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업무가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 등 4곳으로 분리되는 가운데 금융권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현 정부 들어 생산적 금융 확대와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에 대한 정부 압박이 커지는 가운데 "시어머니만 4곳으로 늘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가 금융감독 기능 강화라는 명분으로 금감위 부활과 금소원 신설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금융사들은 금융정책 및 감독기관이 4곳으로 늘어나게 될 경우 비슷한 사안에 대해 여러 기관에 반복적으로 보고하고 검사를 받게 될 점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규제와 감독이 중첩돼 효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동일 사안에 대해 중복 점검이 발생할 경우는 불 보듯 뻔하다"며 "비효율이나 책임 공백도 피해갈 수 없을 전망인데, 현 상황에서 필요한 건 권한 분산이 아니라 책임과 역할을 명확히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했습니다.
소비자 피해 사례가 발생할 경우 금감원은 검사 차원에서, 금소원은 분쟁조정 차원에서 각각 들여다보는 구조입니다. 검사 시각이 다르다 보면 서로 다른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텐데, 이 경우 금융사 입장에서는 혼란이 가중되고, 소비자 피해 회복도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결국 행정비용과 내부통제 비용을 크게 늘리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지적입니다.
정책과 감독 엇박자 우려
업권별 부담뿐 아니라 기관 간 정책 충돌 자체가 새로운 혼란 요인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됩니다. 대표적으로 정책과 감독 간 엇박자를 낼 가능성이 대두됩니다.
개편안에 따르면 재경부는 금융산업 육성과 거시경제 관리를 맡게 됩니다. 금감위와 금감원은 금융사 건전성과 안정을, 금소원은 소비자 보호에 초점을 두는 구조입니다. 이처럼 기관별 우선순위와 이해관계가 다른 만큼 동일한 현안에서도 기관 간 시각 차이가 발생해 정책 일관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예컨대 재경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가계부채 억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 은행권에 주택담보대출 문턱을 높이라고 지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금소원은 서민·청년층의 주거자금 대출이 막혀서는 안 된다며 금리 인상이나 대출 제한을 소비자 권익 침해로 판단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4곳이 되면서 각 기관별로 스탠스가 서로 다른 상황이 된다고 하면, 금융사 입장에선 어느 쪽의 판단에 맞춰서 행동해야 할지에 대한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각각의 기관들의 목표점이 다를 것인데,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도 이해관계가 상충되거나 달라지게 될 경우 생기는 어려움은 당연히 예상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위기 상황에서는 컨트롤타워의 부재로 인해 신속한 대응에 취약할 수 있다는 비판 여론이 큽니다. 또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컨트롤타워가 명확하지가 않아서 업권에서 큰 사건이 터질 때 누구한테 얘기해야 하나, 이런 책임 소재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며 "컨트롤타워가 없으면 업권에서 큰 사고가 터질때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다. 사고가 발생하면 '누가 최종 책임자인가'가 모호해지는 게 향후 가장 큰 문제"라고 짚었습니다.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 모습. (사진=연합뉴스)
기관 간 이해 충돌 가능성도 대두됩니다. 재경부는 금융산업 경쟁력 제고라는 이름으로 규제 완화를 주문하고, 금감원은 감독 강화를 주장하며 충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소비자 단체와 맞닿은 금소원은 강경한 소비자 편익 중심의 입장을 내세우면서, 결국 금융산업과 소비자 보호의 균형은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소비자 보호도 사각지대
이러한 맥락에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진다는 점 역시 단점으로 꼽힙니다.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정책을 총괄한 금감위, 검사 권한을 행사한 금감원, 사후 구제를 담당한 금소원 사이에서 책임 공방이 벌어질 수밖에 없어서입니다. 결국 정책 목표는 '균형 있는 견제'라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기관 간 충돌과 책임 떠넘기기로 금융산업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소비자 보호라는 명분 아래 별도의 전담 기구를 내세웠지만, 도리어 소비자 보호의 사각지대를 양산할 수 있단 우려도 제기됩니다. 금소원이 사전 예방보다 사후 분쟁조정에 치우칠 경우 피해 예방 기능은 저하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금융감독과 소비자 보호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금융사고 예방보다 피해액 보상에만 매몰된 기구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결국 금융 민원 피해자들이 장기간 불확실성에 휘말리고, 금융사는 중복 규제에 따른 부담을 떠안게 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분리 구조가 결국 금융소비자와 금융사 모두에게 부담이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금융사는 과도한 행정 절차와 불명확한 규제 환경에 위축되는 환경에 놓였다고 토로하고 있습니다. 이중·삼중의 과도한 금융 규제가 금융사 분담금 부담증가, 정책 집행 속도 저하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존의 금융위, 금감원 두 개 체제가 금융권이 통제가 안 되거나 소비자 보호가 미흡한 구조는 아니었다"며 "전문성 강화 측면에서 분리 체계의 장점이 있지만, 한국의 금융 환경에선 비효율이나 책임 불분명 문제가 튀어나올 상황을 배제할 수 없으니, 그런 부분이 염려된다"고 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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