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적자 경영에 허덕이는 디지털 보험사들이 근본적인 체질 개선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쏟아붓고 있지만, 상품 포트폴리오 변화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디지털 보험에 주력했던 디지털 보험사 5곳(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신한EZ손해보험·카카오페이손해보험·하나손해보험·캐롯손해보험)의 당기순손실은 지난 상반기 기준 890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보험사별로 살펴보면 △교보라플 당기순손실은 79억원으로 전년 동기(76억원) 대비 3.9% △신한EZ손보 당기순손실은 157억원으로 전년 동기(60억원) 대비 161.7% △카카오페이손보 당기순손실은 248억원으로 13.8% △하나손보 당기순손실은 162억원으로 3.8% 등으로 각각 적자가 늘었습니다. 캐롯손보는 244억원 당기순손실을 내면서 전년 동기(308억원) 대비 적자가 소폭 개선됐습니다.
디지털 보험사들이 매년 적자를 이어가는 이유는 주력 상품이었던 소액단기보험의 수익성이 낮기 때문입니다. 소액단기보험은 보험료가 1만원 이하로 일반 보험사 상품에 비해 매우 저렴하고, 만기도 짧아 수익이 지속되지 않습니다. 디지털 보험사들은 이 상품으로 소비자를 유입한 뒤 장기보험 판매로 이어가려 했지만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소액보험은 수익을 내는 상품이라기보단 소비자를 유입하기 위한 전략"이라며 "디지털 보험사가 처음엔 소액보험으로 소비자를 모아서 장기보험을 판매하려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온라인 채널로 장기보험 판매가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고 부연했습니다.
유상증자를 통해 대규조 자금을 쏟아 붓고 있는 상황입니다.
카카오페이(377300)는 지난 1일 카카오페이손보에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했고,
신한금융지주(055550) 역시 지난 3월 신한EZ손보에 1000억원을 투입했습니다. 디지털 보험사가 출범한 2013년 이후 5개 업체에 이뤄진 유상증자 누적 규모는 1조5000억원을 넘어섰습니다.
디지털 보험사들은 대면 영업 채널 강화와 장기보험 상품 출시 등을 통해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하나손보는 디지털 보험사라는 꼬리표를 떼고 법인보험대리점(GA) 중심의 대면 영업으로 전환했으며, 신한EZ손보도 대면 채널을 확대해 신한금융지주 계열사 간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캐롯손보는 오는 10월 한화손보에 인수합병돼 모회사와의 협업 효과를 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대면 채널을 확대하고 장기 상품을 내놓는 것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보험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이고, 건강보험 등 장기보험의 대부분은 대형 보험사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장 내용이나 가격 면에서도 뚜렷한 차별성이 없어 소비자가 디지털 보험사의 장기보험을 선택할 유인이 부족해, 적자가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디지털 보험사의 규모는 작지만 일반 보험사와 동일한 규제를 적용받고 있어 체질 개선은 더욱 어려운 상황입니다.
보험업계 다른 관계자는 "디지털 보험사가 상품군을 늘려도 시장에서 주목받긴 어려울 것"이라며 "적자가 이어지는 만큼 이제라도 상품군 확대 등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규제도 동일하게 받고 있어 영업 환경이 좋지 않지만 결국 장기보험 판매가 늘어나면 수익성은 개선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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