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김유정·이진하·한동인·이효진 기자] 헌법재판소의 윤석열씨 탄핵 심판 선고가 다가오면서 정치권과 국민 간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12.3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탄핵 정국은 현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불신을 키웠고 이는 개헌 논의로 이어졌습니다. 여야 정치 원로들은 더 이상의 파국을 피하고 국민 통합에 집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헌재 판결에 대한 승복으로 갈등의 국면을 넘고 우리 사회가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정치 개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뉴스토마토>는 16일 정치 원로 6명에게 탄핵 심판 선고 이후 펼쳐질 상황과 정치권의 자세, 개헌 방향에 대한 조언을 구했습니다. 박찬종 변호사(전 국회의원)를 비롯해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명예이사장,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이재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 회장,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나다순)가 의견을 줬습니다.
윤석열씨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둔 1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씨 지지자들이 탄핵 각하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탄핵 심판 '진통' 불가피…정치인들 모범 보여야"
정치 원로들은 헌재가 윤씨 탄핵에 대해 어떤 선고를 내려도 우리 사회의 진통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정치권과 국민 모두 탄핵 찬성·반대파로 나눠 극렬하게 맞서고 있는 만큼 어느 한쪽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진통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헌재 판결에 승복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게 정치 원로들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정대철 회장은 "우리나라의 사법제도를 믿고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며 "마지막까지 믿지 않는다면 나라의 존재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치인들이 먼저 헌재 판결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이재오 이사장은 "헌재 판결 후 좌우 극렬한 단체들이 다시 난동을 일으키고 쉽게 승복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당분간 혼란은 극대화될 것"이라며 "여야 정치인들이 탄핵 인용이든 기각이든 헌재 판결을 존중하겠다고 밝히고, 동시에 거리에서 철수 후 국회로 돌아가는 것이 최고의 해법"이라고 말했습니다.
박찬종 변호사는 탄핵 정국 속 사법부의 신뢰성 훼손을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처럼 사회가) 분열된 가장 큰 이유는 헌재를 비롯한 사법부의 심각한 신뢰성 훼손이 문제라고 본다"며 "이는 입법부와 행정부 모두의 책임"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국태민안(나라는 태평하고 백성은 편안함)'은 찾아보기 어렵고 기득권을 높이기 위한 행태만 보이고 있다"고 정치권을 비판했습니다.
반면 이부영 이사장은 탄핵 인용 선고가 난다면 사회 혼란이 빠르게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는데요. 그는 "탄핵 인용 시 바로 대통령 선거가 진행될 텐데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세력은 입장을 변경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대한민국 민주주의 체제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대통령 선거에 나오겠냐"고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사법부든 어느 정권이든 국민들이 믿지 못하는 구석을 풀어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정부와 우리 체제에 대한 신뢰를 다시 쌓아야 한다"고 부연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직선제 집중했던 '87년 체제'…분권형 대통령제로 거듭나야"
12.3 비상계엄이 '제왕적 대통령제'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면서 개헌 논의는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앞서 윤씨가 최종변론에서 직무 복귀를 전제로 한 개헌을 언급했고 유력 대권 주자들도 소신을 밝히면서 개헌은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습니다.
정치 원로들은 '87년 헌법 체제'의 한계에 동의하고 개헌 필요성에 공감했습니다. 각자 생각하는 개헌 방향은 조금씩 달랐지만 제왕적 대통령제를 타파해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었습니다.
이 이사장은 "87년 체제는 대통령 직선제만 시행하면 된다는 식의 개헌이었다"며 "당시 야당 지도자들도 차기 대통령을 염두에 뒀던 만큼 대통령 권력을 줄이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고 과거를 돌아봤습니다. 또 "헌법은 손대면 안 되는 성역인 것처럼 해놓고 벌써 40년 가까이 지났다"며 "결국 우리를 멍들게 만들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정세균 전 총리는 "(향후 개헌에서) 권력을 분산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삼권 분립이 제대로 되도록 하고, 지방 분권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 회장은 "정치의 중심축을 국회로 끌고 와야 한다"며 "일방적인 대통령 명령이 아닌 국회에서의 대화, 협상, 타협, 조정, 회의를 통한 정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정치 원로들은 정치적 양극화를 해소하고 국민을 통합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이상돈 명예교수는 "이전 대통령들이 중도 지향적인 국민 통합을 내걸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며 "양 극단적인 정치를 피하는 방법을 나름대로 모색했음에도 기대를 저버렸고, 지금의 양상에 이른 것에 대해선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고 실태를 진단했습니다.
정 전 총리는 "(차기 대선 시) 분열을 증폭시키는 대선은 절대 안 된다"며 "대선이 끝나고 나면 국민 통합이 이뤄지는 가운데 미래를 준비하는 대한민국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김유정 기자 pyun9798@etomato.com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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