죠. 이 같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확산세가 계속 이어지게 되고, 미국 내 계란 파동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수급이나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미국의 계란 파동으로 한국 계란에 대한 수출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런 문제는 철저히 국익으로 판단해 정부 차원에서 적절한 대응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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