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에 흔들리는 '네옴시티'…해외수주 '빨간불'
유가하락·사우디 정부 재정압박에 '삐걱'
사우디 정부, 우선순위 '네옴' 아닌 '엑스포·월드컵'으로 변경
업계, 연 500억 달러 목표 달성 위해선 "체코 원전 수주 더 중요"
2025-04-16 16:28:00 2025-04-16 17:33:54
 
[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의 대형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인 '네옴시티'가 주춤하고 있습니다. 사우디 정부는 국제 유가 하락과 재정 압박에 사업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데, 올초 해외수주목표치를 500억 달러로 잡은 우리 건설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업계는 네옴시티 사업이 '슬로우 다운(Slow Down, 속도 조절)'에 들어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주요 프로젝트 완공에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올해 수주 목표 달성은 네옴시티보다 상반기 내 본계약 체결이 유력한 체코 '두코바니 원전 건설 사업'의 성사 여부가 더 중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유가 급락에 네옴 프로젝트 '속도 조절'
 
16일 외신 등에 따르면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최근 초기 예상 사업비인 5000억 달러에서 8조8000억 달러까지 크게 증가한 상황입니다. 이는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금융비용, 그린 수소 프로젝트 비용이 상승한데 따른 것인데, 여기에 최근 유가 하락으로 사우디 정부의 재정 압박까지 더해지면서 사업 자체가 삐걱거리고 있습니다.
 
'네옴시티 프로젝트' 조감도. (사진=NEOM)
 
국가 수입의 70% 가량을 원유 판매에 의존하는 사우디 정부는 배럴당 60달러 선까지 떨어진 유가로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국제 유가는 최근 무역 전쟁의 여파와 원유 수요 감소로 급락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국제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연초 74달러 수준을 기록했는데 4월 기준 63.33달러까지 하락했습니다. 사우디 국부 펀드도 올해 예산을 크게 줄이며 유가 하락 등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사우디 정부의 국가적 우선순위가 네옴시티가 아닌 2030년 엑스포와 2034년 월드컵 등 대형 국제 행사 개최로 전환되면서 사업지연의 우려가 더 커졌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는 비용이 크게 증가한 네옴시티 프로젝트 일부를 축소하고 2034년 월드컵 결승전이 열릴 경기장과 2029년 아시안 동계 게임을 위한 트로제나 리조트 등 스포츠 관련 인프라를 우선적으로 완공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발주처, 라인 프로젝트 등 '슬로우 다운' 요청…"사업진행은 지장 없어"
 
우리 건설업계에서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네옴시티의 핵심 구간인 '더 라인' 지하 터널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총 6000억 달러에 달하는 해당 프로젝트는 현재까지 30%가량 완공이 됐지만, 발주처가 사우디 정부의 재정상태 등을 이유로 사업속도를 다소 낮추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사우디 발주처에서 해당 공사를 슬로우 다운(속도조절)을 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다만 공사는 계속 진행 중이다. 예전보다 공사 진행 속도가 늦어진 것은 맞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일각에서 제기하는 사업 철수 가능성까지는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 중"이라고 부연했습니다. 
 
건설업계는 초대형 프로젝트인 네옴시티의 사업 지연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올해 해외수주 목표치를 500억 달러로 잡았는데 목표 달성이 어려운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우리 건설업계는 지난해 371억 달러 수주에 성공했는데 이는 9년만에 가장 높은 수치였습니다. 
 
연 500억 달러 목표 달성, '체코 원전' 수주가 관건
 
다만 올해 500억 달러 목표를 세운 이유는 네옴시티 사업 추진보다는 상반기 중 본계약 체결이 유력한 체코 원전사업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지난해 8월 체코전력공사(CEZ)로부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두코바니 원전 건설 사업은 당초 올해 3월 중 본계약 체결에 나설 전망이었지만, 법률 검토 등으로 인해 일정이 다소 밀리면서 늦어도 상반기 내로는 계약 체결이 유력한 상황입니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업계에서는 체코 원전 프로젝트 계약 성공 시 국내 원전·건설 업계가 15년 이상의 장기 일감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동 일변도의 해외 진출 지역이 EU 등 선진국으로 다변화되는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실장은 "올해 해외수주 500억 달러 목표 달성에서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는 사실 네옴시티보다는 체코 원전 수주"라며 "우리 돈 24조원에 달하는 해당 사업 수주가 유력했기 때문에 500억 달러라는 목표치를 세울 수 있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체코 원전 본 계약이 체결된다면 네옴시티 등 중동 지역 대형 프로젝트 속도 조절에 따른 손실을 충분히 만회할 것으로 판단한다"며 "다만 지난해부터 계약 체결이 미뤄지고 있는 점이 다소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만약 이 계약 체결에 실패한다면 올해 목표치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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