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원서 110만장…'종합 대 전문' 건설업 갈등 전면전
시행 반년 앞두고 양측 동시 충돌
"집단 이기주의" vs "약자 생존권"
국회 법안 발의·국토부 눈치 보기
2026-05-13 14:57:44 2026-05-13 15:31:52
[뉴스토마토 이수정 기자] 종합건설업계와 전문건설업계가 내년 업역 완전 개방을 앞두고 갈등에 불이 붙었습니다. 양측에서 정부에 낸 탄원서만 110만장이 넘었습니다. 종합건설업계는 노사정 합의를 끝낸 사안인 만큼 개방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전문건설업계는 영세 업체 생존권 위협이라며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양측은 전문건설업체 보호를 위해 4억3000만원 미만 전문공사에 종합업체 진출을 금지했던 제도 폐지 여부를 두고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사안이 지난 2018년 종합과 전문 간 업역을 개방하기로 합의했다는 점입니다. 시행 시점도 내년 1월로 예정돼 있었습니다. 
 
전문건설업체 측에서 생존권을 주장하며 먼저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대한전문건설협회와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는 지난달 28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보호 구간을 10억원으로 올리고, 적용 기간을 연장 또는 상시화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영세한 전문건설업체들이 일감을 잃고 존립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약자의 생존 기반을 뺏는 제도는 불공정하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장흥수 대한건설협회 울산시회장이 지난 12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종합건설업계 생존권 수호를 위한 탄원서' 제출을 위해 열린 집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한건설협회)
 
이에 종합건설업체도 맞불을 놨습니다. 전일(12일) 종합건설업체 모임인 대한건설협회는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종합건설업계 생존권 수호를 위한 탄원서' 69만8357부를 전달하고, 전문건설업계 측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대한건설협회는 "영세한 전문업계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종합건설업체도 98%가 중소기업"이라며 "지난 한 해 동안 한 건도 수주를 못한 종합업체는 2600여개로 전체의 15%"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현재 기준인 4억3000만원도 전체 전문공사의 90%가 이에 해당할 만큼 매우 큰 파이인데, 앞서 합의를 계속 어기며 이번에 다시 보호 기간 연장을 요청한 전문건설업계의 행보는 이기주의"라고 강조했습니다.
 
양측은 수치 해석을 놓고도 팽팽한 시각차를 드러냈습니다. 전문건설업계는 개방 첫해인 2021년 종합건설사의 전문공사 수주 비율이 건수 기준 30.8%에 달했던 반면 전문건설사의 종합공사 수주 비율은 이에 크게 못 미쳤다고 주장합니다. 종합건설업계는 국토연구원 중간 용역 결과를 들어 2021년 이후 수주 격차가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라고 반박했습니다.
 
이에 국토부 반응은 아직까진 원론적인 수준입니다. 김석기 국토부 건설정책국장은 "종합·전문건설업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만 대답했습니다. 이 가운데 국회에는 지난달 보호 기간을 연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 두 건 발의됐습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전문건설업계가 상대적 약자로 설정돼 있다 보니, 전문건설 측 손을 들어주는 법안이 더 많이 나온다"며 "정부도 6년 동안 제도 변경을 위한 준비를 대부분 마쳤는데, 합의가 다시 뒤집힐 경우 혼선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제도 자체에 대한 의미는 인정하면서도 부작용을 고려해 현실에 맞는 정비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영세 업체들의 생존권 보호 역할을 해왔던 제도이지만, 1970년대부터 이어져온 칸막이식 규제가 페이퍼컴퍼니 양산, 다단계 하도급 고착화, 기업 성장 저해 부작용으로 이어지기도 했다"며 "업권과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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