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엔 여야 '승복' 합의…정치 실종에 '극단적 광장정치'
거리서 장외 여론전 펼치며 헌재 압박
'박근혜' 땐 탄핵 한 달 전 '4당' 합의
"정치권서 갈등·분열 선동…정부 신뢰↓"
2025-03-17 17:40:00 2025-03-17 19:18:33
 
 
[뉴스토마토 이진하·이효진 기자] 윤석열씨 탄핵심판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장외 여론전'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 5당은 매일 저녁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과 함께 장외 집회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여당인 국민의힘 지도부도 '친윤계(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헌법재판소 앞에서 24시간 릴레이 시위를 이어가며 사법부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찬탄·반탄 집회가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헌재가 어떤 결론을 내든 '불복'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주말 사이 국민의힘이 탄핵심판 승복 의사를 밝히자, 민주당 일부 인사들이 "피노키오도 울고 갈 거짓말"이라고 평가절하한 게 대표적입니다. 8년 전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의 탄핵 선고 한 달 전, 여야 4당 원내대표가 '헌재 판결 승복'을 약속했던 모습과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여야가 승복 합의에도 이르지 못하면서 정치권이 되레 갈등과 분열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옵니다.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윤석열즉각퇴진 사회대개혁 15차 범시민대행진과 동화면세점 앞에서 자유통일당의 '3.15 광화문국민대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근혜 탄핵 하루 전…의장·중진 '승복' 메시지
 
17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박근혜씨의 탄핵심판이 한창이던 2017년 2월 초, 여야 지도부에서 헌재 판단에 대한 승복 관련 메시지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박근혜씨의 탄핵심판 한 달 전인 2월 13일 "헌재에서 어떤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결과에 승복한다"는 구두 합의를 도출했습니다. 또 탄핵심판 선고 하루 전에는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중진 의원들이 회동해 결과에 승복할 것을 합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8년이 지난 지금의 여야는 합의는커녕 극단의 정치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16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탄핵심판 결론에 승복하는 것이 당의 공식 입장이 맞냐'는 질문에 "우리 당의 공식 입장은 헌재의 판단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것"이라며 "다 아시다시피 헌재는 단심이며, 거기에서 선고가 되면 그 결과는 모두를 귀속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자 민주당 의원들은 일제히 "행동으로 보여달라"고 촉구했습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권 원내대표는 그동안 헌재 재판관에 대한 인신공격과 겁박 행위에 대해 우선 사과하라"며 "결과에 승복이 진심이면 자당 의원부터 자중시키고 징계하라"고 요구하며 날을 세웠습니다. 그러면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압박하라고 했습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광화문 방향으로 윤석열씨 파면을 촉구하는 도보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여도 야도 국회의원에 "민형사상 책임 묻자"
 
그러자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헌재의 심판에 승복할 것을 약속하라고 역공을 펼쳤습니다. 그러면서 줄곧 계엄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줄탄핵' 관련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날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탄핵 사유에 중대한 하자가 있어 기각이나 각하가 됐을 때 무리하게 탄핵을 주도한 국회의원과 정당에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며 최근 8번의 탄핵심판에서 기각된 점을 언급했습니다. 
 
현 정부 들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안동완·이정섭·이창수·조상원·최재훈 검사,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최재해 감사원장 등의 탄핵안이 헌재로 갔는데요. 이들의 탄핵안은 모두 기각됐습니다. 이 밖에 윤석열씨를 비롯해 한덕수 국무총리, 박성재 법무부 장관, 조지호 경찰청장, 손준성 검사장 등의 탄핵심판은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황입니다. 
 
민주당은 윤씨의 탄핵이 인용된다면 여당인 국민의힘도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맞받았습니다. 그러면서 정당 해산까지 거론하고 있는데요. 노종면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권 위원장의 제안을 수용하는 조건으로 탄핵이 인용되면 탄핵 반대 정당과 의원한테 민형사상 책임을 물리자"며 "그런 정당은 해산시키자"고 맞섰습니다. 앞서 같은 당 박홍근 의원은 지난 14일 관련 내용을 담은 정당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떨어진 사법부 신뢰…여론도 양극화
 
여야가 양극으로 치닫자 여론도 동요하는 모양입니다. 지난 13일 공표된 <전국지표조사(NBS)> 여론조사 결과(3월 10~12일 조사·표본오차는 ±3.1%포인트·신뢰수준 95%·전화면접조사)에 따르면 헌재의 탄핵심판 결과 수용 여부를 묻는 질문에 '내 생각과 달라도 수용하겠다'는 응답이 54%, '내 생각과 다르면 수용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42%로 집계됐습니다. 더불어 헌재에 대한 신뢰도 물음에는 '신뢰한다'가 전주보다 3%포인트 떨어져 51%, '신뢰하지 않는다'는 5%포인트 올라 45%로 조사됐습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종의 정치권의 선동 효과라고 지적했습니다. 장승진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뉴스토마토>와 한 통화에서 "헌재 선고는 선택의 문제가 아닌데도 정치권에서 분열된 모습을 조장했기 때문에 정쟁화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정치권의 행동은 민주주의 규범이나 가치보다 당파적 목적이 앞섰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며, 어느 쪽이든 승복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미래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도 "신뢰도 측면에서 검찰, 정치권, 헌재 다 따졌을 때 헌재가 그나마 높긴 하지만, 최근 떨어지고 있는 추이라는 게 문제"라며 "이건 정치권 전체가 선동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헌재 판단을) 받아들일 자세가 안 돼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국민 통합을 바탕으로 움직여야 할 정치권에서 사회에 불신과 갈등을 조장하기 때문에 사회 발전에 저해가 될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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