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SK하이닉스가 첨단 장비 반입 제한 등에 따라 국내 반도체 공장의 생산력을 확대해오면서, 올해 하반기 경기도 이천 공장의 D램 생산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에 따라 기존 SK하이닉스의 D램 핵심 시설인 중국 우시 공장의 D램 생산 비중이 줄어들 것으로 관측됩니다.
경기도 이천시에 위치한 SK하이닉스 본사 전경. (사진=연합뉴스)
지난해부터 SK하이닉스는 경기 이천 공장(M16)에 D램 생산 관련 장비 공급을 늘려왔습니다. 이는 중국 공장의 생산 차질을 막기 위한 선제 대응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 대중 견제 강화를 시사해왔는데, 특히 대중 반도체 제제로 바이든 행정부 시기 적용 받아온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제도의 폐지가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했습니다.
VEU는 미국 정부의 승인 없이 중국 공장에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반입할 수 있도록 한 제도입니다. 이로써 국내 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정부의 승인 없이 중국 공장에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반입해 왔습니다.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VEU 조항을 폐지할 경우, 미국 상무부의 허가가 필요해져 장비 교체와 수리 등의 문제로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하반기 주요 장비사에 이천 M16 공장에 투입될 핵심 장비를 대량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에 HBM용과 범용 D램 설비가 각각 포함됐습니다. 이에 M16 공장이 올해 D램 생산력 확대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D램 생산 비중이 커진 것입니다.
이천 M16 공장의 이번 분기 기준 월평균 웨이퍼 투입량은 17만장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약 70%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생산능력을 2~3배 끌어올린 수준입니다. 이에 중국 우시 공장의 월평균 웨이퍼 투입량(약 19만장)과 비슷해졌습니다. 국내 공장 생산 비중이 늘어나면서, SK하이닉스의 D램 생산 비중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는 우시 공장의 중요도는 점차 떨어질 것으로 관측됩니다. 아울러 올해 말 준공이 예정된 이천 M15X 공장도 내년 2분기부터 생산을 시작으로, 이러한 추세는 더 빨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 VEU 조항을 폐지 가능성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아직 미국 측의 VEU 폐지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은 상태라 국내 업체들의 중국 공장의 생산 문제는 없다”면서도 “SK하이닉스의 국내 반도체 공장에 HBM 등 새로운 장비 등이 많이 채워져 가면서 생산량이 늘어난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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