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예슬·강석영 기자] "헌법재판소는 윤석열을 지금 당장 파면하라", "파면하라. 파면하라" 내란수괴 윤석열씨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선고가 늦어지자 윤씨 파면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주말 광화문광장을 가득 메웠습니다. 애초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일은 14일로 예상됐으나 기약이 없이 미뤄지고 있고, 윤씨까지 석방되자 '자칫 윤씨가 직무에 복귀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에 시민들은 다시 광장을 찾은 겁니다. 일부 대학생들은 곡기를 끊으며 탄핵 인용을 염원했습니다. 시민사회단체는 윤씨가 파면될 때까지 매일 집회와 시위를 지속해 나가겠다는 계획입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 서십자각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명령이다. 내란수괴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고 요구했습니다. 회견을 마친 뒤에는 윤씨 파면을 요구하는 집회를 이어갔습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16일 오후 광화문 서십자각 앞에서 윤씨의 파면을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윤씨의 파면을 요구하며 9일째 단식 농성 중인 김은정 비상행동 공동의장은 "윤석열이 느닷없이 풀려나고, 헌재 선고가 늦어지면서 많은 시민이 분노와 불안을 느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우리가 얼마나 강한지 서로의 힘을 어제 집회에서 보여줬다. 민주주의는 헌재 재판관 몇몇이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대학생들도 윤씨의 파면을 염원하며 단식농성에 동참했습니다. 신라대학교 학생인 이하빈(24)씨를 포함해 부산 지역 대학생 5명은 지난 15일부터 곡기를 끊었습니다. 이들은 단식을 한 지 이제 막 하루가 지나, 아직은 버틸만 하다고 웃었습니다. 이씨는 "극우들이 격렬하게 집결하는 상황에서 윤씨 파면이 이뤄지는 길은 더 많은 사람들이 광장에 모여 함께 목소리를 내고, 그 목소리가 더 커지고 강해졌을 때라고 생각한다"며 "더 많은 국민들이 모이기를 염원하면서 저희가 할 수 있는 가장 강한 투쟁이 단식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비상행동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당연히 감옥에 있어야 할 윤석열은 법원과 검찰의 비호를 받아 버젓이 서울구치소를 걸어 나왔다"라며 "내란을 비호하는 국민의 힘과 최상목 등은 여전히 윤석열의 하수인을 자처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들은 "이번 주에는 반드시 주권자 시민의 힘으로 내란 수괴 윤석열을 파면시키자"고 소리를 높였습니다.
시민들이 15일 오후 광화문 집회에 참석해 윤석열씨 파면을 외치며 응원봉을 흔들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앞서 지난 15일에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에선 내란수괴 윤씨의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습니다. 주최 측 추산 100만명이 이날 현장에 모였습니다. 특히 주말이라서 가족과 함께 집회를 찾은 시민들이 많았습니다.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집회를 찾은 이은진(가명·47)씨는 "지난해 12월14일 국회에서 윤씨 탄핵소추안이 통과될 때 (광장에) 온 뒤 한동안 집회에 참석하지 못하다가 마지막 주말 집회라는 심정으로 왔다"며 "아이가 최근 정치, 경제를 배우면서 근현대사를 알게 됐는데 현장에서 보고 싶다고 해서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려견과 함께 집회를 찾은 시민도 있었습니다. 4살이 된 반려견 '건강이'를 키우는 이미자(가명·72)씨는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 때도 너무 화가 치밀고 그랬는데, 당시엔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집회에 참석하지 못했다"며 "지금 가게를 폐업해서 지금은 주말마다 집회에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이씨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노래방 운영이 어려워지자 폐업했습니다.
생업으로 집회를 찾지 못하다가, 결혼기념일을 맞아 큰 마음을 먹고 집회를 찾은 시민도 있었습니다. 김은연(60)·이재호(61)씨는 "오늘은 결혼기념일인데, 데이트를 하러 집회에 나왔다"며 "경기 의왕시에서 여기까지 오는 데 1시간30분이 걸렸다"고 했습니다. 이들은 "불안한 나날이라 헌재가 어서 파면 결정을 내렸으면 좋겠다. 윤석열이 돌아오면 또 계엄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필라델피아 민주동포모임·호주 촛불 시민 등 집회에 직접 참여하기 어려운 국외 시민들은 경복궁 인근에 푸드트럭을 보내 시민들을 독려했습니다. 시민들은 핫도그, 떡볶이, 어묵 등을 먹으며 집회을 즐겼습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집회 연단에 올라 "오늘은 내란수괴 윤석열이 탄핵된 지 92일째가 되는 날이다. 구치소에 있어야 할 윤석열이 구속 취소로 풀려났다"며 "1심 판사의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바로잡아야 할 검찰은 즉시항고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포기했다. '검찰의, 검찰에 의한, 검찰을 위한 나라' 이런 썩어빠진 나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비상행동은 17일 윤씨 파면을 촉구하는 야당과 연석회의를 진행하고, 오후엔 광화문 북광장에서 '대규모 공동 시국선언'을 개최할 계획입니다. 윤씨가 파면될 때까지 평일 저녁 7시 매일 집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19일은 '민주주의 수호의 날'로 지정해 '연차 내고 광화문 찾기', '온라인으로 단식 투쟁 동참하기' 운동 등을 벌입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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