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데스크칼럼)오세훈의 부동산 자충수…정치보다 정책이 먼저다
서울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한 달 만에 재지정
오세훈 시장, 조기 대선 염두에 둔 '강남' 표심 잡기 '헛발질'
서민 주거 안정 목표에 부합하는 정책 펼쳐야
2025-03-26 06:00:00 2025-03-26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3월 26일 06:0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정말 몰랐다면 바보거나, 그게 아니라면 우리가 모르는 무슨 이유가 있었던 거다. 강남 집값을 올려서 누구에게 보은이라도 해야 했던 건지. 오세훈 시장이 그 정도로 바보는 아니기 때문에 나는 뭔가 꿍꿍이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직 기자들이 한번 취재해서 알아봐야 한다.”
 
얼마 전 기자들 모임에서 나온 이야기다. 한 선배는 과거 부동산부 출입기자였던 점을 언급하며, 이번 오세훈 서울시장의 ‘헛발질’을 놓고 목에 핏대를 세웠다. 바보가 아니라면, 정말로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니겠느냐는 주장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12일, 이른바 ‘잠삼대청’(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전격 해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불과 한 달 만인 지난 19일, 오 시장이 직접 사과하면서 강남 3구와 용산구 아파트 전체를 다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다. 특히 이번 조치는 그동안 특정 구역이나 동(洞)이 아닌 구 단위로 지정하면서 이전보다 더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토지거래허가제는 투기가 우려되는 지역에서 일정 규모 이상 집이나 땅을 거래할 때 관할 기초단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제도다.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사이, 시장은 빠르게 반응했다. 실제로 강남을 중심으로 아파트값은 눈에 띄게 오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3월 셋째 주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25% 올랐고, 강남구는 0.83%, 송파구는 0.79% 상승했다. 송파는 1월 셋째 주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정치권과 부동산업계에서는 오 시장이 차기 대통령 선거 행보를 위해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무리하게 진행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선거판에서는 ‘집토끼’로 불리는 핵심 지지층을 먼저 확실하게 잡고, 외연을 확장해야 승산이 있다는 것이 정론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섣불리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핵심 중의 핵심인 강남에 대한 규제를 풀었어야 했는지는 여전히 의구심이 남는다.
 
앞서 언급한 기자들 모임의 결론은 단순했다. “오세훈은 정치 하수다.” 결국 대선 욕심에 스스로 헛발질을 되풀이하는 인물이라는 평가다. 오 시장은 지난 2011년 서울시장 재직 당시 초등학교 무상급식을 반대하다가 주민투표를 제안하며 투표율이 33.3%에 미치지 못하면 자진 사퇴하겠다고 밝혔고, 결국 투표율이 25.7%에 머물면서 사퇴한 바 있다.
 
오 시장은 이번 행보로 대권에서 더욱 멀어졌다는 평가가 많다. 염불보다 잿밥에 더 관심이 많으면 일이 꼬이기 마련이다. 오 시장은 이번에도 대한민국 부동산을 지나치게 가볍게 본 것은 아닐까. 부동산 문제는 모든 정부가 골머리를 앓아왔고, 그럼에도 역대 어느 정권도 해결하지 못한 대한민국의 ‘뜨거운 감자’다. 문재인 정부 역시 부동산 정책 실패가 정권 교체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최근 정치권은 지난해 말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이후 극심한 분열을 지속하고 있다.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그러나 조기 대선이 현실화될 경우, 부동산 정책은 다시 민심을 가를 핵심 이슈로 떠오를 것이다. 최근 인천에선 '천원주택'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포퓰리즘의 냄새도 짙지만, 그만큼 서민 주거 문제가 절박하다는 방증이다. 이제라도 부동산 정책은 표를 얻기 위한 도구가 아닌, 국민의 삶을 지키는 수단이어야 한다. 정치가 그 본질을 잊지 않길 바란다.
 
최용민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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